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16 브라질 올림픽 준비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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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16 브라질 올림픽 준비해야죠!"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4.10.1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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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AG 출전 사상 첫 금메달 산파역 최용석 감독

▲ 선수촌 입촌식 행사에 참석중인 최용석 태권도 캄보디아 국가대표팀 감독이 환하게 웃고 있다.

“저도 솔직히 금메달까지 따게 될 줄은 몰랐어요.”

캄보디아 아시안게임 출전사상 첫 금메달의 영예를 안겨준 최용석 감독에게 소감을 묻자 한 말이다.

무려 60년 만에 획득한 첫 금메달 소식에 이 나라 전체가 지난주 내내 들끓었다. 거리에 내걸린 축하현수막은 물론이고,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도 그 뜨거운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하루 아침에 일약 인기스타가 된 금메달 주인공 손 시브메이 선수는 물론이고, 최 감독도 현지 언론들의 조명을 받으며 요즘 하루가 짧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귀국 당일 환영인파속을 헤치고 나와 공항부터 시내중심가까지 심야 카퍼레이드 축하 세레머니 인사를 받았고, 훈센 총리로부터 외국인에게 주는 최고 영예의 훈장까지 받았다.

그가 캄보디아 선수들을 지도육성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올해 18년째. 지난 1996년 캄보디아에 첫발을 디뎠다. 그는 태권도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하던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일본 가라테의 인기를 누르고, 이 나라에 태권도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초대 한인회장이었던 김용덕 씨가 이 땅에 태권도의 첫 씨앗을 뿌렸다면, 그는 거름을 주고 뿌리가 잘 자라도록 이끈 주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60년만에 조국 캄보디아에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의 영광을 안겨준 손 시브메이 선수(19)

그가 흘린 땀의 열정 덕분에 태권도가 생활스포츠로 뿌리를 내려 현재 캄보디아 전역에 40여개가 넘는 태권도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태권도 저변인구만도 어느새 2~3만 명이 훌쩍 넘는다. 군부대와 경찰 훈련은 물론이고, 국립체육대학교 정식과목에도 태권도가 이미 들어가 있다.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 덕분에 태권도가 붐을 이뤄 제2의 도약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기원 파견 국가대표감독인 최 감독은 그동안 아시안게임만 무려 5번이나 출전했다. 그런데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태권도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어가는 추세인데다 이란, 우즈베키스탄 등 중동과 중앙아시아에 기량이 훌륭한 선수들이 워낙 많고 선수층이 두터워 아시안게임만 나가면 선수들이 맥을 못추었기 때문이다.

“동메달은 딸 수 있다고 기대하고 나선 일부 대회조차 운이 따르지 않아 번번이 고배를 마시곤 했다”며 그는 겸연쩍어 했다.

그런 만큼 최 감독도 인천대회 만큼은 남다른 각오로 준비했다. 대신 부담감도 컸다.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 격려차원에서 만난 올림픽위원장은 물론이고 장관들까지 나서 “메달 색은 상관없으니 제발 한 개만 따 와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고 하니 말이다.

특히, 올림픽위원회(NOC)는 미얀마에서 열린 2013동남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시브메이 선수에게 많은 기대를 하는 눈치였다. 그녀에게 개막식 기수를 맡긴 것도 어쩌면 그런 이유 때문이었으리라.

개막식을 앞두고 선수촌 입촌식 행사장에서 만났을 때도 그는 “이번 대회 만큼은 동메달이라도 꼭 따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결국 그의 소망대로 꿈이 이루어졌다. 4전 5기 땀의 결실이자 기대 이상의 성적이었다.

최근 시내 모처 식당에서 다시 만난 최 감독은 대회 준비과정에서 겪었던 힘든 순간들을 담담하게 술회했다. 마음 고생한 얘기도 꺼내놓았다. 무엇보다 넉넉지 못한 훈련비가 가장 컸다. 캄보디아 체육계 재정이 어려워 선수들의 전지훈련이나 국제대회 출전도 쉽지가 않았다.

부영건설 이중근 회장 도움으로 지난 2012년 그럴듯한 전용체육관이 생겼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들이 많다. 3만불 정도 되는 전자호구장비도 없어 매번 국제대회를 앞두고 이웃나라에서 빌려 쓸 정도다. 그나마 인천조직위가 약소국 스포츠종목을 지원하는 비전 2014 프로그램 덕분에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할 수 있었다.

최 감독은 선수훈련도 빠듯한데 선수들 전지훈련비 마련을 위해 여기저기 손을 벌려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평소 최 감독의 열정과 성품을 잘 아는 교민들이 십시일반 도움을 주었다.

“누가 가장 많은 도움을 주었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아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프놈펜상업은행 김양진 행장님과 임페리얼 가든호텔 이상범 대표, 두분이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덧붙여, “단 한푼이 어려울 때 도움을 준 다른 분들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힘든 현지 여건에도 불구하고 오직 남편만 믿고 따라와 내조하며 두 아들을 잘 키워낸 아내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사실 주변에서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이런 좋은 결과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함께 훈련해 온 선수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구요.”

▲ 지난 9월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을 앞두고 선수촌 입촌행사장에 손을 흔들며 나타난 캄보디아 선수단의 모습

앞으로 계획에 대해 묻자,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솔직히 앞으로 갈 길이 멀어요. 2016 브라질올림픽 출전을 위한 준비도 해야 하고요. 이제 시작해야 하는 단계라고 봐요.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야 올림픽출전권도 딸 수 있으니까요.”

최 감독은 앞으로도 차분히 단계를 밟아가며 다음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함께 축하현수막까지 붙여주며 성원해준 교민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꼭 전해달라고 말했다.

참고로, 제1회 주캄대한민국대사배 전국 태권도 대회가 오는 29, 30일 양일간 올림픽 스타디움 부영태권도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던 최 감독은 기자에게 이번 대회를 통해 캄보디아 태권도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기 바라며, 많은 교민 여러분들이 참관, 선수들을 격려하고 응원해달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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