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독립운동列傳]“보훈·연금 혜택 전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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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 독립운동列傳]“보훈·연금 혜택 전혀없어”
  • 경향신문
  • 승인 2005.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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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발레리 비탈리예비치(51)는 김경천의 2남3녀 중 막내딸 지희씨(76·러시아 이름 지나)의 아들이다. 김경천이 카자흐스탄에서 활동할 때 태어난 지희씨는 현재 김경천의 직계 후손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다.

그는 지난 8월 광복 60주년을 맞아 재외동포재단 초청으로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체육교사 출신인 그는 카자흐스탄이 독립한 후 교사로는 생활이 어려워 요즘 택시운전을 하고 있다.

“어머니는 강제로 카자흐스탄에 이주해 재봉틀로 자식(1남 1녀)을 키웠습니다. 생활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지금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어머니 시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죠. 강제 이주후 정부에서 적은 돈을 주기도 했는데 주다 안주다 했을 뿐 아니라 금액도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김 발레리의 어머니 지희씨는 김경천의 직계 2세 중 혼자 생존해 있지만 우리 정부로부터도 보훈이나 연금 등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훈연금이 아들, 그것도 장자에게만 이어지는 현 규정 때문일 것이다.

“한국정부에서 지원은 물론 없습니다. 삼촌이 보훈연금을 받았다고 하는데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현재 누군지는 잘 모르는데 먼 친척이라는 사람이 연금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기회에 한번 알아보려고 합니다.”

억울하게 죽은 할아버지에 대해 러시아(구 소련) 정부는 1950년대 ‘죄가 없다’고 공증했다. 정부가 공식 사면한 것이지만 러시아 정부도 그것 이상 아무런 보상이나 조치를 하지 않았다.

김경천의 가족은 일본의 침략으로 러시아로 이주했고 다시 카자흐스탄으로 유랑했던 한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김 발레리가 살고 있는 카라간다는 카자흐스탄에서도 북쪽으로 풀조차 자라지 못하는 황량한 곳이다.

서울에 처음 왔다는 그는 “한국의 발전상을 보니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감격스럽고 또 서울이 멋있다”고 말했다. 김 발레리는 또 “63년쯤 북한에 있는 친척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기억이 있다”며 “서울에도 할아버지 친척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찾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원희복기자 wonh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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