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정치 참여 관심 갖고, 한인사회 정치력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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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정치 참여 관심 갖고, 한인사회 정치력 키워야”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3.02.2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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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영준 ‘My One Vote’(MOV) 준비위원장

지난 1월 LA지역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을 위해 비영리단체, ‘My One Vote’(MOV)를 출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박영준(사진) 준비위원장은 ‘MOV’를 한인사회 제반분야에서 공평성을 실현하기 위한 ‘풀뿌리 정치단체’라고 소개했다. 인종과 민족을 초월해 LA지역 저임금이민노동자를 위해 활동하는 한인타운노동연대(KIWA) 창립멤버로도 활동했던 박 위원장은 “MOV가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선거운동 개입과 더불어 각종 정치적인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동포사회는 한국정치에 막대한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치는 현지 미국 주류사회의 정치라는 것을 간과할 수는 없다”며 “미국 주류사회의 정치 참여에 관심을 갖고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한인단체와는 다른 각도로 활동을 전개하고자 하는 MOV준비위 박영준 위원장으로부터 다양한 얘기를 들어봤다.

지난달, MOV(My One Vote) 출범 준비위원회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의 준비상황 및 활동 방향을 발표했다. MOV의 정체성(identity)을 한인들의 정치·경제적 권익 실천을 위한 ‘한인유권자 단체’라고 이해하면 되는가?

MOV의 정체성은 한인사회의 경제, 사회, 민권, 정치의 분야에서 공평성을 옹호하고 장려하는 풀뿌리 정치단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회원들의 자격을 미국 유권자로 국한시키지 않고 있고 활동영역을 선거운동 자체로만 국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운동들을 통해 구축된 역량과 정치인들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한인사회의 필요·요구·이해관계를 실현하기 위해서 선출된 정치인들과 장기적으로 사업을 해나가야 한다고 방향을 잡고 있다.

MOV가 기존 한인단체(한인회 포함)들과 다른 차별성은 무엇인가? 그리고 언제쯤 공식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활동할 계획인가?

각 분야에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기존 한인단체들과 같은 일은 피하고자 한다. 현재 유권자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들이 몇 있다. 이들은 유권자들을 위한 교육과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으며, 비영리 단체로서 정치운동에 개입할 수 있는 폭이 법적으로 제한돼 있다. MOV는 교육활동과 봉사활동보다는 풀뿌리 조직으로서 선거에 적극 참여하여 유권자 접촉과 여론 조성 등에 무게 중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미국 내 비영리 단체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선거운동 개입과 더불어 정치적인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501(c) 4’라는 유형의 비영리 단체를 택했다. 공식 출범은 올해 6월로 예정돼 있다.

KIWA(한인타운노동연대)에서 소장으로 활동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KIWA는 라티노와 한인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MOV가 KIWA 등과 연대해서 활동할 수 있는 건가? 또, 함께하는 다른 연대단체들이 있다면?

노동연대를 포함해서 이전의 활동선상에서 함께 일해 왔던 한인사회 내의 단체들과는 이미 연대활동에 대해 많은 대화가 있어왔다. 한인단체들과의 관계에서는 초기에는 유권자들에 관련된 봉사활동과 교육활등을 함께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서는 선출된 후보들이나 이전부터 관계를 맺어왔던 한인사회의 정치인들과 한인사회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한인사회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업들을 성사시키기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다. 남가주에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분산돼 살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한인사회의 유권자 숫자만으로는 작은 선거 지구의 선거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한인사회의 필요·요구·이해관계에 동의한다는 조건에서 라티노 유권자 단체, 흑인 유권자 단체 등의 유색인종 단체들과 연대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20년 동안 KIWA에서 라티노와 한인을 구분하지 않고 저임금이민노동자들의 입장에 서서 많은 유색인종 단체들과 사회정치적 사안에 대해 함께 일을 해온 경력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MOV 준비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오후 LA 제이제이 그랜드 호텔 2층에서 MOV 출범 준비상황 및 활동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제공=MOV준비위]

한인사회의 응집된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지지자(후보)를 선정하고 관련 캠페인을 벌이기는 것도 좋지만, 직접 후보로 나서는 정치참여도 필요할 듯하다. MOV가 직접 한인 정치후보자를 발굴하고 육성 및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가?

정치 지망생들이 MOV를 하나의 발판으로 이용하기 위해 참여하는 것을 조심하고 있다. 그리고 정치지망생들과 함께 한 조직 내에서 활동할 때에 풀뿌리들이 주눅 들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가 힘든 구조로 만들어지는 것 또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MOV 조직 바깥에 두면서 좋은 가치들과 역량을 갖고 있는 한인 정치지망생을 발굴하고 적극 지원할 것이다. 이번에 LA시 선거에 한인 시의원 후보가 두 분이나 출마해 있다. LA시 역사상 첫 한인 시의원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MOV는 자체적인 후보선정위원회의 선정과정을 통해서, 회원들의 인준을 받아서 매주 세 차례 모여 ‘존 최’ 후보를 지원하는 폰뱅킹과 캔바싱(canvassing)을 하고 있다.

MOV의 활동영역으로 LA 뿐만 아니라 지회설립 등을 통해 미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도 있는가?

아직까지는 LA근교에 있는 작은 도시에 거주하고 계시는 한인 분들과 비슷한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 정도다. 타주에서 그러한 움직임이 생긴다면 얼마든지 연방차원의 정책이나 후보와 관련된 활동을 연대해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에 한인이 가장 많이 밀집된 지역이 LA근교지만 유권자 활동과 정치활동은 어쩌면 가장 뒤떨어져있다고 볼 수 있다. 뉴욕과 워싱턴을 포함한 동부에서는 한인유권자 단체 활동이 역사도 깊고 활발히 진행된다고 알고 있다. MOV의 역량이 준비되는 데로 기존의 이러한 단체와 연대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적극적으로 연대의 손을 내밀 생각이다.

현재 LA 한인타운에서 한인(노동자)들이 제기하는 최대 이슈 및 정책은 무엇인가? 교육, 주택공급, 이민정책 등 분야별로 구체적인 내용이 있을 것 같다.

MOV의 ‘정치력 신장’이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 △이민정책 △중소자영업자 활성화 정책 △일자리·고용 △교육 △한인타운 도시개발계획 △주택공급·주거 △공공안전과 치안 △한인사회와 소통 확대 등의 부문별로 마련돼 있다.

예컨대, 이민정책 부문에서 한인을 포함한 모든 이민자에게 처벌적이 아닌 혜택적인 초당적 연방 이민법 개정을 지지한다. 또, 한인타운 도시개발 계획 분야에서는 커뮤니티 지향적인 토지사용과 지속가능한 도시개발 모델을 포함한 장기적인 한인타운 개발상을 규정하는 도시계획서 창출과 실현을 지원하고자 한다. 한인사회 소통확대와 관련해서는 선출된 공직자들은 한인사회 지도자들과의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한인 사회의 관심사와 우려에 대한 토론을 해야 하며, 한인 커뮤니티의 관심사와 우려를 경청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공청회와 각종 회의를 주선하는 것 등도 담고 있다.

물론, 이것들은 올해 5월 말에 있을 시의원 선거를 겨냥한 내용들이라 현재까지는 지엽적일 수밖에 없으나 차후 주선거와 연방선거에 임할 때에 더 확대된 내용으로 발전시켜야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MOV가 최종적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정치적 목표(수준)는 무엇인가? 한국의 정치운동 단체들은 구성원들을 포함해, 정당(political party)과 깊은 연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 너무 앞선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MOV도 정당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

미국 내 소수민족 또는 유색인종으로서 아무래도 민주당의 정책이 더욱 우호적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어떤 미국 내 정당에 연계를 두는 것 보다는 한인사회에 이익이 되는 정책과 후보를 선호할 것이며 지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MOV는 한인사회와 관련된 여러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회단체의 수준으로 성장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해외 한인단체들이 보다 다양화 된다는 점에서 MOV의 존재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혹시 기존 동포단체들에게 바라는 건의사항이나 의견이 있다면?

한 가지는 우리 한인사회가 이제는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교육적으로 타 소수민족들과 비교해서 절대 뒤지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정치 분야에서는 다른 분야보다는 발전 속도가 늦다는 얘기들을 많이 듣는다. 조국의 경제적 발전을 통해 동포사회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사실, 한국 정치권의 움직임과 변화가 동포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것도 이해한다. 특히 문화와 언어권 영향도 작용할 것이다. 그래서 아직 동포사회는 한국정치에 막대한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치는 현지 미국 주류사회의 정치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미국 주류사회의 정치 참여에 관심을 갖고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을 키워야 한다. 1.5세와 2세들의 활동, 차세대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지금 MOV에서는 경험 많은, 능력 있는 사회 활동가들이 모두 자원봉사하고 있다. 1세들 단체들과 지도자들 그리고 선배님들께 적극적인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리고 싶다.

개인적 질문으로 미국 LA에 가게 된 계기와 개인적인 활동 내용 등을 소개해주신다면?

13세살 때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샌프란시스코로 가족 이민을 왔다. 중·고등학교를 샌프란시스코에서 다녔고 샌프란시스코 주립대에서 사회봉사를 전공했다. 이후 LA에 와서 줄곧 비영리 단체에서 일해 왔다. MOV 이전엔 한인타운노동연대에서 창립멤버로 20년 동안 일했다. 노동연대 이외 한인사회에서는 가주생협, 유학생권익센터, 진보연대, 우리문화나눔회, 나눔농장 등의 단체 활동을 동시에 해오고 있다.

[고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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