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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까치 설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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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3.01.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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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참으로 즐거운 명절이다. 한국인에겐 아마 일년 중 가장 큰 명절일 것이다. 그 다음이 「추석」이 될 테고 말이다. 그런데 이 「설날」도 사실은 많은 핍박을 받아왔었다. 일제시대에도 그랬지만 해방 후에도 이승만 정권 시절부터 박정희 정권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이름을 찾지 못하고 별의별 이름을 다 갖다 붙였다. 구정, 음력설, 민속의 날 등이 바로 그런 핍박의 결과에서 나온 웃기는 이름들이다.
그래도 일반서민들과 민중들은 끝까지 「설날」을 지켜내고 만 것이다. 박정희 정권시절엔 2중 과세를 하면 공무원들은 불이익을 당했고 공장폐쇄도 불사했다. 그래서 공무원들과 국영기업체 근무자들이야 어쩔 수 없이 설날을 모른 척 했다. 그렇지만 일반공장의 근로자들은 회사에서 쫓겨나는 한이 있더라도 고향을 찾아갔고 시장의 상인들도 아예 철시를 하고 말았던 것이다.
흔히들 〈삼천만의 대이동〉이라고 표현하였듯이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가 조상숭배의 예를 다 했다. 한해 두해도 아니고 매년 그렇게 민족의 대이동을 하니까 정치권도 현실성을 인정하고 이렇게 제대로 「설날」이란 명칭을 되찾게 된 것이다.
이런 것만 보아도 한국의 민중의식은 참으로 대단하다.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은 권력에 아부하여 이리 저리 몸을 팔고 다녀도 민초의 생각과 의식은 늘 역사를 바로 세워 왔기 때문이다.

◎ 신명나는 날에 덕담으로 화답
어릴 때엔 반듯이 새 옷과 새 신발 등을 「설날」에 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아마 당시엔 목욕도 일년에 추석과 설 이렇게 두번 정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니 몸과 마음이 날아가는 기분인 것이다. 먹을 것도 푸짐하고 세배를 하면 세뱃돈도 얻고 칭찬도 받아 과히 살맛이 나는 날이었다. 그러니 설날을 며칠 앞두고는 잠도 잘 오지 않을 정도로 설레며 하루하루를 그야말로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극장가엔 틀림없이 보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운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고 일가친척이 한자리에 다 모이니 같은 또래의 친척들과 오랜만에 별 이야기를 다하며 밤을 새곤 했다.
지금이야 꼬마들도 김건모나 서태지의 흉내를 내지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설날은 오늘이래요..."하는 노래를 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 LA는 평일과 진배없다. 아직 국력도 그렇고 이민자의 살림형편이 그 정도까진 미치진 않는 모양이다. 다만 떡집과 제수용품이나마 객지에서 호경기를 맞는다니 그것으로 지금은 족하다. 은행의 송금도 갑자기 늘어나고 말이다.

◎ 문화의 전통은 무엇보다 우선
군사정권 시절엔 무식해서 그랬다고 치지만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거쳐 이제 젊은 대통령 노무현의 시대까지 왔다. 가장 훌륭한 상품일 수도 있는 문화와 전통은 무엇보다 우선하여 보존하고 그 가치를 인식해야 할 것이다.
가령 예를 든다면 한국의 세계적인 무용가 최승희가 있었다. 그녀는 일본의 이시이 바꾸의 문화생으로 출발하지만 청출어람(靑出於藍)으로 스승의 경지를 넘어서고 말았다. 그런데 일본에서 이시이 바꾸의 무용 아카데미는 60년의 전통을 가지면서 수차례의 도시계획과 도로건설에서도 이 아카데미를 피해 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엔 최승희에 관한 아무 자료가 없다. 영화의 나운규, 미술의 나혜석 다 마찬가지이다. 한 시대를 살아간 걸출한 인물들의 흔적이 이런 식으로 보존되고 있다니 이게 어디 문화를 사랑하는 민족인가? 새 정부는 바로 이런 문화적인 작업부터 우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부시 만나서 사진도 찍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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