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문만 열어 놓은 아쉬운 '열린외교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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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문만 열어 놓은 아쉬운 '열린외교마당'
  • 김정희기자
  • 승인 2004.08.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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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외교부 내부인들 참석해 어려움 호소
보다 자유롭게 쓴소리 듣는 열린 공간 되어야

지난 8월 5일 외교안보연구원에서는 제1회 열린외교마당 토론회가 열렸다.
고 김선일씨 사건 이후 안팎으로 갖은 비난을 받았던 외교부가 자아성찰을 하고 열린 마음으로 발전을 도모하겠다며 만든 자리이다. 하지만 첫 번째 토론회 자리는 문을 반쯤만 살짝 열어 둔 아쉬운 열린마당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발표자들 대부분이 외교부 내부 직원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들인 데다 참석자들도  퇴임 대사를 비롯한 친 외교부 인사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열린마당이 더욱 큰 아쉬움을 남긴 이유는 단순히 참석자들의 직책 때문만은 아니다.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의 대부분이 외교부의 향후 변화를 위한 대안보다는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우리나라 외교부가 선진국과 달리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있는지에 대한 비교 분석이 주를 이루어 진정한 열린마당의 의미를 살리지 못했다.

총 3부에 걸쳐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오갑렬 외교부 재외국민영사국 심의관의 '재외국민보호 시스템의 문제점과 대책' 발표로 시작됐다.
오 사무관은 재외국민 사건 사고 현황 자료들을 공개하고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사전홍보안으로 '여행경보 공지제도'를 도입, 여행지의 치안, 테러 등 위험정도에 따라 여행주의, 경고, 제한, 철수 4단계로 경보 공지를 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또한 사건 발생시 해결을 위한 각종 처리 매뉴얼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대응할 것, 관계부처간의 협조 도모를 위한 대테러 대책위원회 구성, 해외 체류자 명단 관리체제 구축 등을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2부에서는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의 '테러시대의 국익과 한국외교'라는 발표를 시작으로 보다 원론적인 외교의 의미와 현 세계 정세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길정우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외교부 개혁과 한국외교의 과제'라는 제목으로 강도높은 비판을 했다.

 첫 토론회인 만큼 기조 발표 내용들이 충실한 편이었지만, 이에 뒤따르는 토론에서는 외교부의 부족한 인프라와 고충을 성토하는 수준에서 머물렀다.
토론자로 참석한 열린우리당 김성곤 의원은 "이번에 국정조사관으로 이라크에 방문해 현지 영사들과 함께 생활해 보니 과다한 업무와 위험한 근무 환경 등으로 안타까웠다"며 외교부 위로에 나섰다. 또한 청중석에서 발표한 한 퇴임 대사는 자신이 이란, 이라크 지역에서만 20년 가까이 근무했다며 외교부 내에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영사들의 열악한 근무 현황을 털어놨다.

하지만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길정우 논설위원의 경우 "힘들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금까지 외교부는 너무나 고자세로 일관하며 안일하게 일했다"며 일침을 가했다. 미국 외교부의 경우 국회의원, 언론 등에 끊임없이 정책 홍보 활동을 한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외교부가 직접 나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강태호 한겨레신문 정치부 차장 역시 "강대국 중심 외교에서 벗어날 것"을 강조하며 "잘못된 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는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쉬움 속에 막을 내린 열린외교마당은 향후에도 회를 거듭하며 계속될 예정이다. 앞으로 열리게 될 자리는 외교부 내부의 성토의 장이 되기보다는 현실속에서의 최선책을 찾는, 보다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진정한 열린마당이 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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