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대 빵', 그런 경기하려면 비공개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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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 빵', 그런 경기하려면 비공개로 하라!
  • 이계송
  • 승인 2014.02.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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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송 본지 해외편집위원(미주한인회총연합회 대변인)
지난 1월말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벌어진 한국 국가대표 팀과 멕시코 국가 대표팀간의 축구전에서 터뜨린 한인동포들의 분통을 대변하고자 이 글을 쓴다.

 축구장을 꽉 메운 5만여 관중, 대부분 멕시칸이었고, 우리 동포들은 5백여 남짓 되었다. 대부분 텍사스지역 4대도시 휴스턴, 달라스, 어스틴, 샌안토니오 등지에서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서 온 동포들이었다.
 
 "브라질 월드컵에 갈 수 없는 한인들이 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의 축구경기를 가까운 곳에서 직접 관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다가왔다" 면서 "우리 모두가 한 곳에 집결해 'Be Red!' 하자며 함께 모였던 것이다. 그런데 한 마디로 어처구니없는 게임이었다. “4대 빵” 믿겨지지 않은 스코아를 접하면서 우리 동포들은 어안이 벙벙... 할 말을 잃었다.
 
 첫 15분간은 우리 대표팀은 그런대로 딸리지 않은 게임을 진행했다. 그런데 점점 집중력도 부족하고, 잦은 패스미스에 수비수까지 무너지는 아찔한 상황으로 급전하면서 전반부터 0-2로 뒤지더니 후반 2골을 내주며 0-4로 완패했다.
 
 게임은 게임이다.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하지만 스포츠에 있어서 “좋은 스코어는, 이겼느냐 졌느냐 보다는, 잘 싸웠느냐 그렇지 않았느냐를 기록한다.”(G.L.라이스) 이번 평가전에서 한국팀은 한 마디로 스포츠의 기본정신마저 망각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정말 실망스러웠다. 물론 FIFA 21(멕시코)와 53위(한국), 실력의 차이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문제는 평가전이라고 해서 최선의 준비도, 최선을 다해 싸우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정말 비난 받아 마땅하다.
 
 평가전과 월드컵 실전은 다른가? 물론 다르다. 그러나 나는 국가 대표팀의 행차라는 점에서는 결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영표 해설위원의 지적이 옳다. "안 좋은 경기를 할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국가대표로서 마지막까지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라면서 "선수들이 (국가대표로서)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한다". 이번 한국팀이 보여준 대실망은 “국가대표”라는 의식의 결여였다. 국가대표팀의 행차였기에 TV 생중계가 동원되었고, 국내외 동포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동네축구 하듯 경기를 치렀다.

"
해외파와 국내파는 진짜 다르다"고 경기를 관람했던 사람들이 하는 소리를 들었다. 약한 국내파만 뛰었다는 말인데, 왜 국가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국가대표팀을 최고수준의 선수로 짜지 않았다는 것인가? 더욱이 평가전이라면 실전에 못지않은 중요한 게임이다. 국내파 선수 중에서 월드컵에 나갈 선수 뽑으려고 국내파만 구성해서 경기에 임했다고도 한데, 정말 그럴 목적이었다면 비공개 평가전을 벌였어야 했다. TV 중계를 하고, 현지 동포들을 불러들여 망신을 당하게 한 것인가? 홍명보 감독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

경기를 마친 후 멕시칸들의 야유를 들으며 얼굴을 못 들고 경기장을 빠져나온 동포들의 모습이 참으로 처량했었다. “함께 모여서 단체 응원전을 펼치며 태극전사들에게 힘과 용기를 선사하려 했던 텍사스 한인들의 뜨거운 마음과 단합된 열기가 이렇게 처참하게 외면당할 줄이야!” 동포들의 입에서 나온 탄성이었다.

앞으로 국가대표 이름으로 임하는 경기라면 어떤 경기도, 그것이 평가전이든 친선게임이든, 국가 대표 팀으로서 최강 선수들로 구성되어야 하고, 월드컵에 임하는 자세 못지않게 국가대표로서 경기를 치러주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TV 중계도 응원단도 부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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