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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걸프국가들의 새로운 아랍 질서 (하)
공일주 중동아프리카 연구소장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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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11  14:4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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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지금은 ‘걸프의 시절’인가?

중동이란 말이 새로운 중동, 대 중동 등 서구의 관심사에 따라 그 용어가 달라졌다고 했다. 그런데 2018년 압드 알칼리끄 압둘라는 그의 책에서 ‘걸프의 시절(라흐다)’이 왔다고 했다. 그가 말한 ‘라흐다’는 짧은 시간을 가리킨다. 이 책 제목에 대해 런던 싱크탱크 전략연구소 소장인 마으문 판디는 ‘걸프의 시절이 지속된다는 말인가? 걸프의 시절이라고 했을 때 어느 걸프 국가를 가리킨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현대 아랍 역사를 되돌아보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아랍 언론에서 걸프 국가들의 영향력과 존재감이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들을 제시했다. 그리고 카이로와 다마스쿠스와 바그다드가 주도권을 놓친 뒤 아랍국가의 정치적 결정은 걸프 국가의 수도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걸프의 도시들이 금융, 외교와 언론의 중심지로 변했다고 했다. 걸프의 새로운 리더(왕)들이 아랍국가로부터 신뢰를 얻고 아랍 움마(공동체)의 리더십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계속되는 무게 중심 이동

걸프의 때가 왔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카타르와 걸프의 세 국가들이 단교한 지 1년이 넘었으나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걸프 국가는 통치권이 이끌어가는 나라들이지 국민으로부터 국민에 의한 정부가 아니다. 인간 역사를 되돌아보면 무게 중심지가 항상 바뀌어 왔다. 로마 제국은 로마가 중심지였으나 이스탄불로 옮겨졌고, 문화, 문명의 무게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갔다. 아랍국가의 경제적인 무게 중심이 걸프로 옮겨졌다는데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카타르는 트럼프의 지지를 얻고 싶어서 돈을 써가며 로비를 벌였다.

이란의 영향력을 아랍 국가로부터 몰아내려는 순니 아랍 무슬림, 무슬림 형제단을 비호하는 카타르, 이란. 터키를 테러 지원국으로 낙인찍은 아랍 순니 이슬람 국가들, 정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리비아, 예멘, 시리아, 팔레스타인 그리고 총선 후 새로운 정부 구성이 원활하지 못한 레바논, 이라크가 혼란의 긴 터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걸프 국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집트가 아랍혁명으로 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이집트 관광객들이 터키로 향했고, 터키 경제가 좋았던 그때만 해도 2018년 터키 리라 화폐가 이렇게 떨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정치, 경제, 종교, 군사, 외교, 문화 등 다양한 무게 중심

미국이 외교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기에는 카이로 미국대사관이 미국의 중동지역 센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이 아부 다비의 미 대사관과 리야드 대사관에 가장 많이 집중하고 있다. 두 지역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관심 지역이 된 것이다.

리야드는 극단 세력과의 전쟁, 국내 개방, 정치와 경제 개혁 등에서 미국과 유럽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국가이지만 걸프에서 가장 리버럴한 국가이고 중동에서 중요한 경제적 중심지가 돼 역내 무역과 관광 허브가 됐다. 최근 사우디의 왕세자 무함마드 븐 살만과 아부다비의 왕세자 무함마드 븐 자이드가 44개 프로젝트에 대해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선언했는데, 그 내용에는 경제 분야, 인적 및 지식 분야, 정치와 안보와 군사 분야가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무게 중심의 변동과정의 성공여부에 따라서 문화적 및 정치적 무게 중심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집트는 지금 경제와 치안에서 문제가 있음에도 자신들이 중동의 무게 중심이 될 거라고 말한다. 군사적인 무게 중심으로는 이집트, 이스라엘, 터키, 이란을 꼽는다. 문화적인 무게 중심을 보면, 한 때 이집트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아랍 세계의 중심 역할을 했다. 그러나 위성 채널이 아랍 세계에 확산되면서 이집트의 드라마가 아랍 세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아랍인들이 안방에서 이집트 드라마만 시청하는 게 아니고 여러 아랍국가의 암미야(대중 아랍어)로 녹음된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게 됐다.

결국 미국의 외교적 입장에서 본 아랍국가의 무게 중심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일지라도 무게 중심의 변동과정의 성공여부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무게 중심이 변동될 수 있다. 잠시 머물다 이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아랍 정책에서는 단순히 경제적 무게 중심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아랍 각국의 외교, 국제관계, 문화, 통상, 대학의 연구 풍토, 기업의 투자 환경, 인적 자원, 인터넷 네트워크 등 다양한 요인들을 살펴봐야 한다.

새로운 아랍 질서는 언제쯤 가능할까?

2011년 수백만의 아랍 시민들이 길거리로 나왔다. 한동안 아랍인들은 과거의 중동 질서가 끝나고 새롭고 더 나은 세상이 올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모든 꿈은 산산이 부셔졌다. 일부 국가는 시민의 봉기로 붕괴되고 일부는 내전으로 치닫고, 일부는 혼란으로 빠져들었다가 통제력을 회복하는 중이다. 아랍의 격변은 과거와 다른 ‘새로운 아랍 질서(니잠 아라비 자디드)’를 만들었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기대한 질서는 아니었다. 아랍 봉기가 성공적인 민주주의를 가져오지 못했어도 새로운 역내 관계를 재구성하게 했다. 전통적인 강국이었던 이집트, 이라크, 시리아가 (이집트를 제외하고는) 겨우 국가 기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50만명의 시민이 살해된 시리아에서는 밧샤르 알아사드가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어서 이란과 러시아를 끌어들였고 리비아에서는 무장 세력이 합법적인 정치 세력들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역내 동력이 동맹관계로 결정되던 시대는 지나갔다. 정치와 경제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국가들이 아랍 지역에서 대리전쟁을 펼치고 있다. 카타르가 이집트의 무슬림 형제단을 지원하고, 이란이 예멘,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 가자 지구에 손을 뻗쳤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선해 사우디,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가 연합해 요르단과 바레인을 위기에서 구해줬다. 지금 거의 대부분 아랍 국가들의 외교 정책은 위협과 기회가 동시에 혼합된 상황에서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아랍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세 가지

아랍 사회의 현재 무질서는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아랍국가의 안보 체제를 위협하는 세 가지 문제는 첫째, 전제 정치와 국가 개발 정책이 없어서 사회와 국가가 구조적 허약 체질을 갖고 있고, 둘째는, 혼란과 소요를 가져올 잠재적인 요인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자정 능력이 부족하고 셋째는, 국제기구와 강대국이 아랍사회의 안정을 가져오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아랍지역의 정치 세력들이 비정규군을 고용하거나 군대의 힘을 빌렸다.

아랍 사회가 폭력적인 극단으로 치달은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전제(독재) 정치가 계속되고, 국가 발전 정책이 실시되지 못했다는 것이다(알샤르끄 알아우사뜨, 8월 31일 13면). 특히 정치와 경제에서 실패한 아랍 국가들은 폭력을 다시 불러왔고 소요를 재생산하고 있다.

아랍혁명의 강풍이 지나간 국가들이 겪고 있는 정치와 경제의 허약한 체질, 실업과 빈곤층의 증가로 소요와 사회적 혼란, 폭력과 강도, 자살 충돌과 심리적 정신적 장애, 교육과 보건, 물 부족의 문제, 난민과 이주민 발생, 무신론자 증가 그리고 모든 아랍 국가에서 나타난 현상으로는,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조리와 부패, 음서제도(와스따), 계층 간 및 부족 간의 갈등, 순니와 시아 간의 종파주의와 타크피르(『이슬람과 IS』 p.69-70 참조) 현상, 정치적 이슬람과의 충돌에서 벗어나고 걸프 국가들이 통합돼 ‘새로운 아랍 질서’가 되살아날 그 때는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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