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한인이주 140주년 기념관' 건립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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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한인이주 140주년 기념관' 건립 난관
  • 연합뉴스
  • 승인 2005.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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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리스크.치타=연합뉴스) 김병조 기자 = 러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동포 '고려인'의 희망이 담긴 '러시아 한인이주 140주년 기념관' 건립 사업이 한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5일 사단법인 '동북아평화연대'에 따르면 한국 외교부는 지난해 러시아 한인이주 140주년을 맞아 연해주 우스리스크에 설립키로 한 이주기념관 사업에 지원하기로 한 예산 10억원의 집행을 거부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2004년 러시아 한인이주 140주년을 맞아 정부령을 내려 '140주년 기념사업'을 국가 공식사업으로 지정하고 기념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민간단체들도 기념사업을 준비하면서 그 일환으로 '이주 140주년 기념관' 건립을 주요 사업과제로 선정했던 것.

동북아평화연대 등 민간단체는 당시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기념관 설립추진위'를 구성하고, 건물 매입과 기념관 구성 등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모두 63억원이 소요될 기념관 건립사업에 대해 추진위는 민간단체가 기념관 내 병원과 한글교육센터ㆍ정보화센터 등 입주기관 선정을 맡고, 정부는 건물매입과 리모델링 등을 맡아 각각 33억원과 30억원씩 예산을 나눠 마련키로 정부와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추진위는 연해주 우스리스크의 한 학교 건물을 60만달러에 매입키로 하고, 우선 현지 고려인 사업가의 돈을 빌려 이 건물을 사들였다.

그러나 외교부가 지난해 재외동포재단을 통해 5억원을 지원한 이후로 올해 책정된 지원금 10억원의 집행을 거부하고 있어 추진위는 건물매입비로 빌린 60만달러 가운데 16만달러 가량을 갚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외교부가 내세운 예산지원 거부 이유는 민간단체와 정부가 '매칭펀드'로 예산을 마련키로 했는데 민간단체의 현금 모금액이 1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예산을 내줄 수가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추진위가 오는 8월말까지 잔금을 갚지 못할 경우 건물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고 기념관 개관은 물거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진위 관계자는 "정부가 건물을 마련해줘야 그 안에 입주할 소프트웨어를 채울 수 있는데 '매칭펀드'를 이유로 건물도 없이 내용을 마련해오라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연해주 동포사회에서는 기념관 건립 사업을 '한국 정부가 처음으로 동포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보고 큰 기대와 희망을 걸어왔다"며 아쉬워했다.

특히 그는 "러시아에서는 정부령을 통해 한인이주 기념사업에 적극적인데 한국 정부가 기본적인 예산지원조차 거부하는 것은 너무나 대조적인 태도"라고 한국 정부의 무관심에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러시아를 방문해 직접 러시아측의 한인이주 기념사업에 대해 관심과 감사를 표했는데도 사소한 이유로 실질적 지원을 거부하는 것은 국가적 망신"이라고 강조했다.

   cimink@yna.co.kr
  (끝)

등록일 : 08/07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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