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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역사산책] 삼국사기 일식 기록의 비밀
이형모 발행인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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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18  1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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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모 발행인
 <삼국사기>에는 천문현상 관측기록이 많이 기록되어 있다. 오늘날 컴퓨터로 해와 달의 운동을 계산하면 과거 수천 년 전에 일어난 일식도 그대로 재연할 수 있다. 역사서에 기록된 일식 기록들의 사실 여부를 검증한 다음, 나라별로 일식 기록을 따로 묶는다.
 
 그 다음 한나라가 관측한 여러 개의 일식 모두를 가장 잘 관측할 수 있는 지역을 찾는다. 일식이 일어난 지역이 한곳에 모이는 정도를 보아 그 기록들이 실측 자료인지 가늠할 수 있고, 그렇게 한곳으로 모이는 지역으로 그 나라의 강역을 추정할 수 있다. 이 착상은 원래 단군조선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떠올린 것이었다.
 
 
   한중일 역사서의 일식 실현율

 
 기록을 집단적으로 분석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바로 실현율에 관한 것이다.
 역사서의 일식 기록들 중에 천체 역학적 계산을 통해 실제로 그 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기록의 비율, 즉 실현율이 가장 높은 역사서가 바로 <삼국사기>라는 점이다.
 
 <삼국사기>에는 일식 기록이 총 66개가 있는데, 그중 53개가 사실로 확인되어 80%의 높은 실현율을 보였다. 특히 서기 200년까지의 초기 기록은 그 실현율이 89%에 이른다. 그런데 <삼국사기>가 그 천문 기록을 베꼈다던 중국 역사서의 일식 기록은 오히려 이보다 실현율이 떨어진다.
 
 중국 일식 기록의 실현율은 한나라 때 78%로 가장 높고, 그 이후부터 당나라 말까지 약63~75%의 수준을 보인다. 일본의 경우는 이보다도 훨씬 낮다. 일식이 처음으로 기록된 서기 628년부터 950년대까지의 일본의 초기 기록은 실현율이 35%에 불과하다. 셋 중 두 개는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은 일식 기록인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가 중국의 기록을 베낀 것이 아니라, <삼국사기>의 일식 기록이 독자적인 실제 관측에 근거하여 기록된 것임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이다.
 
 
   일식 관측 지점 비교
 
 <삼국사기> 일식기록의 또 하나의 특징은 삼국의 각 나라가 기록한 일식들의 경우,
 일식 때 지구상에 드리워지는 달 그림자가 매번 비슷한 지역에 떨어지는 일식이어서 일식들을 볼 수 있는 지역이 늘 같은 곳이라는 점이다. 이는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관측자가 각각 지구상의 고정된 한곳에서 꾸준하게 관측한 실측 자료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에 비해 중국 사서에 나오는 일식들은 <삼국사기>에 나오는 일식들만큼 한곳에 집중되지 못한다. 중국 역사서의 경우 수도에서 직접 관측한 것이 아니라 지방관서나 타국으로부터 전해 듣고 적은 기록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 생각된다.
 
 반면에 일본 사서에서 서기 950년 이전에 기록된 일식들 중 약 3분의 2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것들인데, 그나마 실제 일어났던 나머지 일식들마저도 지구상에 광범위하게 흩어져 지나가는 것들이다. 한마디로 직접 관측한 기록들이 아니라는 증거이다. 당대나 후대에서 조작된 기록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삼국사기’의 일식 관측지는 한반도가 아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수록된 일식 모두를 가장 잘 관측할 수 있는 지구상의 위치는 ‘발해만 유역’이다. 그리고 서기 2~3세기에 주로 나오는 고구려의 일식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위치는 만주와 몽고에 이르는, 백제보다 북쪽 위도의 지역이었다.
 
 신라의 일식 기록은 서기 201년 이전과 787년 이후로 양분되어 있다. 그중 서기 201년 이전 상대(上代) 신라의 일식 최적 관측지는 ‘양자강 유역’으로 나타났다. 서기 787년 이후에 나오는 하대(下代) 신라에선 ‘한반도 남부’가 최적 관측지로 밝혀졌다.
 
 즉, <삼국사기>에는 신라 초기에는 남쪽(양자강 유역)으로 지나가는 일식이 주로 기록되어 있고, 고구려에는 북쪽(만주와 몽고)으로 지나가는 일식이, 백제에는 그 사이(발해만 유역)로 지나가는 일식들이 기록되어 있다.
 
 실현율이 낮은 중국의 기록을 무분별하게 베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없다.
 <삼국사기>의 편찬자인 김부식 등이 고도의 천체 역학적 계산으로 주도면밀하게 편집했을 리도 만무하다. 그러므로 <신라본기>, <고구려 본기>, <백제본기>의 일식 기록은 각각 서로 다른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관측하여 나온 자료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삼국의 큰물 기록을 추적하다
 
 하지만 아직도 남은 문제가 있다. 왜 한반도가 아닌 ‘중국 대륙 동부’일까? 상대 신라와 백제의 최적 일식 관측지가 왜 한반도 안에 있지 않고 중국대륙 동부에 위치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천문 기록 이외의 다른 자연 현상 기록들을 더 살펴보기로 하고 <삼국사기>를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한반도의 자연 현상 중 가장 두드러지게 지역적, 계절적 차이를 보이는 것이  ‘장마 현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즉, 양자강 유역과 한반도는 장마가 지는 때가 한 달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대수(大水)는 큰비, 큰물을 뜻한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이러한 큰물이 일어나는 시기가 삼국마다 차이를 보인다. 신라의 경우 서기 약500년 이전에는 음력 4~5월에, 그 이후에는 5~8월경에 큰물이 났다.
 
 현대의 기상 관측 자료에서 서기 500년 이전의 신라처럼 음력 4~5월경에만 큰비가 내리는 곳은 바로 양자강 유역이다. 일식 기록으로 찾은 ‘상대 신라’의 관측지와 기상 기록으로 찾은 관측지가 같은 것이다. 반면에 서기 500년 이후의 신라 기록처럼 음력 5~8월에 큰비가 내리는 곳은 산동반도와 한반도의 위도로 나타났다. 이것은 바로 ‘하대 신라’의 일식 관측지(한반도)와 일치한다.
 
 한편 <삼국사기>에서 백제는 큰물 시기가 상대 신라에 비해 한 달 정도 늦게, 고구려는 백제보다도 더 늦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역시 백제의 일식 관측지가 발해만 근처이고, 고구려의 일식 관측지가 그보다 고위도 지역이라는 사실과 부합한다.
 
 
   신라, 백제의 강역은 중국대륙이었나?
 
 나는 한 나라의 역사서에 수록된 일식 관측지가 그 나라의 강역일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천체 관측과 같은 중요한 일은 그 나라의 수도에서 이뤄지는 것이 가장 타당하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의 옛 책에 나오는 자연 현상 기록을 역사학계에서 사료화 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 놓기 위해 이 작업을 한 것이다.
 
 그 다음은 역사학자들에게 넘겨 드릴 몫이다. 다만 어떤 시나리오로 구성되든 간에, 앞으로 우리 국사는 여기에서 밝힌 <삼국사기>의 자연 현상 기록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 박창범(천문학자)의 저서에서 발췌.


 *고구려, 백제, 신라와 중국의 여러 나라 사이에서 있었던 전쟁 기록들을 역사서에서 살펴보면, 백제와 신라의 강역이 발해만 유역과 양자강 유역이라야만 이해할 수 있는 '역사 기록'들이 많다.
 
 다만 고구려의 패망 이후 통일 신라 시대에 이르러 강역이 대륙에서 한반도로 축소되면서 그 이전 사료들이 망실되었다. 또한 사대주의 역사가들의 왜곡으로 삼국시대와 그 이전의 역사가 본 모습을 뚜렷이 알 수 없게 되어 통탄스러울 따름이다.
 
 천문학자 박창범 교수가 <삼국사기>에서 ‘일식’ 기록과 ‘장마’ 기록을 현대 과학의 천체 역학적 계산으로 분석하여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으니, 이후 ‘삼국시대’ 역사 연구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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