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작가대회 이모저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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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작가대회 이모저모>-1
  • 연합뉴스
  • 승인 2005.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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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훈, 北 작가 남대현과 초교 동창 등

(평양 백두산 묘향산=공동취재단) 정천기 기자 = 지난 20-25일 평양, 백두산, 묘향산 등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이하 남북작가대회)에서 벌어진 여러가지 일화와 북측 작가들과의 미니 인터뷰를 묶었다.

○…베스트셀러 소설 '칼의 노래'의 작가 김훈(57) 씨와 북한의 대표적 작가 남대현(58) 씨가 서울 돈암초등학교 동창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 20-25일 평양, 백두산 등에서 열린 남북작가대회에 참가했다가 역시 이 대회에 북측 대표단으로 참가한 남대현 씨가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것을 우연히 확인하고 감격적으로 포옹했다.

두 사람은 지난 24일 밤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폐막 연회를 마치고 건물을 걸어나오던 중 돈암초교 동창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번 대회의 남측 협상실무 대표팀이던 강태형 시인이 남씨와 대화하던 중 '돈암초교'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뒤따라 가던 김씨가 이를 듣고 남씨에게 당시 상황을 묻다가 동창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김씨는 6.25전쟁 중 부산으로 피난갔다가 종전 후 일곱 살의 나이로 돈암초교에 입학했다. 남씨는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전쟁시기를 보낸 뒤 상경해 이 학교에 입학했다. 두 사람은 전차 종점 부근의 동네에 함께 살았고, 천막 교사에서 공부했던 기억까지 공유하고 있었다.

김씨는 "같은 반이 아니어선지 얼굴을 본 기억은 없으나 전후 어려운 시절 같은 동네에 살았던 초교동창을 이곳에서 만나니 너무 기쁘다"면서 "어린시절의 기억을 공유한 사람이 함께 작가의 길을 걸으면서 이를 문학으로 풀어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남씨는 돈암초교를 5학년까지 다녔으며, 부친을 따라 일본으로 밀항한 뒤 고교 3년 때인 1963년 북송선을 탔다. 대표작으로 1980년 후반 남측 대학생들에게 많이 읽힌 장편소설 '청춘송가'와 비전향 장기수를 다룬 '통일련가' 등이 있다.

   
○…남북작가대회에 참석한 남한 문인들은 24일 평북 묘향산의 보현사를 방문해 통일을 기원하는 예불을 올렸다. 시인 고은, 평론가 백낙청, 소설가 황석영, 홍기삼 동국대 총장 등 남한 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보현사 정명 스님의 독경을 시작으로 20여분 동안 예불이 진행됐다. 정명 스님은 독경을 끝낸 뒤 “통일 문학의 첫 아들이 빨리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042년 설립된 보현사는 1906년 동국대의 전신인 명진 학교 창립에 참여한 전국 17개 사찰 중 하나다. 홍기삼 동국대 총장은 “내년 개교 100주년을 맞아 전국에 흩어진 동국대 건립 참여 사찰의 사적을 확인하고 건학 이념을 되새길 계획”이라며 정명 스님에게 “법회는 일년에 몇 번 여느냐”고 물었다.

정명 스님은 “음력 4월 초파일, 음력 12월 8일 부처님의 성도일, 음력 2월15일 열반일과 같은 3대 기념일과 명절에 법회를 연다”며 “최근 6.15 공동 선언 5돌을 맞아 법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팔만대장경 보존고가 있는 보현사는 한국전쟁 당시 전화를 입었지만, 북한 당국이 1970년대에 대대적으로 복원했다. 김일성 주석이 14차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동안 6차례나 방문했을 정도로 북한 당국이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는 사찰이다.

○…24일 저녁 인민문화궁전 대연회장에서 열린 폐막 연회 참석자 가운데는 북쪽 여성 소설가 정은옥(42) 씨가 모습을 보였다. 정씨는 북쪽 작가 남대현(58)씨가 지난 2003년에 쓴 소설 '통일련가'의 주요 인물인 ‘옥이’의 실제 모델이다.

'통일련가'는 남대현 씨가 북으로 송환된 비전향 장기수 고광인 씨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정은옥 씨는 소설 속에서 ‘고광’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고광인 씨를 취재하는 ‘금성출판사’ 소속 기자 ‘옥이’로 등장한다.

소설 속에서 옥이는 주인공 고광의 인품과 이력에 매료되어 상당한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그와 결합하게 되는데, 실제로 정은옥 씨는 고광인 씨와 결혼해서 현재 평양의 40평대 아파트에 함께 살고 있다.

북에서는 지난 2000년 9월 남쪽 당국의 배려로 북으로 넘어온 비전향 장기수 63명의 삶을 한 권씩의 소설로 형상화하고 있는데, 남대현씨의 '통일련가'는 그 중 맨 처음에 나온 작품 가운데 한 권이다. 현재 63편의 소설이 모두 완성된 가운데 7, 8권 정도가 마저 출간되면 63권이 모두 완간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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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kchung@yna.co.kr
  (끝)
   등록일 : 07/2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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