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작가모임, 언어 이질화 극복 노력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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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작가모임, 언어 이질화 극복 노력부터
  • 조선일보
  • 승인 2005.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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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5.07.25 19:52:01] 

[조선일보]분단 60년 만의 첫 남북 문학인 교류행사인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회의’가 20~25일 평양과 백두산, 묘향산에서 5박6일 간의 일정을 끝냈다. 남북한과 재외동포 문인 등 200여명이 참가한 이번 회의는 남북 문학교류를 위한 상설 기구로 ‘6·15 민족문학인협회’를 결성하고 협회 기관지 ‘통일 문학’을 발간하며, ‘6·15통일문학상’을 제정할 것 등을 합의했다.

이번 행사에는 민족문학작가회의, 민족예술인총연합 등 그동안 남북 문학교류를 주도해온 단체와 인사들만이 아니라 한국 문인협회와 시인협회 등 기성 문인단체들이 처음으로 참가했다. 다른 방면의 교류처럼 문학인들 사이의 교류 역시 작품을 통한 이해 못지 않게 직접 얼굴을 맞대고 생각을 주고 받는 對面대면 접촉이 중요하다.

지금 남북한의 문학은 겉만 같은 민족어로 쓴다는 것이지 분단 60년 동안에 진행된 언어의 異質化이질화로 인해 문학적 소통과 공감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사실 남쪽 독자는 북한의 詩시와 小說소설보다는 南美남미와 東歐동구 및 아랍의 문학작품에 더 친근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南北남북 간 언어 및 관습의 이질화 속도와 정치 이데올로기에 의한 문학의 感染감염이 남북 상호 간의 문학 작품 이해를 가로막는 높은 벽을 쌓은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 문학교류는 통일운동이라는 거창한 정치적 명분을 앞세우기보다 남북 언어의 이질화를 가능한 한 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모색함으로써 민족 문학의 바탕을 보존하는 데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뜻에서 이번 회의가 ‘우리 민족끼리의 기치 아래 민족자주, 반전평화 정신으로 창작에 매진할 것’ 등 정치성 강한 문구들로 공동선언문의 서두를 장식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남북 작가 간 교류는 ‘한 민족 두 언어’라는 疎通소통의 장벽을 낮추면서 나아가 우리 시인과 작가들에게 북한 동포의 삶과 북한 사회 현실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와 함께 남북 문학인 교류는 북한 문학인들이 세계 문학의 큰 흐름과 동떨어진 ‘주체문학’이라는 문학적 고립지대로부터 벗어나 인간의 삶과 진실을 기록하는 문학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작은 계기를 만드는 데도 그 뜻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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