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의 잃어버린 자존심을 찾자!"
상태바
"한인회의 잃어버린 자존심을 찾자!"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2.09.12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이백수 브라질한인회장

1983년 해병대 소령으로 예편해 브라질로 이민을 간 이후 브라질 대한체육회장을 하며, 현지 교포청소년축구단을 인솔해 평양을 방문하고 체육교류도 추진한 경력이 있는 이백수(사진) 브라질한인회장은 동포사회 내에서 세대 간의 융합을 제일 중요한 해결과제로 여긴다고 밝혔다. 특히 개선해야 할 재외동포정책으로 노인복지문제, 현지 주재상사들과의 원활한 협조체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느덧 취임 100일을 넘긴 이 회장으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3년 브라질 이민 50주년 기념행사 준비 중"

- 올해 5월, 제 32대 한인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100일을 훌쩍 넘긴 시점에서 그동안의 활동을 스스로 평가를 해본다면?

: 지난 4월 브라질 한인회장에 단독후보로 출마했고, 교포들의 직선으로 당선(4월 28일)됐다. 취임(5월 10일) 한 지가 벌써 4개월로 접어들고 있다니 세월의 빠름을 실감한다. 좀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세계 각국 동포사회에서 한인회장직을 기피하는 현상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영향 탓인지 브라질 한인사회에서도 2001년 경선이후 후보자가 없어 줄곧 추대형식으로 이뤄졌으나, 본인의 경우는 11년 만에 이뤄진 보기 드문 사례다. 그동안 정신없이 4개월을 보내다 보니 스스로 성찰할 기회가 없었다. 다만 교포들이 한인회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요즘 "잃어버린 한인회의 자존심을 찾자"고 외치고 있는데, 반응은 의외로 좋은 것 같다.

- 앞으로 한인회를 꾸려가면서 집중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이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 내년 2월 12일에 브라질 이민 50주년을 맞이하게 됨에 따라 50주년 기념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룰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특히, 이민 50주년 행사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년 한 해 동안 상파울로를 비롯해 브라질 전국 교포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도 적은 규모라도 열리게 된다. 우선 상파울로에서는 2월 12일 기념식을 계획하고 있으며, 같은 달에 열릴 2013년도 브라질 카니발에 '한국, 한국인 그리고 이민 50주년'이라는 테마로 4,000명의 무용수가 참가하게 된다. 또, 과거 50년을 청산하고 행복한 미래 50년을 준비하는 의미로 지난 2010년에 지정된 한인 타운 거리조성의 기틀을 다지고 팔각정을 짓는 등 다양한 기념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 지난 5월 10일 취임식에서 이백수 회장이 이영만 고문으로부터 한인회기를 전달받고 있다.[사진제공=브라질한인회]

- 지난달 '제7회 한국문화의 날'이라는 큰 행사를 성대히 치렀다. 한인들 외에도 많은 현지인들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개선하거나 발전해야 할 부분은?

: 재외동포신문에서도 대서특필로 다뤄줘서 감사하게 여긴다. 지난 8월 25~26일 양일 간에 걸쳐 성황리에 마쳤던 제7회 ‘한국문화의 날’ 행사는 브라질 한인사회에서 있었던 그 어느 행사보다 가장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문화행사는 2006년도에 브라질 정부(SP시)의 요청으로 매년 5월에 실시돼 왔지만, 금년에는 한인회장 선거일정 등으로 8월에 하게됐다. 이번 행사를 통해서 느낀 것은 내년도부터는 좀 더 한국적인 전통문화를 광범위하게 선보였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 브라질 한인회만의 특성이나 전통이 있는가?

: 브라질 한인사회에는 참으로 많은 자랑거리가 있다. 우선 브라질 이민은 우리나라로서는 최초의 영농이민으로 시작됐다. 비록 영농이민이지만 단순한 노동력 이동이 아닌 엘리트 집단의 이동이었기에 짧은 역사에 비해 중류층 이상의 경제적 안정을 취했다는 것이 제일 큰 자랑거리다. 현재 브라질에 거주하는 한인 수는 6만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90%가 의류봉제업에 종사하고 있고 2~3세들이 주류사회에 대거 진출하고 있다.

신의 축복을 받은 나라, 낙천적인 브라질 타봉문화~

- 브라질로 이주를 생각하는 한국인들을 고려해, 브라질이 갖고 있는 장점과 유의할 점이 있다면?

: 브라질은 아직도 과학을 등진 채 나체주의를 고집하는 인디오들이 있는가 하면, 최첨단 우주공학까지 극과 극이 공존하는 나라다. 근래들어 브라질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하고 있으며, 이미 영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 6위로 부상하는 나라로서 흔히들 '기회의 나라', '신의 축복을 받은 나라'라고 말하고 있다. 국토면적은 세계 5위로 '지구의 허파'라는 아마존을 가진 천혜의 자원보존국으로, 미래의 대국을 지향하는 나라다. 브라질 현지인들의 성향은 음악과 율동이 체질화되어 있어 상당히 낙천적이며,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타봉(Ta Bom)문화를 가진 열정을 소유하고 있다.

▲ 지난 1991년에 해외동포로서는 최초로 북한과의 스포츠교류를 한 내용을 담은 '안타까워 휘파람 불었네' 책자 표지.

- 그동안 한인회를 운영하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이 있었나? 그리고 한국정부에게 바라는 재외동포정책이 있다면?

: 굳이 애로사항을 말씀드리자면 교포사회 분위기는 대체로 화합적이지만 한인회에 대해서는 무관심이다. 세대와 계층의 갈등이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조국을 체험한 세대, 조국을 기억하는 세대, 그리고 조국을 잊은 세대들 간의 융합이 해결과제며, 조금씩 벌어지고 있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들의 격차도 문제다. 재외동포 정책이라면 이제 720만의 재외동포들도 투표권을 가진 정치세력인 만큼 맞춤형 정책, 일례로 노인복지문제에 대한 정책을 연구해줬으면 한다.

- 브라질에 가게 된 개인적 동기와 개인사업 이야기도 듣고 싶다.

: 원래 직업 군인이었다. 국방부 체육담당(해병대 소령)으로 근무하던 1983년도에 브라질 이민을 위해 예편했으며, 집사람은 지금도 의류제품생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내가 브라질 대한체육회장(6대·10대)을 하던 1991년도에는 브라질 교포청소년 축구단을 인솔해 평양을 방문했고, 김책공대와 축구경기도 진행했다. 이는 역사적으로 최초로 해외동포와의 체육교류로 기록되고 있으며, 이 공로로 본국으로부터 국민훈장을 수여받은 적도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현재 175개국에서 720만 명이라는 재외동포들이 살고 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재외동포들은 대부분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삶이 조국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를 넓히는 애국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진출한 국내기업들인 현지 주재상사들과 원활한 협조체제를 갖췄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