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한인회, 이민 50주년 첫 기념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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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한인회, 이민 50주년 첫 기념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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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2.1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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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여명의 교민과 함께한 윤항기 초청공연

말보다 노래를 먼저 배웠고 걸음마를 채 떼기 전부터 무대에서 춤추는 것을 보았다고 스스로 회고하는 한국 락 밴드(그룹사운드 키보이스)의 효시며 ‘별이 빛나는 밤에’, ‘장미빛 스카프’, ‘노래하는 곳에’, ‘나는 어떡하라고’ 등의 노래로 지금까지도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 가수, 작사가, 작곡가, 편곡가, 목회자인 윤항기 씨가 지난 2일 저녁 7시부터 봉헤찌로 한인타운에 위치한 동양선교교회(R. Prates, 881, 담임목사 : 황은철)에서 900여명의 교민이 참석한 가운데 브라질 한인 이민 50주년 축하기념 공연을 펼쳤다.

브라질한인회총연합회(회장 이백수)는 1963년 2월 12일 103명의 한인이 네덜란드 선박 치차렌카를 타고 2개월간의 항해 끝에 브라질 산토스항에 도착해 올해로 50주년이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올해 10대 기념행사를 계획한 가운데 윤항기 초청공연을 시작으로 역사적인 이민 50주년 기념행사의 막을 올렸다.

이날 행사는 브라질 한국학교(Polilogos, 교장 공한옥) 조희태(남·13세) 군과 강민정(여·12세) 양의 사회로 진행됐다. 조희태 군과 강민정 양은 “사회자로 뽑혀 걱정도 많이 되고, 기분도 너무 좋았다. 이민 50주년이라는 큰 행사에 사회를 맡게 돼 영광스럽다. 행사 전에는 너무 떨려서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행사가 끝나서 속이 후련하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온다면 다시 한번 더 경험해 보고 싶다”고 행사 후 인터뷰에서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이백수 회장은 “금년 한해 10가지 큰 행사가 준비돼 있는 가운데 오늘 첫번째 행사로 국민적 가수이며, 존경받는 목회자인 윤항기 목사를 모시고 행사를 시작한다”며 한인 이민 50주년 기념 축하행사의 개회를 선언했다. 이어 한인사물놀이 어울림(단장 김봉갑)의 공연과 한인여성합창단(단장 우순자)의 축하공연 이후 윤항기 씨의 공연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흰색 정장차림으로 히트곡인 ‘이거야 정말’을 부르며 무대에 오른 윤항기 씨는 교민들로부터 꽃다발 세례를 받고 “귀한 만남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초청해 준 총연합회 이백수 회장에게 감사드린다”며 첫 인사를 건넸다. 이어 “올해가 브라질 한인 이민 50주년으로 행사가 계속 이어지는데 첫번째 행사를 맡게 돼 영광스럽다”며, “오늘 부를 곡은 100% 자작곡으로 여러분과 함께 호흡하고 즐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예전의 윤항기를 기억하는 여러분들이 지금의 윤항기 모습을 보니 많이 변했죠?”라고 물은 뒤 “얼굴이나 모습은 변했을지 모르지만 윤항기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은 윤항기”라고 강조했다. 윤항기 씨는 “가는 세월 탓하지 말고 함께 즐기고 함께 부르자”고 말하며, 서유석 씨가 불러 인기를 모았던 ‘가는 세월’을 열창했다.

노래 후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던 윤항기 씨는 “가끔 가요무대나 7080 등 가요프로그램에 출연하면 관객들이 지금도 ‘오빠, 오빠’하면서 환호하는데 브라질은 표현이 서툰 것 같다”고 말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기도 했다.

그는 1968년 국내 첫 싱어송 라이터로 최고의 작곡가, 최고의 가수로 인정받게 해준 곡 ‘별이 빛나는 밤에’를 소개하면서 관객들에게 “우리 함께 45년 전으로 돌아가 다 함께 추억을 되살리며 불러 봅시다”라고 주문했다. 이어서 또다른 히트곡 ‘노래하는 곳에’를 부르며 “노래하는 곳에 사랑이 있고, 노래하는 곳에 행복이 있다”라고 전했다.

또, 자신의 히트곡 ‘친구야’를 부르기 전 브라질에서 60년 지기인 귀한 친구를 만나게 됐다고 전하며 12살 어린 나이에 같은 동네에서 함께 뛰놀던 친구를 브라질 ‘해병대 전우회’에 참석했다가 만나게 된 사연을 설명했다. 이윽고 그의 오랜 벗 이귀성 씨를 무대로 불러내 포옹하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귀성 씨는 윤항기 씨와 함께 하면서 감격에 북받쳐 울먹이는 소리로 “얼굴을 맞대고 자란 친구를 멀리 떨어진 브라질에서 만나게 될 줄 몰랐다. 어제 해병대 전우회에서 만나 기뻤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윤항기 씨는 미8군 시절 음악 하던 친구인 이한봉(전 체육회장)씨를 소개하면서 “수십 년만에 만나게 돼 반갑다”고 전하고, 친구와 관계된 노래 ‘친구야’를 힘차게 열창했다.

이날 무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도 연출됐다. 윤항기 씨는 이백수 회장과 박상식 총영사를 무대에 불러 올린 뒤 자신의 히트곡인 ‘장미빛 스카프’를 이 회장과 박 총영사 중 누가 더 잘 부르는지 평가하겠다며 즉석에서 노래를 부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윽고 이백수 회장과 박상식 총영사는 함께 음악에 맞춰 노래를 했으며 중반부터는 3명이 함께 노래를 불러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 받기도 했다. 또한 이백수 회장은 “6만 교포가 드리는 꽃다발”이라고 소개하면서 윤항기 씨의 부인 정경신 씨에게 꽃다발을 전하는 순서도 가졌다.

박상식 총영사는 “평소에 보고 싶던 윤항기 씨 내외분이 이민 50주년을 맞아 브라질을 방문해 반갑다. 교민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서 윤항기 씨는 한국최초의 그룹사운드 키보이스 시절부터 현재까지 여름이면 국민가요로 불리고 있는 ‘해변으로 가요’을 불렀으며, 동생 윤복희 씨가 불러 공전의 히트곡이 된 ‘여러분’을 소개하면서 윤복희 씨에게 ‘여러분’을 만들어 준 배경과 국내에서 처음 개최된 세계가요제에서 이 곡으로 참가해 대상을 타게 된 이야기 등을 설명했다.

마지막 곡으로 윤항기는 ‘나는 행복합니다’를 부르며 이민 50주년 기념행사를 갈무리했다.

마지막 곡을 부르기 전 그는 “전 세계에서 기아에 시달리는 어린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직접 CD를 제작했다”며, 자신이 직접 만든 CD를 소개했다. 또한 “통관 문제로 2월 8일 한인회에 CD가 전달될 예정이다. 하나의 CD를 통해 한 명의 어린이가 한 달을 먹을 수 있다”고 전하며, 교민들에게 동참을 호소했다.

한편 많은 기대 속에 열린 이번 이민 50주년 축하기념행사는 교민들의 많은 참석으로 큰 호응을 얻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민 50주년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교민단체의 장이나 주재상사의 대표들은 그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아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앞으로 계속 이어지는 이민 50주년 기념행사는 모두가 함께 참여해 소통과 화합이 어우러지는 진정한 이민 50주년 행사가 되길 기대해 본다.

[기사제공=브라질한인회총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