[칼럼] 미주 한인사회, 맏형이 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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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주 한인사회, 맏형이 되는 길
  • 전형권
  • 승인 2006.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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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형권

전남대 세계한상 문화연구단 박사
“이제 여러분이 맏형 노릇을 해야 합니다. 힘겹게 걸음마 하고 있는 타지역 동포들을 끌어줘야 합니다.” 700만 재외동포 업무를 이끌고 있는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 먼 LA까지 달려와 한인사회에 던지는 일성(一聲)은 이른 바 ‘맏형론’이었다.

이미 보도를 통해 소개되었듯이, 미주 한인사회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LA에서 지난 1월 26일부터 3일간 ‘한미경제연구소(KAEDC)’와 ‘밝은 미래재단’의 주관으로 ‘제1회 미주한인경제컨퍼런스’가 열렸다.

컨퍼런스라 칭하였지만 이는 그동안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해온 세계한상대회의 미주 축소판이라 할 만큼 규모와 내용면에서 다채로워 눈길을 끌었다.

필자가 속한 연구단은 재외동포 경제와 문화영역 전반에 관한 조사의 맥락에서 이번 행사에 의미를 부여하고 4명의 연구진이 참여하였다. 참가자로서 이번 행사소감을 피력하자면 “ 아쉽지만 성공적인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이 대회는 재외동포 사회 중에서 가장 앞서가는 미주 한인경제의 과거와 현재를 학술적으로 조망하고 앞으로의 방향성과 비전을 제시해보였다는 점에서 매우 뜻 깊은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특히 주최측의 풍부한 기획력과 ‘밝은 미래재단’의 재정후원은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대회장 곳곳에서 만나는 참가자들의 당당한 모습에서, 이제 더 이상 과거의 불행했던 디아스포라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애당초 기대를 모았던 재미한인경제 현황에 대한 차별성 있는 DB나 통계자료의 부재, 양적 성공에만 집착한 결과 한인경제공동체가 안고 있는 미시적 균열과 상호네트워크에 관한 논의들이 부족했던 점 등이 그것이다.

또한 행사 내내 기업인들의 성공스토리에 스폿라이트가 집중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재미한인경제발전의 견인차였던 자영업자들의 참여폭이 의외로 적었다. 일각에서는 행여 성공한 소수 경영자들의 이벤트로 전락할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항상 완벽한 시작이란 없다. 이번 대회가 분명 의미있는 초석이 된 것은 사실이다. 향후 이 행사가 재미한인경제 발전을 주도하는 대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소수 재력가에 의존하는 형태가 아닌, 한인커뮤니티의 광범위한 참여와 제도적 후원의 형태로 집약되는 것이 중요하리라 본다. 행사이후의 후속사업 또한 중요하다.

주최측은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경제협력과 연구협력 분야에서 상호작용을 지속적으로 주선하는 것, 참가자 정보디렉토리와 연구성과를 온라인상에 공개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 이는 네트워크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한편, 성공한 재미한인들은 모국의 동포업무 수장이 그들에게 주문한 미션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맏형’이 되어 달라는 미션에 대해 “그동안 한국이 우리에게 해 준 것이 뭐가 있다고, 이제 와서...” 라고 탓할지 모른다. 흔히 모국에 대한 그러한 애증은 역사적 이산과정에서 형성된 온 디아스포라를 대표하는 감정이다. 이를 보듬고 극복하는 길은 상생의 해법을 찾는 길이다.

‘번영과 발전을 넘어’라는 이번 대회 슬로건이 함의하는 비전 역시 봉사와 상생으로 집약될 수 있다. 초기 한인커뮤니티에서 부를 축적한 기업인들은 이제 주류사회와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한인커뮤니티와 모국, 그리고 열악한 지역의 동포를 위해 손잡을 때가 되었다.

동포사회에 대한 봉사는 코리안의 경쟁력을 높여 결과적으로 자신의 편익으로 되돌아온다. 이는 유대인상, 인도인상, 화상 등의 경험을 통해 확인되는 ‘디아스포라경제학’의 교훈이다. 이번 대회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 중의 하나도 이것이다. 과연 재미한인들은 이에 어떻게 화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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