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소속이 없어졌어… 어디로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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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소속이 없어졌어… 어디로 갈래?”
  • 최우길 선문대 교수
  • 승인 2013.04.1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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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외한인사회의 발전이 눈부신 데 비하면, 재외동포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은 그다지 높지 않다. 재외동포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어떤 범위까지의 한인계를 재외동포로 할 것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외국거주의 한국인, 외국국적을 취득한 한인계 이민자와 그 후손, 어릴 때 외국에 입양된 한인계 입양인, 일제강점기 때 중국 등으로 이주한 사람과 그 후손 등이 모두 재외동포 또는 재외한인에 포함된다.

우리의 상식과는 다르게, 국민들의 재외동포에 대한 인식은 의외로 부족한 것 같다. 재외동포재단의 2011년 조사에 따르면, 외국국적의 한인계 이민자를 재외동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응답자의 반(53.6%)을 겨우 넘기고 있다. 또한 외국출생의 한인계 2·3세와 한인계 입양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반(각각 40.4%, 38.4%)도 안되는 사람들이 재외동포라고 생각하고 있다. 1천만 재외동포시대를 앞둔 이 시점에서, 우리 국민들의 공감대 부족은 의외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 점에 비추어, 재외동포재단이 찾아가는 재외동포 이해교육’(신문 3.14 보도)을 지난해 전국 15개 고등학교에서 실시한 데 이어, 올해 전국 16개 대학에서 진행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김경근 이사장이 지적하고 있듯이, 이런 노력을 통해 우리 젊은이들이 재외동포사회의 의미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재외동포사회와 학교 현장 간의 교류와 협력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15살이 되니 철들었네라고 재단을 칭찬한다면, 관계자들은 기분 나쁠까. 누가 무어라 해도, 어려운 환경에서 재단이 그동안 보여준 여러 노력, 특히 조사연구분야에서의 성과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 분야의 연구에 있어서 재외한인학회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학회는 1988년 이광규 교수(서울대 명예교수), 이구홍 소장(해외교포문제연구소), 민관식, 조일제, 정인섭 등 몇몇 학자와 실천가가 주축이 된 연구모임에서 시작되었다. 그동안 역사학, 인류학, 사회학, 정치학, 법학 등 다양한 인문, 사회과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학회를 유지· 발전시켜왔다. 학회(회장 이진영)는 지난 315일 사단법인 창립기념대회를 갖고, “글로벌 재외한인연구의 중심기관으로서 재외한인연구를 선도하는 학회로 거듭 날 것을 천명한 바 있다. 이제 25살이 되었으니 어엿한 청년으로서 제 몫을 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재단과 학회의 노력을 통해 재외동포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제고되는 한편, 최근 재외동포학 또는 디아스포라학을 학문분야 또는 대학의 학과로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재외동포학은 이미 오래 전 이광규 교수가 제안한 바이고, ‘디아스포라학은 임채완 교수의 생각이다. 이 교수는 재외한인연구의 원로이자 산 증인이다. 임 교수는 2005년부터 전남대 한상연구단을 이끌면서 재외한인연구의 폭을 넓히는 한편, 후학들을 양성해 왔다.

어떤 연구 분야가 독립된 학문분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연구의 대상, 목적, 방법, 필요성 등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사실 우리가 당연히 받아들이는 국제관계학, 경영학, 행정학 등이 독립적인 학문 분과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이민학, 여성학, 문화콘텐츠학 등 최근 새롭게 등장한 분과에 이르면, 재외동포학 또는 디아스포라학이 독립적인 학문분과 또는 대학의 학과가 된다고 해서 이상할 일은 아니다. 재외한인연구가 독립 학문분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우선 학자들의 연구가 양적으로 축적되고 질적으로 향상되야 한다. 그와 더불어 상상력을 가진 교육행정가들의 결단과 지원이 필요하다. 한 발 나아가, 새로운 분야에서 공부한 인재들을, 사회가 요긴하게 대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또는 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이라고 했던가. 봄 같지 않은 4월 어느 낮, 강의 후 선잠이 들었는데, 꿈속에 나타난 노인 왈, “당신 소속이 없어졌어. 글로벌대학 디아스포라학부 또는 한국대학 재외동포학과, 어디로 갈래.”

[최우길 선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