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땅공 항공’ 사건이 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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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땅공 항공’ 사건이 준 교훈
  • 이계송
  • 승인 2014.12.1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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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계송 해외 편집위원
세월호 사건에 이어 또한번 야만국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나라 이름을 붙인 ‘대한항공’이란 민영항공기가 주인공이다. 엄청난 국격 훼손 사건이다. 동전 깡통 하나만 달랑 허리에 찬 벌거숭이 인간에 비유할 수 있을까. 막장 드라마 속의 전형적인 재벌가의 모습을 실제로 확인하고 보니 더욱 씁쓸하다. 서양 사람들 앞에서 조국의 발전을 자랑하며 으쓱했던 재외동포들은 더더욱 겸연쩍다.

인간적인 실수라고 이해하고 싶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자식교육이다. 재미동포들은 한국 아이들과 미국 아이들을 구별해 보는 기회가 많다. 이런 저런 이유로 미국에 와서 공부하는 한국의 초중고생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같은 아이들인데도 한국 아이들은 왜 그렇게 다른지.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아이들답지 않게 영악스럽고’ ‘발랑 까지고’ ‘인사할 줄 모르고’ ‘공공장소에서 소리 꽥꽥 지르고’ ‘싸우려 들고’…도대체 예뻐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다. 그보다 더 얄미운 것은 아이들의 부모들이다. 아이들의 제멋대로 행동을 보고만 있다. 전혀 야단치지 않는다. 옆에서 좀 거들면, 불쾌하게 생각한다. 너나 잘하란다. 하지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 허튼 소리 아니다. 아이들이 그런 식으로 자라 어른이 되면 또 다른 조현아가 된다.

선진국은 지폐로만 되는 게 아니다. 품격과 교양 즉, 인간존중, 평등, 페어플레이, 나눔, 인간미, 타인에 대한 배려, 이런 가치들이 개개인 그리고 공동체 삶의 문화 속에 녹아 있어야 한다. 그것은 어려서부터 가정과 학교를 통한 도덕과 윤리 교육이 각자의 언행으로 드러남을 의미한다. 부모를 보면 자식을 알고, 가정의 전통을 보면 그 사람을 안다지 않나. 우리에게 아름다운 오랜 유교의 전통이 있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그게 허물어지고 있다. 어른들의 잘못이고, 사회지도층의 잘못이고,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의 잘못이다. 정신들 차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먹잇감을 서로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피터지게 싸우는 저질 동물의 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자본주의사회는 가진 자들의 품행이 그 격조를 대변한다. '재벌공화국'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가진 자들의 위세가 대단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면, 그들의 책임 또한 그만큼 무거워졌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나 약자들에게 은전 같은 것을 베풀라는 요구는 아니다. 인간존중, 민주사회 룰에 따른 수평적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페어플레이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함께 동참하고 노력하면 된다. 그래야 한국사회가 비로소 선진국대열에 당당히 설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정도 마찬가지다. 돈만 많다고 해서 성공적인 가문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부(富)를 이루되 가족 멤버들의 교양이 그 부(富)속에 함께 녹아 있어야 진정으로 성공한 부자이고 또한 명문가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 더 사족을 붙여본다. 세상은 크게 바뀌고 있다. 지구촌이란 말 그대로다. 한 나라의 주권조차도 지구촌의 공론을 거슬리는 일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북한을 보라. 유엔의 인권결의안이 통과된 후 북한정부는 요덕수용소에서 린치를 가했던 죄수들을 몰래 빼내어 감추고, 린치를 가한 사람들을 사전에 제거하고 있다지 않나. 이제는 우리끼리라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몰래 감출 수 있는 것들은 하나도 없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분야든 비도덕적, 비윤리적인 행위들이 발생되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해지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하는 첨단 전자 투명시대에 살고 있다. 이 또한 이번 ‘땅콩항공’ 사건이 제공한 귀중한 깨우침이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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