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한인회총연합회(회장 박세익)가 재파라과이한인회와 주파라과이한국대사관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긴급 대표단을 구성해 지난달 24일 파라과이를 방문, 현지 여론을 수렴하고 사태를 파악했다.
박세익 중남미총연 회장(칠레)을 비롯해 이병환 아르헨티나 한인회장, 이형만 우루과이 한인회장, 박남근 브라질 한인회장 등 4명의 중남미총연 대표단은 이번 파라과이 방문과정에서 제일 먼저 한인회를 방문해 그간의 상황을 상세히 브리핑받은 뒤 파라과이 각계의 한인동포들과의 만남을 통해 여론을 수렴했다. 대표단은 또 26일 오후 1시에 한인회 고문단이 마련한 환영 오찬자리에 참석했다.
중남미총연의 이번 방문은 파라과이의 민-관 갈등과 관련해 지난 6월19~21일 우루과이에서 열린 긴급 총회에 상정된 대표단 파견 결의에 따른 것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재외공관이 한인회의 존재를 무시한 것은 경솔한 처사였다는 취지의 서명운동이 한인동포사회 각 단체들을 중심으로 일어났고 분규 사태에 대한 동포 일반의 분노가 확산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이에 따라 김광진 파라과이 한인회장이 우루과이로 건너가 중남미총연 회의에 참석, 긴급안건을 상정했으며, 총연은 대표단을 꾸려 사태 파악 및 여론 수렴에 힘쓰겠다고 약속해 이번 방문으로 이어졌다.
총연의 이번 파라과이 방문에서 고문단 대표인 구완서 고문은 간단한 환영사에서 "파라과이 동포사회는 여러분들이 다 아시다시피 과거 남미이민지의 교두보 역할을 하며 선구자적 이민역사를 일궈 낸 자랑스런 동포사회였다"며 "이런 파라과이 동포사회가 6000명의 한인동포가 함께 어우러질 축제의 장인 이민 50주년 자축연 행사를 목전에 둔 시점에 영문도 모른 채 졸지에 분규단체로 전락된 불량동포사회가 돼버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심경을 토로해 분위기를 숙연하게 했다. 구완서 고문은 "(대표단이)방문한 김에 우리가 해결 할 수 없는 이 중차대한 문제를 꼭 좀 해결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세익 총연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먼저 좋은 일로 찾아 뵈었어야 하는데 어려운 문제를 가지고 찾게 돼 유감"이라며 "중남미총연에서 파라과이 한인회 분규단체 지정에 대한 조사를 위해 대표단을 구성해 방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세익 회장은 "총 20여 개국에서 5명으로 구성됐지만 출국 전 부득이한 사정에 의해 한 분이 참석을 못하게 됐고 나머지 4명이 파라과이 한인사회가 어떤 상황에 있는가를 알아보고자 왔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본회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원만하게 중재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뒤이어 참석자들은 나름의 견해를 발표했다.
최희중 변호사는 "중차대한 이 사건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국회 국정감사에 채택이 되도록 해 분규지정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했다. 전순기 축구협회장은 "서명운동의 속도를 가속화해 1000명 동포의 서명 운동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경식 골프협회장은 "미국 출장 중에 소식을 듣고 담당 영사에게 항의전화를 걸어 골프협회가 언제 한인회를 분규단체로 지정해달라고 대사관에 건의했냐고 사실 유무를 묻자 대사와 확인을 한 뒤 연락을 주겠다 해서 기다렸다"며 "몇 시간 뒤 대사가 직접 전화를 해 직원의 실수로 골프협회 이름이 나간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미안하게 됐다고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김경식 회장은 이어 "그 뒤 골프협회는 이 중대한 사안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긴급이사회를 개최해 결의된 내용을 언론사를 통해 성명을 발표했음은 물론이고 대사관에 이메일로 골프협회는 이번 분규사태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내용의 해명서를 신문을 통해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지금껏 대사관은 아무런 답이 없다"고 밝혔다.
봉제업에 종사하는 김영철 대표는 "이제 더 이상 탁상공론식의 회의는 의미가 없다"면서 "지금부터라도 한인회를 중심으로 본국 파견단을 구성해 그동안 준비된 자료와 함께 본국으로 달려가 청와대를 비롯한 관계기관을 직접 방문해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하고 분규단체로 지정한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Oh-Inter의 오승헌 대표는 "여러 차례 외교부 감사실에 전화를 해 분규지정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으나 직답을 피했다"며 "앞으로는 한 두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모든 한인동포들이 한 목소리를 내어 계속 요구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밖에도 모든 참석자들은 "주파라과이한국대사관에서 외교부에 건의한 4가지 분규지정 건의 사항은 지극히 일방적이고도 감정적인 처사"라면서 "재파라과이 한인사회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 오명과 불명예에서 하루 빨리 회복돼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성토했다.
총연합회 대표단으로 파라과이를 찾은 이형만 우루과이 한인회장은 "대표단이 이곳에 온 목적은 이번 사건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고 언젠가 우리도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동병상련'의 심정 때문"이라며 "제 3자의 입장에서 한인회 관계자를 비롯한 각계의 한인동포들 그리고 공관의 설명을 듣고, 총연합회 20여 개국 회원국들이 머리를 맞대고 숙의해서 사태 수습을 위한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병환 아르헨티나 한인회장은 "개인적으로 파라과이를 엄청 사랑하는 사람이자 50주년 행사준비를 위해 파라과이 한인회와 작년부터 자주 교류를 가졌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지원금 관계로 많은 협의 끝에 좋은 결과가 이뤄져 당연히 훌륭한 행사가 준비되고 있는 줄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분규단체로 지정이 돼 모든 행사가 정지된 상태라고 하니 놀라움과 충격이 컸다"고 밝혔다.
이병환 한인회장은 이어 "막상 총연합회 대표단으로 와서 보니 분규라는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인사회 모습에 더욱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며 "한국학교, 한인회, 한인체육공원, 한인공원묘지 등의 시설물과 한인사회 자산들을 둘러보고 부럽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고 전했다.
끝으로 박세익 총연합회장은 "저희는 모든 경비를 자비로 충당하며 이곳에 출장을 와 3박4일 동안 체류하면서 한인회 관계자인 고문단(구완서,김진원,임광수,제갈영), 고문 외(명덕선,한진호,배무관,김홍윤,박경진 등) 각 단체장 및 임원 그리고 여러 계층의 한인동포들을 만나 다양한 의견을 많이 청취했다"고 짧은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박세익 총연합회장은 "저희 총연합회에서는 앞으로 파라과이 동포사회 분규지정이 조속히 철회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각적인 루트를 통해 계속노력 할 것"이라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대표단이 출발하기 전 주파라과이대사관과의 면담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뜻하지 않은 주변국 중남미 총연합회 대표단의 파라과이 동포사회 방문은 재파라과이 한인사회에 놀라움은 물론 뜨거운 동포애를 느끼게 하는 커다란 감동의 시간들이었다고 동포들은 평가했다.
특히 파라과이 동포사회는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이렇게 힘들고 어려울 때 이웃 여러나라 동포사회가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방문했다는 사실 자체로 큰 감동에 젖고 뜨거웠던 온정의 기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파라과이 동포들은 입을 모았다.
임광수 남미일간동아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