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신행정수도 아스타나는 '공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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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신행정수도 아스타나는 '공사중'
  • 프레시안
  • 승인 2004.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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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전홍기혜/기자]  "연해주에서 태어나 1937년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돼 이 곳에서 살았다. 한국 대통령이 온 것은 처음이라 고려인들 사이엔 환영이 대단하다. 고국 대통령이 온다니까 나도 열일 제쳐두고 왔다."
  
  19일 노무현 대통령과의 동포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스타나에서 1시간 40분 떨어져 있는 알마티에서 온 고려인 2세 윤 세르게이(82)씨가 밝힌 소회다. 10만 고려인 중 2만이 모여살고 있다는 옛수도 알마타에선 이날 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36명의 고려인이 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을 찾은 목적은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석유 매장량 세계 7위, 우라늄 매장량 세계 1위, 동 매장량 세계 9위 등 자원부국인 카자흐스탄과 에너지 분야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또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을 결정, 이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카자흐스탄은 이미 지난 97년부터 알마티에서 새 수도인 아스타나로 이전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우리보다 한발 앞섰다.
  
  마지막으로 10만여명에 달하는 고려인들을 격려, 위로하는 게 노무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을 찾은 이유다.
  
  고려인 "한국 잊지 않게 해달라"
  
  노 대통령과 간담회를 갖기 위해 아스타나를 방문한 고려인 한구리(63)씨와 윤세르게이씨를 이날 오후 4시 반경 노 대통령이 머무르고 있는 인터콘티넨탈 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한구리씨는 알마티 인문법률대 교수로 지난 95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방한했을때 같이 고국을 찾기도 했었다. 윤세르게이씨는 퇴직한 연금생활자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20년 가까운 나이 차이는 의사 소통 문제에서 가장 아프게 느낄 수 있었다. 윤씨와는 한국말로 대화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한 교수와는 한국말로 대화하다 곳곳에서 막혔다. 중간에 윤씨가 통역을 해야 했다.
  
  이들은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다민족 국가인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은 "다른 민족에 비해 생활이 어렵지 않다"고 윤씨가 밝혔다. 또 소수 민족에 대한 차별도 그다지 많지 않다고 전했다.
  
  19세기 중반부터 고려인 1세들이 러시아로 이주, 1937년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 정착하기까지 숱한 고초를 겪었지만, 6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기반을 내렸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조선족의 존재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들 고려인들은 카자흐스탄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들이 고국에 바라는 것은 "고국을 잊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한구리씨는 "언어없는 민족은 있을 수 없고 민족 문화없는 민족도 있을 수 없다"며 고려인 4,5세들의 한국어 및 문화 교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을 부탁했다.
  
  윤씨도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한국의 경제 성장을 알기 때문에 대한민국 사람들을 헤프게 보지 않는다"며 "한국인으로써 자긍싱을 잃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들은 한국말 전혀 못한다"며 "한국하고 교류가 늘면서 애들한테 (한국말) 공부시킬 생각은 있는데 선생이 없다"며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고려인 75명, 한국교민 14명이 참석한 동포간담회에서 "그동안 뿌리 내려 사는 동안 겪었던 고초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대부분 소상하게 알고 있고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카자흐스탄과 교류가 많아지고 발전하게 되면 한국문화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며 "돌아가면 한국 문화와 한국말을 좀더 자주 접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의 '신행정수도' 아스타나
  
  행정수도 이전 작업이 7년째 진행 중인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시는 한 마디로 '공사중'이었다. 고층 아파트, 관공서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도시 곳곳은 공사중이다.
  
  특히 도심을 가로지르는 이심강 서쪽에는 '신도시 행정센터'가 오는 10월 완공 예정이라고 한다. 행정센터 내에는 46층 짜리 정부청사가 들어선다. 대통령 청사, 상하원 등도 금년말 완공될 예정이다. 또 2007년말 완공을 목표로 특별 경제구역, 주거동 등을 조성중이다.
  
  인구 1백30만 규모의 옛수도인 알마티를 버리고 카자흐스탄이 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하게 된 것은 지난 93년. 91년 소련연방에서 독립한 뒤 러시아의 종속에서 벗어나고 동시에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국경 근처인 아스타나로 수도 이전 결정을 했다. 또 알마티는 동남부 국경지역에 치우쳐 국토의 균형 발전이 어렵고, 알카티가 환유라시아 지진대에 위치했다는 환경적 요인도 있었다.
  
  수도 이전 결정이 나고 7년 동안 아스타나의 인구는 25만명에서 50만명으로 배로 늘었다. 당초 인구 1백만명을 수용하는 작은 행정수도를 목표로 추진됐지만 이 규모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솔직히 카자흐스탄의 '신행정수도' 아스타나에 대한 제일 직접적인 인상은 '불편함' 이었다.
  
  수도 이전을 놓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국민들 사이에 찬반 논란이 오갔다고도 한다.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통령을 비롯한 대다수 관료들이 아스타나와 알마티를 오가며 일을 하고 있다.
  
  아스타나로 대사관을 옮긴 나라도 우크라이나, 그루지아,쿠바, 러시아 등 총 8개국에 불과했다. 일본, 중국, 미국, 터키 등 6개국이 분관을 개설했으며, 우리나라도 노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분관 개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다수의 교민이 알마티에 거주하며, 아스타나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은 20명이 불과하기 때문이다.
  
  19일 저녁에 있었던 동포간담회에서 정상진 민주평통카자흐스탄지회장은 "1만6천 교민들이 남수도인 알마티에서 대통령을 환영하기를 기대했다"고 다소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도 "알마티까지 가서 찾아뵙지 못하고 이리로 오라고 해서 송구스럽다"며 "시간 쪼개 알마티 가서 더 많은 분들 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까지 생각 못했다"고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도 이전이 긴 시간을 요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아직 평가를 하기엔 이르다고 보여진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신도시 신행정센터가 완공되는 올해를 하나의 기점으로, 차차 자리를 잡아나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 카자흐스탄의 행정수도의 모습을 그대로 우리나라에 투영시켜보는 것도 무리다. 행정수도 결정되기 전 아스타나는 아크몰라라고 불리는 작은 광산 도시에 불과했다. 새로운 수도로 결정된 이후인 98년 5월 카자흐스탄 말로 '수도'라는 아스타나로 도시 이름을 바꿨다.
  
  우리보다 뒤쳐진 경제 수준도 수도 이전 작업을 더디게 하는 요소로 보인다. 게다가 세계 어느 나라도 한국만큼 일단 결정을 내리고 나면 빠르게 밀어붙이는 나라가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행정수도 건설이 장기적 프로젝트라는 측면에서 보면 카자흐스탄에서 이를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가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장기 집권이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91년 소련에서 독립 후 지금까지 카자흐스탄 공화국 대통령을 역임하고 있다. 임기는 2006년에 끝나지만 개헌을 통해 2010년까지 집권할 가능성도 있다고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 기업가가 전했다. 수도 이전 결정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강력한 카리스마 덕분에 가능했다고 한다. 대통령령으로 신도시 이전 추진위가 구성됐고, 93년 의회에서 수도이전법이 통과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8일 카자흐스탄 최대 일간지인 '카자흐스탄스카야 프라브다'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신행정수도 건설 사업은 2030년까지 추진하는 사업으로 2007년 상반기에는 본격적인 건설 사업이 시작되고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이전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나는 카자흐스탄이 계속 신수도 건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번 방문을 통해 수도 이전에 관한 양 국가간 전략과 경험을 나눌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원유 매장량 7위, 우라늄 2위 등 자원 부국 카자흐스탄과 협력 강화
  
  이번 노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방문의 최대 성과 꼽힐 부분은 '원자력 협력 협정' 및 '자원 협력 약정' 등 에너지 분야 협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카자흐스탄은 가채 매장량 3백22억 배럴로 세계 7위다. 추정 매장량은 9백66억 배럴이다. 이밖에도 천연가스, 우라늄, 동광 등 광물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나라다.
  
  또 카자흐스탄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을 자국 경제성장 모델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90년 소연방 카자흐공화국 대통령 시절 방한했던 것을 포함, 95년과 작년까지 모두 세번이나 한국을 방문했다.
  
  카자흐스탄은 특히 정보통신 분야에서 한국의 지원을 희망하고 있다. 이번 노무현 대통령 방문에 동행한 SK의 경우, 카자흐스탄 알마티시 통신망 구축 사업을 요청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한국 시각 오후 1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현안에 대해 논의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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