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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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5.09.1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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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는 날까지 변해야 하는 것

▲ 조현용(경희대 교수, 국제교육원 원장)
  나이 든 분께 가끔 듣는 이야기 중에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갑자기 착하게 살려고 하거나,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려고 할 때 농담처럼 던지는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날 때가 되면, 착해지려 노력하는 것을 놀리듯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철들자 망령이다’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이 말도 다 늙어서야 철이 들었다는 것을 비꼬면서 하는 말입니다. 망령 들 나이가 되어서야 철이 든 것이니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겠죠.

  생각해 보면 죽음 앞에서 착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듯합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생각해 본다면 사후(死後)에 대한 두려움이 착해지려는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왕이면 마지막 순간이라도 착하게 살아서 혹시 모르는 사후 세계를 대비하는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또한 그동안 못해 주었던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도 원인이 될 겁니다. 가능하면 나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남겨두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겠죠. 특히 가족들에게는 그러한 마음이 클 겁니다. 나를 기억할 때, 아련한 그리움이 있었으면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는 말을 ‘사람이 죽는 날까지 변해야 한다’로 바꾸고 싶습니다. 늘 똑같이 살면서 자신이 행한 해악(害惡)들을 그대로 되풀이 하며 산다면, 참으로 답답한 일입니다. 여기서 변한다는 말은 좋아진다는 말입니다. 아름답게 변한다는 뜻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집착이 많아진다면 잘못 변한 겁니다. 나이가 들수록 놓아버리는 것이 많아져야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깨달음에서 멀어지는 것은 잘못 변하는 겁니다. 오래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자신이 그동안 지은 죄를 씻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죽음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우리는 하루하루 아름답게 변해가며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죽음을 향해 달려갑니다. 나이가 들수록 달려가는 속도는 더 빨라집니다. 나이가 들수록 1년이 참 빠르게 지나갔다는 말들을 합니다. 그것은 내 몸의 움직임 느려질수록 내 주변의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또한 열 살짜리에게 1년은 인생의 ‘10분의 1’이지만, 50살에게 1년은 인생의 ‘50분의 1’이어서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말도 재미있습니다. 살아온 세월에 비추어볼 때 시간이 점점 짧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우리들 모두 점점 1년이 빠르게 느껴질 것입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저는 한 가지 결심을 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라도 늘리자는 생각. 생각해 보면 우리는 아주 쉬운 일도 주변 사람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들은 하도 안 하다 보니 어떻게 하는지조차 잊은 것들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우리가 못하는 것들은 참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버스도 지하철도 잘 이용하지 못 합니다. 집에서 하는 일들은 더 심각합니다. 못을 못 박고, 세탁기를 못 돌리고, 화장실 청소를 못하고, 간단한 요리도 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의 컴퓨터 게임을 걱정하지만, 컴퓨터 게임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닌텐도 게임이나 아이팟의 전원도 제대로 끄지 못합니다. 인터넷으로 공연 예약도 못하고, 기차나 비행기 예약도 못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늘리는 것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가족과 함께 지낼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질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분야의 책들을 읽는 것도 그렇고,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시작해 보는 것도 그렇습니다. 새로 아는 것을 복잡하고, 귀찮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나를 깨어있게 하는 것이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은 변해야 정말로 살아있는 겁니다. 늦게라도 철이 드는 게 훨씬 더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