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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위명여권 (1)
강성식 변호사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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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8  17: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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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여권은 국가가 발급하는 신분증명서다. 여권에 기재된 사람의 인적사항을 국가가 보증하는 것이다. 다른 국가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그 여권을 보여주면, 다른 국가들은 그 여권에 기재된 인적사항을 토대로 그 사람에 대해 파악하고 적절히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여권에 기재되어 있는 인적사항이 본국에 등록되어 있는 그 사람의 인적사항과 동일해야만 한다. 그렇게 동일하다는 것을, 여권을 발급한 본국 정부가 보증한다. 다른 국가들은 본국의 보증을 믿고, 그 여권을 근거로 관련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즉, ‘본국의 보증’이 그 여권이 효력을 가질 수 있는 필수 전제이다.

그런데 본국에 등록되어 있는 본인의 인적사항과 다른 인적사항이 기재된 여권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이 본인의 실제 인적사항과 다른 인적사항이 기재된 여권을 ‘위명여권’이라고 한다. 위명여권은 ‘위・변조여권’과는 다른 것이다.

‘위조여권’은 아예 본국 정부에서 발급한 적이 없는 여권을, 아무런 자격 없는 사람이 새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변조여권’은 본국 정부에서 여권을 적법하게 발급받은 후 그 여권에 기재된 인적사항을 조작하여 변경한 것이다. 그와 같은 ‘위・변조여권’은 본국 정부가 그 여권에 기재된 인적사항을 처음부터 보증한 적이 없거나, 보증이 훼손되었으므로 법적으로 유효하지 않은 여권이 된다.

따라서 외국인이 ‘위・변조여권’을 사용하여 한국에 입국하게 되면, 출입국관리법 제7조 제1항의 “외국인이 입국할 때에는 유효한 여권과 법무부장관이 발급한 사증(査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하게 되며, 적발되면 형사처벌 또는 강제출국조치를 받을 수 있다(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 제1호, 제94조 제2호).

그런데 위명여권은 본국 정부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발급한 여권으로, 본국 정부의 인적사항 보증이 여전히 유효한 여권이다. 다만 그 여권을 사용한 사람이, 실제로는 그 여권에 기재된 사람이 아닌 경우를 말한다.

위명여권은 두 가지 종류가 있을 수 있는데, 아예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여권인 ‘허무인(虛無人) 명의 여권’과, 실제 존재하는 다른 사람의 여권인 ‘타인 명의 여권’이 그것이다. ‘타인 명의 여권’은 그 여권에 기재된 명의자가 사용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유효한 여권임은 당연하다. ‘허무인 명의 여권’도 본국 정부가 그 ‘허무인’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 사람임을 인정하여 그 여권 발급을 취소하기 전까지는, 본국 정부의 발급행위 자체가 유효하므로 유효한 여권이다(행정행위의 공정력).

따라서 위명여권은 여권 자체는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여권을 사용한 사용자가 ‘본인 명의가 아닌 다른 명의 여권을 사용한 행위’ 자체가 문제 있는 것이 된다. 그런데 우리 법원은 조금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우리 법원은 기본적으로 위명여권을 사용하는 경우 한국 정부가 그 사람과 관련된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게 되어 출입국관리업무에 큰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점을 근거로, 위명여권은 ‘무효인 여권’이라고 판단하고 있다(서울고등법원 2014. 4. 25. 선고 2013누49830 판결 등). 위명여권 사용 행위가 문제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위명여권 자체의 효력이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위명여권 사용으로 인한 문제점은 중대하고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법원의 입장처럼 본국 정부가 발급한 여권을 일방적으로 한국 정부가 ‘무효’라고 판단해버리는 것은 개념적으로도 옳지 않을뿐더러,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그러한 점을 고려하여, 일부 하급심 법원은 위명여권의 경우 본국 정부의 보증이 여전히 유효하니 ‘유효한 여권’이라고 판단한 경우도 있다(서울행정법원 2013. 10. 10. 선고 2013구합10342 판결, 수원지방법원 2014. 10. 31 선고 2014구합56810 판결 등). 이 하급심 판결들은 위와 같이 본국 정부의 공적 행위인 ‘여권발급행위’를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무효화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최소한 한국 정부가 본국 정부에 실제 인적사항을 확인해보는 노력을 한 후에라야 무효화를 고려해볼 수 있음을 지적한다. (다음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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