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증언] 김형욱, 세느강 선박서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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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증언] 김형욱, 세느강 선박서 살해
  • 송광호
  • 승인 2005.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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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거주 전중정 간부

 김형욱 실종사건은 순전히 중앙정보부(중정)의 작품으로, 당시 프랑스주재 한국 대사관 공사(중정소속)였던 ‘이상열’씨가 이 일에 깊숙이 관련됐으며 김씨는 납치된 후 중정 선박에서 살해됐다고 미 뉴저지에 사는 前 중정 간부가 오래전 말한 적이 있었다. 


80년 대 일이다.
美 뉴저지를 방문했다가 중앙정보부(중정) 前고위간부였던 S씨를 처음 만나함께 저녁식사를 나누었다. 참석인원은 S씨를 포함해 모두 4명. 한잔 술을 들며 얘기를 나누던 중 김형욱 실종사건이 화제로 등장했고, 이때 그로부터 김씨 실종 件에 대해 직접 들은 얘기다.

당시 S씨는 무언가 한국정부에 큰 불만을 지닌 듯 했다. 이 때문에 모처럼 고교동기동창도 낀 좌석에서 그런 비밀스런 얘기를 내 뱉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술은 했지만 그러나 그의 말하는 태도는 진지했고 지금도 기자는 당시 그의 말이 모두 진실이라고 믿는다.

S씨는 고교졸업 후 자신이 걸어온 지난날들을 말했다.      
그는 S고교를 졸업하고 해병대 장교로 복무 후 중정에 첫 공개채용(1기생)됐다. 시험합격성적은 1등이었다 한다. 그는 회사내부에서 차례로 승진해 국장직(차관보)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박정희 사망 후 왜 그가 중정을 그만두고 뉴욕에 왔는지는 명백하게 밝히지 않았다. 그의 경우 망명도 아니고 정식 이민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그저 기자의 단순한 생각으로 중정고위간부이니 정치적으로 美 체류가 쉬울 것으로 추측했을 뿐이다.

S씨 집을 방문하니 거의 가구가 없어 무척 을씨년스러운 집안 분위기였다. 한국에 다시 복직할 것으로 그 때문에 집안 살림을 구비하지 않았다고 했다. 단지 거실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박정희 사진만 걸려 있어 싸늘한 분위기를 더해줬다. 

S씨에 따르면 김형욱 실종사건은 그 당시 프랑스 파리 한국대사관에 공사(중정소속)로 근무했던 ‘이상열’이 총지휘자였다고 말했다. 이상열은 김형욱이 한때 무척 아끼던 부하였으며 당시 정권(김재규)에서도 총애를 받던 측근이었다는 것이다. 즉 이상열은 양쪽에서 굳게 신임을 받던 사람으로 실종사건에 깊이 연루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 S씨는 “김형욱 실종사건은 김대중 납치사건과 같은 공통졈을 지니고 있다 했다. 이는 “두 사건 다 중정의 위장선박을 이용했다는 졈이라고 지적했다. S씨에 따르면 “세계 여러 항구에는 일반 배로 가장(假裝)한 중정소속의 한국선박들이 준비돼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김형욱은 평소 믿었던 과거(중정)부하(이상열)가 주도한 치밀한 계획에 의해 유인, 납치된 후 파리에 정박 중인 위장한 선박으로 끌려가 그 곳에서 살해됐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서 과연 파리 조폭이 관계됐는지 여부는 모르겠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김형욱 실종사건 배후에 역시 중정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S씨는 특히 ‘중정의 이상열이 김씨실종사건의 배후이며 총 지휘자’라고 강조했었다. 기자는 당시 이 S씨가 술좌석이라고 해서 흥미로 터무니없는 얘기를 조작했다고는 믿지 않는다.

또 이 김씨가 프랑스 조폭에 의해 살해됐다는 얘기도 100% 믿기 힘들다. 이는 중정요원에 의해 유인, 납치했는데 나중 정보가 어두운 프랑스 조폭에게(일본 조폭도 아니고)의뢰해 그렇게 프로페셔널 한 살인청부를 맡겼다는 데 의문점을 갖게 한다.
만약 그렇다고 하면 그럼 살인 현장은 어딘가? S씨는 파리 세느 강에 정박해 있는 위장한 중정선박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열쇠를 이상열이 갖고 있다고 했다. 월간조선은 핵심인물인 ‘이상열’ 취재는 하지 못했다.

하여튼 중정에 의해 김형욱이 파리에 유인되어져 죽게 만든 사실이 밝혀진 것만 해도 큰 진전이다. 그러나 이번 월간조선 취재에서 빠진 부분은 중정자체에서 위장선박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과 살해당한 장소를 명백히 밝히지 못한 점이다.

이 점을 S씨는 당시 후련하게 털어버렸다. “김형욱은 이상열의 총지휘 아래 파리 세느강에 정박한 중정소속 위장선박 내에서 살해당했다”고. 사실인지 아닌지는 조금 시간을 더 두고 판단하는 게 어떨는지. (khso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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