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브라질에선 느낄 수 없는 한국만의 크리스마스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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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브라질에선 느낄 수 없는 한국만의 크리스마스 문화
  • 카를로스 고리토
  • 승인 2015.12.2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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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인 카를로스 고리토
한국에 온 2008년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한 두 번을 제외하고  대부분 브라질로 돌아가곤 했다.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연휴라는 브라질사람 특유의 사고방식 때문이었다. 특히 브라질은 많은 국민들이 카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더욱 크리스마스를 중요하게 여긴다.
 
 브라질에서 크리스마스란 한국의 설날이나 추석과 비견될 정도로 큰 명절이다. 선물을 나누고, 미사에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오랜만에 만난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그리고 이렇게 한 번 모인 가족들은 그대로 1월1일 새해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즐겁게 연말을 맞이한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이는 행사이다 보니 아주 특별한 준비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손주들에게 깜짝 선물을 주고 싶어하는 할아버지들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타학교에 가는 것이다.  22년여의 역사를 자랑하는 브라질 산타학교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개교하여 나흘정도 집중적인 산타 훈련을 시킨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완벽하게 부르는 것은 물론 산타 할아버지 특유의 웃음소리와 패션까지 완벽하게 전수한다. 오랜만에 보는 가족들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주고 싶어하는 할아버지들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광경이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브라질에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일 경우에는 한국에서 친구들과 소소하게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는 편이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면서 느낀 점은 한국의 크리스마스는 ‘브라질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라는 것이다. 우선, 음식을 준비하러  장을 보러 나갔는데 온통 커플들 천지인  거리 풍경이 신기했다. 또 크리스마스 관련 뉴스 기사에서 한국에서 콘돔이 가장 많이 팔리는 날이 크리스마스 날이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연인들의 날, 로맨틱한 날로 여겨지는 것이  참 신기할 정도다.  


 연인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친구들과 모여 파티를 열거나 혹은 새로운 이성을 만나러 놀러 나간다는 점도 신기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이곳 저곳에서 ‘솔로파티’ 혹은 ‘솔로대첩’ 과 같은 솔로탈출 이벤트 홍보가 이루어진다는 점 등은 브라질에선 전혀 생각할 수 없는 광경이다.
 
 한국의 크리스마스와 브라질의 크리스마스의 또 다른 차이점은 바로 ‘풍경’이다.  브라질에서 크리스마스는 한 여름에 있는 명절이다. 그래서 산타 할아버지들은 더위에 많은 고생을 한다. 더운 날씨 때문에 대부분의 가족들은 크리스마스를 해변에서 보낸다. 일광욕을 하고 물놀이를 즐기며 가족 간에 화목한 시간을 갖는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추운 겨울 날씨 덕분에 눈이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로맨틱한 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연인들은 서로 손을 꼭 맞잡고 체온을 나누며 직접 만든 목도리나 장갑같은 선물을 나누기도 한다고 들었다.
 
 이렇게 다른 크리스마스 풍경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명절을 보낸다는 점에는 한국이든 브라질이든 같은 것 같다. 도시 곳곳에 울려 퍼지는 캐롤에 설레는 마음과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 역시 모두 같다.

 한국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캐롤과 함께 하든, 브라질의 뜨거운 여름과 바다를 노래하는 캐롤과 함께 하든, 크리스마스의 중요한 점은 지구 반대편 어디라도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가족이든 연인이든 혹은 친구들이든,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모두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길 바란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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