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볼고그라드 고려인 축제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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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볼고그라드 고려인 축제를 다녀와서
  • 홍상영
  • 승인 2005.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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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회 볼고그라드 고려인 축제를 다녀와서
지난 8월15일 광복 60주년을 맞이하여 대한민국 서울에서는 남과 북이 함께 만나 8.15축전 행사를 치루었습니다. 북한의 정부 대표단이 남한의 국립묘지를 공식참배 하는 등 남과 북 사이에 놓여있던 큰 강물을 우리민족은 함께 메워 갔던 것입니다. 이렇든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역사의 큰 장이 열리고 있을 즈음 남부 러시아 볼고그라드市에서도 의미있는 동포행사가 열렸습니다. 제4회 ‘볼고그라드 고려인 축제’가 열린 것입니다. 볼고그라드주는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1,200km 떨어진 곳에 있는 러시아 연방에 속한 주의 이름이며 주도는 볼고그라드시입니다. 주 전체의 인구는 약 250만 명인데 그중 볼고그라드시에는 100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볼고그라드시라고 하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스탈린그라드라고 하면 제법 아시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볼고그라드시를 스탈린 정권시절 스탈린그라드라고 부르다가 다시 볼고그라드로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도시 이름이 바뀐 곳이 러시아에는 또 있는데 페테스부르크입니다. 구 소련시절 레닌그라드였다가 다시 페테스부르크로 바뀌었습니다.고려인,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주지난 90년 소련 붕괴 이후 중앙아시아에 살던 고려인 동포들은 보다 나은 삶을 찾아 남부러시아로 이주하고 있는데 그중 대부분이 볼고그라드주로 이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하지만 땅을 소유하거나 농기계를 소유할 수 있는 자본을 축적하지 못해 고율의 이자(월 5%)를 주고 돈을 빌려 땅을 빌리고, 농기계를 빌려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대개 고려인 한 가족이 3ha 정도의 땅을 빌려 양파, 수박, 참외, 고추 등의 농사를 지어 현지 유통 상인들에게 판매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윤창출을 위한 기업농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가족농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 90년대 중반이후 이주한 고려인 동포들은 러시아 시민권을 받지 못하여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과거 구 소련시절이야 자유로이 왕래 할 수 있었지만 중앙아시아 각 국가들이 독립한 뒤에는 개별 국가의 국민이 되었기에 공식적인 이민 절차를 거쳐야만 러시아 시민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절차가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러시아 시민권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재 볼고그라드주에 거주하고 있는 4만여 명의 고려인 중에서 1만5천여 명이 불법체류자 신분입니다. 국내에 불법체류하고 있는 조선족 동포나 외국인 노동자들의 처지를 생각해 보면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볼고그라드 고려인 동포들은 지난 2001년 8월 15일 제1회 볼고그라드 고려인 축제를 개최하였습니다. 볼고그라드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이 함께 모여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고려인으로써 민족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입니다. 첫해에 1500여명의 고려인이 모였고 이후 매년 축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지난 1회부터 매년 고려인 축제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볼고그라드에는 수많은 소수민족이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려인만이 유일하게 소수민족으로써 독자적인 민족축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볼고그라드에서 열리는 연중 행사가운데 가장 성대한 행사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처음에 축제를 열었을 때는 내용이 별로 없었습니다. 축구나 배구, 탁구, 그리고 팔씨름이나 공굴리기 등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금년부터는 봉사활동을 위해 볼고그라드를 방문한 한국학생들로부터 사물놀이와 부채춤을 배운 고려인 청년들이 어설픈 동작이나마 공연하였습니다. 아마도 내년이면 더욱더 유려한 몸짓으로 한민족의 춤과 노래를 공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볼고그라드의 많은 고려인 청년들이 한국춤과 노래 그리고 한글을 배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자기의 조국에 대해 알고자 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지난해부터 고려인 축제에 볼고그라드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들의 문화공연단을 초청하기 시작하였는데 금년에는 20개 이상의 소수민족 문화공연단이 참여하여 자기 민족 고유의 춤과 노래를 공연하였습니다. 이것은 고려인 축제가 고려인들의 민족주의를 고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볼고그라드에 살고 있는 모든 러시아인과 함께 서로 사이좋게 지내며 서로 협력하기 위한 행사란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입니다. 多민족사회와 고려인의 지혜금년 제4회 고려인 축제는 2,000여명의 고려인 동포들이 모인 가운데 볼고그라드 시민회관에서 성대하게 막을 올렸습니다. 사물놀이 부채춤 등 우리 한민족의 문화를 어설프지만 정성을 다해 선보였고 아르메니아, 타타르, 그리스, 체첸 등 20여 소수민족의 춤과 노래가 어울렸습니다. 이제 볼고그라드 고려인 축제는 모스크바를 제외하고 러시아에서 고려인 개최하는 가장 큰 축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려인이 개최하는 민족축제에 볼고그라드 소수민족 전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민족축제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려인들의 지위도 향상되어 갈 것입니다. 축제 행사 날 소수민족 대표들과 고려인 대표들 그리고 주 정부관계자와 함께 점심을 하면서 타타르 민족대표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눈시울을 붉히며 부러운 눈빛으로 축제에 초대해 주어서 감사하며 우리 타타르민족도 이러한 민족축제를 했으면 한다고.그러나 축제의 성공이 곧 고려인동포들의 무거운 삶의 무게를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불법체류 신분의 고려인들이 하루속히 합법적인 신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부모세대보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더 열악한 고려인 청년과 학생들이 좀 더 낳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들에 대한 투자야 말로 고려인 사회의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고려인 회관이 있어야 합니다. 고려인 축제에 2000여명이 모이고 4만여 명 이상의 고려인이 살고 있지만 고려인 동포들 간에 상호 협력하고 교류할 수 있는 변변한 사무실이 없습니다. 고려인 청년들이 모이고 정보를 공유하고 한민족 문화를 습득할 수 있는 그런 센터가 필요합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고려인지원사업위원회를 구성하고 “볼고그라드 고려인의 친구들” 이라는 후원모임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볼고그라드 고려인의 삶을 국내에 알리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위한 실천 활동을 하고자 합니다. 관심 있는 많은 분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볼고그라드 고려인 동포들은 우리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 부국장, 02-734-7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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