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보영 월드옥타 코펜하겐 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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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보영 월드옥타 코펜하겐 지회장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8.05.0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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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 코펜하겐무역관 18년 경험으로 청년, 중소기업 덴마크 진출 돕겠다

▲ 정보영 월드옥타 코펜하겐지회장
정보영(덴마크 명 요한센) 세계한인무역협회 코펜하겐지회장은 지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최초의 현지 국적 무역관장으로 일했다. 

1986년 비즈니스 사절단으로 한국을 방문한 남편과의 인연으로 1988년부터 덴마크 땅에서의 삶을 시작한 그녀는 1997년 직원으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코펜하겐 무역관과 인연을 맺은 뒤 2008년 관장에 취임하고 2015년 퇴임까지 18년 간 한국과 덴마크 간 경제 교류에 큰 공을 세웠다.

퇴임 뒤에는 세계한인무역협회 코펜하겐지회장을 맡아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 청년과 중소기업의 코펜하겐 진출을 지원하고 있는 정보영 지회장을 재외동포신문이 만났다.


▲ 정보영 월드옥타 코펜하겐지회장 가족사진 (사진 정보영)

Q. 만나 뵙게 돼 반갑습니다. 덴마크로 삶의 터전을 옮기신지 올해로 30년이 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먼저 덴마크에서 사시게 된 이야기를 좀 듣고 싶습니다.

정보영 지회장(이하 정) : 예 1988년에 덴마크로 왔으니 올해로 딱 30년 됐네요. 덴마크에는 남편을 따라 오게 됐습니다. 남편은 1986년 가을에 한국을 방문했던 덴마크 비즈니스 사절단 일원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어를 못하는 남편의 통역을 도와주면서 인연을 이어가게 됐어요. 남편이 덴마크로 돌아간 뒤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다가 1988년에 제가 덴마크로 가서 부부의 연을 맺게 됐습니다.

Q.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최초의 현지국적 무역관장’, 아마 꽤 오랫동안 정 지회장님을 소개할 때 빠지지 않을 수식어 같습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코펜하겐무역관과 함께 하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정 :제가 1997년부터 코펜하겐무역관에서 일을 하게 됐는데요. 거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그 당시 코펜하겐 무역관장 부인께서 덴마크 신문에 실린 우리 부부 결혼사진을 보셨어요. 그 당시만 해도 지금보다 덴마크에 한국인이 더 적었고 또 한복까지 입고 있으니 눈에 띈 것 같습니다.

사모님께서 먼저 연락을 주셨고 그 인연으로 무역관에 행사가 있을 때마다 통역 담당을 맡게 됐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관장님께서 무역관 현지 직원 제의를 하셨어요. 그런데 당시 우리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엄마 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처음엔 거절했어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관장님께서 육아를 위해 출근 시간도 늦춰주시고, 퇴근도 빨리 하게 해주시는 등의 배려 덕에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저도 감사한 마음으로 주말에도 집에서 업무를 보고 열정적으로 일했습니다.

그렇게 10년 정도 열심히 근무한 뒤 2008년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조환익 사장님이 취임하시면서 제가 무역관장의 중책을 맡게 됐습니다. 조 사장님 뜻이 현지 사정에 밝은 이들을 적극적으로 무역관 책임자로 임명하자는 것이기도 했고요.

원래는 2010년까지 2년 간 관장 직을 수행하기로 했는데 결국 5년을 더 해 지난 2015년에 18년 간 이어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코펜하겐 무역관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 한 모임에서 대화를 나누는 정보영 지회장 (사진 정보영 지회장)

Q. 그 18년 동안 힘들었던 점을 꼽는다면 어떤 점들이 있을까요?
정 :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일단 일과 가정 사이에 균형을 잡기가 어렵더라고요. 무역관에서 처리할 일이 너무 많은데 아이들은 아직 엄마가 필요할 나이니까요. 노력한다고 했는데도 아직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무역관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안정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일과 중소기업에서 기회를 주고 지원하는 등 성과를 바로 기약하긴 힘들지만 새롭게 추진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치우치지 않는 게 어려웠습니다.

Q. 2015년 퇴임 이후에는 주로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정 : 코트라에서 근무하면서 습득한 노하우를 국내기업에게 더 널리 전달하기 위해 그간의 활동을 되돌아보며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현장에서 부대끼며 몸에 밴 노하우라 국내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한국 사회 가장 큰 이슈중에 하나인 청년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세계한인무역협회 코펜하겐 지회장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현지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해볼 생각으로, 덴마크 기업인들과 네트워킹 강화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 야외행사에서 줄다리기에 참가한 정보영 지회장 (사진 정보영 지회장)

Q. 한국 청년이나 학부모들은 덴마크를 삶의 질이 상당히 높은 곳으로 생각합니다. 덴마크에서 오랫동안 살아오셨는데 한국과 덴마크에서의 삶,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지요?
정 : 요새 한국에서도 ’워라밸’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일과 가정의 양립’ 이 화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덴마크는 일찍부터 이 ’워라밸’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물가가 유럽 내에서 가장 비싼 축에 속하기 때문에 맞벌이가 필수가 되다 보니 자연스레 정착하게 된 것이지요 각자에게 가장 잘 맞는 근무 시간을 선택해서 일하는 유연근무제가 보편적으로 자리잡고 있고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을 경우에는 눈치 보지 않고 정시에 칼퇴근 합니다.

초과근무를 할 경우에는 고용주로서도 금전적인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도 칼퇴근을 장려합니다.

덴마크에서는 특이하게 스쿨버스가 없습니다. 부모가 자녀의 등하교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정시출퇴근 문화가 자리잡는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퇴근 이후에는 가족 중심의 활동이 많이 이뤄집니다. 한국과는 달리 회식 문화가 없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가족이 모여서 얘기하고(휘게문화), 같이 여가활동을 즐기는 게 보편적입니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아닌가 합니다.

또 하나 다른 것은, 덴마크는 하나의 잣대로 평가받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학력이나 빈부의 격차, 직업, 집안이 그 사람이 갖는 지위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각자가 맡은 역할이 다른 것일 뿐, 한국에서 처럼 갑을병정 식의 수직적 관계가 설정되지 않습니다. 수평적인 관계인 것이지요. 또한 한국에서는 학력에 따라 사실 상 일할 수 있는 직종이 제한되지만 여기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장관이 될 수 있고, 국회의원이 될 수 있습니다. 역량이나 경험이 중요하지 학력이나 출신배경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Q. 코트라 코펜하겐무역관 18년 근무 경험을 하셨으니, 한국 청년들의 덴마크 진출 전망과 유망업종 그리고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그리고 한국 기업들의 덴마크 진출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정 : 우파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린카드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한국 청년들이 구직할 수 있는 여건이 어려워진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덴마크는 구인난을 겪고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전문직종을 공략하거나 한국을 대상으로 교역량이 늘어나고 있는 기업을 타겟으로 구직을 한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덴마크는 엔지니어링이나 정보통신기술 분야 등 구인난을 겪고 있는 전문 직종의 포지티브 리스트(해외 인력이 진출할 수 있는 직종목록)를 정하고 있는데, 이 분야의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구직이 가능하고 취업비자를 발급 받을 수 있습니다.

또 한국과 교역을 늘리고자 하는 기업들도 많은데, 이들 기업을 공략한다면 취업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내 파트너사와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할 인력이 필요한 경우에는 전략적으로 한국 청년을 채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에 떠오르는 덴마크 신발 브랜드에서 한국 진출을 꾀하기 위해 덴마크에서 대학원을 갓 졸업한 한국 유학생을 전격 채용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덴마크 내 구직활동을 위해서는 일단 덴마크 회사들이 보편적으로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서 면밀히 알아보고 이에 맞춰 인터뷰를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례로 덴마크는 한국과는 달리 상명하달식의 수직적인 근무환경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라도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일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적극적으로 일을 찾아내고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번은 현지 회사에 무급 인턴과정을 거쳐 정규직 전환에 성공한 한국인과 얘기할 기회가 있어 성공의 비결을 물어봤습니다.

1명의 정규직을 뽑는데 자기와 덴마크인 1명이 경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무급인턴 3개월 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1명을 뽑을 거라고 했답니다. 자기가 불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최종적으로 자기가 선정되어서 자신조차 의아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회사에 물어보니 “우리가 관찰해보니 당신은 일이 없을 때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서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적극성이 필요했던 거지요.

한국기업의 덴마크 진출과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덴마크가 물가가 매우 비싼나라다 보니 현지에 진출하려는 국내기업 수요가 저조한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대만이나 일본, 중국 등 타 아시아 기업 사이에서는 중대형 덴마크 하이테크 기업 인수를 통해 유럽이나 전세계 시장에서 겨룰 수 있는 기술경쟁력을 얻거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내기업도 합작투자나 기업인수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보영 월드옥타 코펜하겐지회장 (사진 정보영)

Q.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한국 청년들에게 주고 싶은 말씀을 자유롭게 해주십시오.
정 :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들 청년의 꿈이 이뤄지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냉철한 자기 성찰과 깊은 고민을 통해 내가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가를 알아내고, 내가 원하는 직장에 이를 구체적으로 어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사가 필요로 할 것 같은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과 같은 외국인을 채용하기로 결정한 회사는 현지인과는 다른 무언가를 여러분에게 기대하기 때문일거에요. 그게 무엇인지 빨리 캐치해내고, 이를 만족시켜야 회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예요. 살아남아야 계속 발전하고 꿈도 펼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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