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송, 한류 싣고 중남미 시장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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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송, 한류 싣고 중남미 시장에 '도전장'
  • 연합뉴스
  • 승인 2005.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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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 최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중남미의 알-자지라를 자처하며 중남미 뉴스전문 위성TV '텔레 수르'를 출범시켰다.

이는 서방의 거대 뉴스 방송에 대항해 자체 뉴스 채널을 갖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런 중남미 방송 시장에 한국 정부와 방송사들도 방송 기술 및 콘텐츠 수출 을 위해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주목된다.

'텔레 수르'는 반미(反美)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우리는 중남미에 막 불기 시작한 '한류'와 한층 앞선 디지털 방송기술을 주요 무기로 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최고 중심가 독립기념탑 바로 앞 쉐라톤 호텔을 찾은 한국 관광객들과 교민들은 요즘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호텔내 곳곳에 있는 케이블 방송 채널에서 한국 드라마가 한국어 목소리로 버젓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본국인을 상대로 한 TV 채널에서 한국 방송사가 독립적 채널을 마련한 것은 중남미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올초반 멕시코의 거대 방송그룹 텔레비사의 케이블 채널 '카블레 비시온(Cable Vision)'과 송출계약을 성사시킨 아리랑 국제방송은 지난 3월부터 스페인어 자막처리를 한 한국 드라마와 각종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카블레 비시온에 이어 아리랑 국제방송은 1일 멕시코 3대 다지역케이블방송사업자(MSO)인 TV카블레마스(Cablemas), 텔레시스테마스(Telesistemas)와 멕시코시티 6만여 가구에 케이블을 통해 아리랑 TV 프로그램을 24시간 공급할 수 있는 채널 재전송 계약에 서명했다.

이 같은 한국 방송사의 채널 확보는 최근 '중남미 한류 열기'와 맞물리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2002년 10월부터 여러 지방 공영TV를 통해 '이브의 모든 것', '별은 내가슴에'가 방영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주멕시코대사관(대사 조규형)이 밝혔다.

또한 작년 5월 '장동건.안재욱 팬클럽'이 출범한 이후 팬클럽 수는 현재 5∼6개로 늘었고 회원수도 70세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해 2천여명에 달한다.

방송위원회 중남미방송교류협력단(단장 양휘부 상임위원)이 이날 멕시코시티에서 한국-멕시코 미디어 포럼을 개최한 핵심 목적도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에서 불씨를 지피고 있는 한류 열기에 하부 기반을 마련, 한국 방송 콘텐츠의 중남미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포럼에는 멕시코 통신교통부, 연방통신위원회 등 정부 관계자와 텔레비사, TV 아스테카, MVS 텔레비시온 등 주요 방송사, 케이블 TV 사업자들이 대거 참여해 지상파 및 위성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등 한국의 새 방송 기술 시연회 및 교류 협력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양국 방송 관계자들은 방송통신 융합 준비현황과 지상파 디지털 전환정책, 매체간 균형발전 정책 등을 논의했다.

특히 한국-멕시코 간 방송정책과 규제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양자간 협력을 위한 실질적인 협의창구를 마련해 정례적인 정책 협의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무엇보다 한국 방송의 중남미 진출 가능성은 이날 방송사간 개별 협의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KBS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사랑'은 멕시코 온세TV에 방송하기로 했으며, MBC의 '야생의 초원 세링게티'와 SBS가 제작한 '생명의 기적'은 멕시코 공영방송인 채널22에서 방영하기로 했다.

또 최대 민영방송인 텔레비사와 TV 아스테카는 KBS 'TV 동화 행복한 세상' 등의 구매의사를 밝혔다. TV 아스테카는 SBS의 '환경의 역습', '잘먹고 잘사는 법'의 구매의사를 표명했다.

양휘부 단장은 연합뉴스와 회견에서 "한국 방송 콘텐츠 진출 확대를 위한 양국 정부간 방송 협력을 강화할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앞으로 한국 방송 콘텐츠의 스페인어 더빙, 저작권 문제 등을 방송위원회 차원에서 적극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요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한국 방송이 전파를 타기 위해서는 광고 계약 등에 있어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중남미내 DMB 사업 수주 등으로 한국 전자, IT 사업체의 단말기 시장 진출 문제도 걸려 있는 만큼 각계 분야에서 더욱 관심을 쏟아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imys@yna.co.kr
  (끝)

등록일 : 08/0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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