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공공보건의 목표, 비전염성 질환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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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공공보건의 목표, 비전염성 질환 예방”
  • 김수영 재외기자
  • 승인 2013.05.1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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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고 연방보건복지부 차관, 조지아주립대 강연
세계 건강문제 해결 위한 국제협력 강조

“한 해 10억 인구 사망하는 ‘담배’ 폐해, 국제보건 최고 담론돼야”

비전염성 질환의 예방이 오는 2015년까지 세계 공공 보건의 중차대한 목표가 될 전망이다.

하워드 고(한국명 고경주) 미 연방 보건복지부 차관이 지난 14일 애틀랜타 소재 조지아주립대학교(GSU)에서 열린 국제 보건 행사에 스페셜 게스트로 참석해 ‘21세기의 국제 보건(Global Health in the 21st Century)’을 주제로 발표했다.

▲ 하워드 고(한국명 고경주) 미 연방 보건복지부 차관이 조지아주립대학교(GSU)에서 열린 국제 보건 행사에서 주제발표하고 있다.

고 차관은 2010년 전 세계 사망 수치인 5,300만의 2/3이상이 전염성 질환이 아닌 비전염성 질환(Non-Communicable Diseases, NCDs)으로 사망했다면서 에이즈나 말라리아, 결핵과 같은 전염성 질환이 여전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전 세계 보건 지도자들이 앞으로 비전염성 질환의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발표에서 “현재 지구상의 인구들에 급속히 나타나는 건강 문제 대부분이 미국의 현상과 유사하다”며 “식량지원과 예방접종 캠페인을 통해 영양실조나 영아 사망률은 급격히 감소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현재 영양과잉으로 인해 오히려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 질의응답 시간 중 고 차관이 몽고 출신 학생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또한 “담배와 관련된 흡연 문제야말로 국제 보건 문제에서 반드시 언급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21세기 예방가능한 질병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인구 10억이 담배로 사망한다. 전 세계 50개국의 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세계보건기구(WHO)와 하버드 보건대학원의 ‘세계 질병부담률’(Global Burden of Disease, GBD)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담배’는 예방이 가능한 사망 원인들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전했다.

내과, 혈액·종양, 피부과의 보드 전문의로 30년간의 임상 경력을 가진 고 차관은 “담배 제조회사들이 마케팅에 쏟아 붓는 천문학적인 돈으로 인해 전 세계 인구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져온다”며 “담배의 건강 폐해야말로 전 지구적 문제임을 인정하고 흡연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수단과 국제적 협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행사 후 참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GSU 경영정보학과 심정필 교수.

중국과 같이 성인 남성의 60퍼센트 이상이 흡연자로 사회적 규범으로 금연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곳도 있는 반면에 소규모 국가인 아일랜드는 성공 사례로 꼽힌다. 아일랜드는 지난 2004년 전 국가적으로 공공장소와 식당, 심지어는 술집까지 비흡연 지대로 정한 최초의 나라다.

고 차관은 아일랜드와 같은 성공 사례를 통해 부분적으로는 국제 보건의 화두를 비전염성 질환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면서, 오는 20~28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HO의 세계보건기구총회에 참석해 비전염성 질환 예방을 전 지구적 목표로 설정하고 전 세계 의료 지도자들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인 요소, 특히 빈곤의 정도나 교육에 대한 접근 수준이 건강이라는 결과에 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공공 보건은 전체적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건강은 의사의 진료실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사람들이 살고, 일하고, 배우고, 놀고, 기도하는 곳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 행사 후 패널과 함께 한 하워드 고 차관(사진중앙). 사진 왼쪽부터 중국 후단대학교의 후아 후 박사(Dr. Hua Fu)와 조지아주립대학교 공공보건연구소의 마이클 에릭슨 박사 (Dr. Michael Eriksen), 고 차관 (Dr. Howard K Koh), 인도 건강연구개발센터의 사밀라 마자움더 박사(Dr. Sarmila Mazaumder), 브라질 집단보건연구소 디렉터인 에두아르도 루이즈 안드라데 모타 박사(Dr. Eduardo Luiz Andrade Mota).

또한 참가 학생들에게는 “단 하나의 지구에서, 전 세계가 점점 좁혀져 가고 공공보건 또한 점차 복잡해져가는 환경 속에서 순간순간 서로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학생들이 앞으로의 진로로 공공 보건 분야를 고려해 볼 것을 당부했다.

고 차관에 따르면 미 보건복지부(HHS)의 연간 예산은 800조로 직원 8만명과 미국 국립보건원(NIS), 미 식품의약국(FDA), 애틀랜타 소재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기타 정부기관을 망라한다고 밝혔다.

이 날 행사에 초청된 중국과 브라질, 인도의 학자들은 “개도국은 전염성 질환이 확산되는 가운데 비전염성 질환이 지속적으로 사라지지 않는 이중부담을 안고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의료 종사자들의 훈련 및 핵심 사안에 대한 미국의 주도적 역할 담당을 촉구했다.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몽고와 인도네시아에서 온 학생들이 미국이 자신의 국가에 건강 이니셔티브가 확산될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보건부 차관보로 첫 출근한 날이 2009년 6월 2일, 오바마 대통령이 담배 규제법에 서명한 날로 바로 내 자신의 사명과도 같다”면서 “공공보건 분야에서 일한다는 것은 일의 성격상 끝나지 않는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고 차관보는 21세기 국제 보건의 정의가 미국계 한국인인 자신에게는 문화와 국제적인 힘이 사람들의 삶과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와 연결돼 있다면서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것은 특권이다. 나의 부모님은 한 세대 전에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미국에 오셨다. 자녀들을 위해 희생하셨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공직에 있는 지난 4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나는 이 여정에 대해 생각했다.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나와 나의 부모님의 이 긴 여정에 대해 생각했다. 글로벌 이슈는 나에게 매우 개인적인 일이다”고 고백해 참가자들을 숙연케 했다.

그는 행사를 주최한 조지아주립대학교 공공건강연구소 학장이자 WHO가 발간한 ‘담배 아틀라스’의 공동저자인 마이클 에릭슨 박사에게 애틀랜타 공공보건 분야에 대한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고 차관보는 예일대 의대 졸업 후 내과, 혈액·종양, 피부과의 4개 보드 전문의 취득 후 보스턴 대학에서 공중보건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보스턴 의대에서 피부과 교수를 지냈다. 장면 정권 시절 초대 주미 전권공사를 맡았던 고광림 박사와 예일대 은퇴 교수인 전혜성 박사의 장남이다.

[애틀랜타=김수영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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