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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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 최우길 선문대 교수
  • 승인 2012.11.1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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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는 223만 명이 넘는 재외선거권자 중 약 10%에 해당하는 22만여 명이 투표를 하기 위해 등록을 하였다고 전해진다. 주요 정당은 오래 전부터 재외동포 관련 위원회를 만들고 재외선거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 왔다. 선거 양상이 박빙으로 흐를 것이 예상되는 지금, 재외국민선거가 대선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으리라.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새 정부는 재외동포 또는 세계한인에 대한 정책과 전망을 새롭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새 대통령에게 다음 몇 가지를 주문하여 보자.

첫째, 재외동포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바램을 가능하다면 충족시켜 줄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한국 정부는 동포사회를 본국 발전의 수단으로 삼아왔지, 진정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문제해결을 하려 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동포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분열을 조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재일동포와 사할린 한인 등을 생각하면, 한국 정부의 태도가 ‘기민(棄民)정책’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둘째, 구체적인 요청을 하자면, 재외동포청(세계한인청 혹은 이민청)의 설립을 검토해야 한다. 얼마 전 창립 15주년을 맞은 재외동포재단이 있기는 하다. 재단이 그동안 많은 일을 하여 왔지만, 720만 명에 이르는 세계한인의 문제를 다루는 데 한계를 보여 온 것도 사실이다.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어 중복되고 일관성도 부족한, 재외동포정책을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책임 있는 국가기관이 필요하다. 당연히 재외한인의 수에 걸맞는 예산을 투입해야한다. 새 정부는 재외한인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셋째, 재외한인의 후세를 위한 교육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현지사정을 잘 고려하여, 언어 및 정체성 교육을 지원해야 한다. 한인이 많은 곳에는 한국학교 또는 한글학교의 설립 등을 고려해야 한다. 현지에서의 정체성 교육이 어렵다면, 한인 후대들의 모국방문 및 모국에서의 교육기회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국가가 직접 나설 수 없는 분야에서는 뜻있는 시민단체와 협력할 수 있다.

넷째, 우리 국민과 정부가 재외한인의 존재와 의미에 대해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이 점에 관해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이것은 역사의 문제요, 미래의 문제이다. 한인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제대로 연구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재외동포재단에 전문가를 두어 세계한인사를 연구하고 교육 및 홍보자료를 개발해야 한다. 이 점에 있어서는 학계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은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시급한 일이다.

재외동포는 어떠한 존재인가.
첫째, 그들은 우리 역사의 자존심이다. 어려운 시절, 해외에서 민족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람들의 후손이다. 둘째, 우리 역사의 문화적 영토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중국의 조선족이나 연해주의 고려인들이 특히 그러하다. 셋째, 대한민국의 경제적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사람들이다. 한국 경제가 어려운 시절에는 송금으로, 한국이 무역국가로 성장할 즈음에는 한국 상품의 소비자로, 또한 한류의 전파자로, 최근에는 국내인이 기피하는 현장의 노동자로 우리 경제의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넷째, 가장 중요한 것은 동아시아 시대의 선구자라는 것이다. 중국의 조선족, 재일동포, 또 재미한인과 고려인, 이들을 제쳐 두고 동아시아 평화의 시대를 생각할 수 없다. 그들은 두 나라를 잇는 매개자요 중개자인 동시에, 이 지역의 여러 나라를 동아시아공동체로 묶을 수 있는 결속자들이다. 어려웠던 시절, 바람꽃처럼 유랑하던 디아스포라들이 이제 초국가적 지구화 시대를 맞이하여 역사의 파이오니어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