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심에서 탈피 동북아 이슬람 등에도 관심 갖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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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심에서 탈피 동북아 이슬람 등에도 관심 갖겠다
  • dongpo
  • 승인 2004.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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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외교센터 10층에 자리한 국제교류재단 이사장실에서 권인혁 신임 이사장(67)을 만났다. 권이사장은 1월6일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임기를 시작했다. 이에 앞서 지난 12월 외교부 내에서 인사추천위원회가 열려 양성철 김항경 권인혁씨등 세명의 전직외교관이 이사장 후보로 추천됐으나 권이사장이 대통령의 낙점을 받았다.

지난 66년에 외교부에 입부한 이래 평생 직업 외교관으로 생활해온 권이사장에게 인사말처럼 던진 첫 질문은 외교부 사태에 대한 것이었다. 외교부 북미국의 일부 관리들이 현정부의 자주외교노선에 반발, 대통령을 비난하는등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책임을 물어 이날 아침 외교부 장관이 전격경질됐다. 지난 대선시에 노무현후보의 외교특보를 거쳤으며 참여정부의 외교부 장관 물망에도 올랐던 이력을 가지고 있는 권이사장의 대답이 궁금했다.

이에 대해 권이사장은 대뜸 "또 물먹이려고?" 라고 쏘았다. (그가 프랑스 대사로 재작하던 지난 2001년 기자는 프랑스동포신문 '오니바'의 기자로서 대사관내의 문제를 신랄하게 지적해 그의 입장이 곤란해진 적이 있었다. 이때의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둘 사이에는 잠시 어색한 웃음이 번졌다. 그리고는 곧 기자와 이사장의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구체적인 사태 내용은 모르지만 국민의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외교부의 수장이 외교부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 것 같아요. 이게 원인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외교부 관리들이 민주화되어서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내가 보기에는 과거 군사정부의 인습이나 관행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같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철학과 노선에 따라서 성실히 집행하는 게 관리입니다. 그런 면에서 외교부 직원들은 각성해야 할 점이 있을 겁니다. 특히 준 공식석상에서 대통령을 비난한다던지 하는 것은 기본적인 관리의 자세가 아니라고 봐요. 그럴 경우에는 사표내고 나가서 정치행동을 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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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님도 과거에 공직자로서 정권을 비판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나도 예전에 파리에서 근무할 때, 5공 때인데 군사정부를 비판하는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안기부에 소환돼서 곤욕도 치루고, 승진에도 누락이 되고. 그래서 외교부에서 출세를 못하게 되었는데... 그러나 말하자면 정통성 없는 정부와 국민이 뽑아준 정통성이 있는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5공 때이니까 이제는 오래된 이야기인데요. 그때 일을 소개해주시지요.

"내가 쓴 책에도 잘 나와있어요.(권이사장은 지난연말 "코벤트 가든에서 피세문가지"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펴냈다.)  빠리주재 대사관에 공사로 근무하던 80년대 일인데 당시에 직원들과 식사시간에 전두환에 대한 문제를 몇차례 지적했어요. 그때 안기부 직원 남아무개라고 있었어. 그 친구가 서울에 보고서를 보내서... 나중에 뉴욕에 있는 친구가 전화를 했더라구. 그 친구 말이 내가 호남 대부로 올라가 있데. 그래서 김대중이 두둔하고 군사정부를 비판하는 리더로 되어있다 이거야. 그렇게 보고가 와있데. 그뒤에 윤석헌 대사가 날 조용히 부르더라고. 당신 고향이 어디야? 그래서 서울이라고 했더니, 전라도가 아니냐는 거야. 그런 시절도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노무현 캠프에 가담하신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군요. 그리고 경동교회에 다니셨다고요?

"그렇지요. 학생 때부터 다녔지. 그때 김경재, 신낙균...등이 같이 다니던 친구들입니다."

-외교부가 친정이신데요. 친정 집안에 지난 한 달 사이에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습니다. 외교부 관리들이 '밥장사'한다는 모욕적인 표현까지 신문지상에 오르고 있는데요.

"그것이 다 과거의 인습과 타성이라니깐. 그것을 깨부수어야 하는데 그것이 잘 안 되고 있고. 이런 것도 다 개혁을 해야 하는데. 장관도 한다고 말은 해놓고 못하더라고. 북핵문제에 쫓기다보니깐 시간 다가고 그래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돌아보면 이번뿐 아니라 역대 정부가 외교관 조직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어요. 나는 그게 큰 문제라고 봐요. 국민의 정부 들어서서 햇볕정책이라는걸 했을 때도 내가 대사관에서 보니까 햇볕정책은 위에서만 놀지. 대사관 밑에서는 무슨 소리냐는 분위기였습니다."

-외교부 관리들이 타부처 관리들보다 더 보수적인 것은 사실 아닙니까. 그 원인이 무엇입니까.

"글쎄요. 일반적으로 외무고시를 보고 들어오니까 엘리트 의식을 갖게되는데 이런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같고. 아무튼 보수적이라는 것은 사실이예요. 그리고 또 하나 이런 것도 있을 거예요. 대미관계가 중요한데 이런 거를 현장에서 몸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외교관일거예요. 그런 면에서 좀 미국지향적인, 또는 친미적인... 또는 미국에 점수를 더 주는 그런 오리엔테이션이 돼 있을거라고."

-그런데 이사장님을 별종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던데요. 그런 오리엔테이션이 잘 안돼있어서 그런 것아닙니까.

"그렇게도 보일 겁니다. 나같은 사람은 전통적인 관리들과 비교하면 그렇게 보일만 하죠. 해외근무중 12년 동안을 프랑스어권만을 다닌 프랑스통이라는 것도 그렇고...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지난 대선 때도 외교관 출신들은 다 저쪽이더라구. 나야 원래 생각하는 것이 이쪽(노무현 캠프)에 가깝고 해서 이쪽에서 요청이 와서 수락하고 했지만은 나는 별종이라고.

그래서 내가 본부에서 그 흔한 국장 자리 하나를 못한거야. 외무부에서 빛을 못보고 출세를 못했지만은... 나중에 주위에서 '당신 어떻게 그리로 갔어'라고 하더라고. '줄 잘 섰다'라고 그러더라고요. '줄 잘 섰다'고.(웃음) 그러나 내가 줄서기 위해서 간 건 아니었고. 그 당시 줄을 댄다면 그쪽으로 갔어야지."

-국제교류재단도 소개해주십시오. 재단이 언제 생겼죠?

"92년에 생겼어요."

-외국대학의 한국학 지원이 주요사업으로알려져 있는데요.

"그것만은 아니죠. 국제사회에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사업을 하는 일이 주업무입니다. 그 일환으로 한국학 지원, 인사교류, 문화교류도 하고 출판사업도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동안의 노력이 미국에 치우쳤어요. 그래서 나는 그걸 좀 다변화하려고 그럽니다. 세상도 바뀌고 국제환경도 변했기 때문에... 그래서 이제 동북아나 이슬람권에도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고 봅니다. 특히 우리가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있잖아요. 이럴 때일수록 아랍권에 대해서 문화적으로 관심을 갖고 사업을 벌려야 되겠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한국학 지원같은 사업에서 이제는 문화 한국을 소개하는 일에 역점을 두려고 해요. 그래서 박물관 사업을 더 확충할려고 그럽니다. 중국에서 2008년 올림픽도 열리니까 북경의 박물관에 한국관을 설치한다거나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관광지에 있는 박물관에도 우리 한국관을 설치한다거나."

-이같은 사업을 하려면 예산이 중요한데요. 지난번 국회에서 국제교류기여금을 폐지한다고 했었는데 어떻게 됐습니까.

"국제교류기여금은 재단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원래 시한부로 운영되다가 작년말로 끝나게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지난번 이인호 이사장께서 국회에서 우리 교류 사업의 중요성을 잘 인식시켜줬고 그렇게 노력한 덕분에 완전히 원상복구됐어요. 그분의 공이 큽니다." (국제교류기여금은 여권 발급시 1만5천원씩 부과되는 준조세 성격의 기금이다.-편집자)

-연간 예산은 얼마나 되는지요.

"지난해의 경우 모두 470억인데 그중에 국제교류기여금이 320억입니다. 우리는 정부예산을 직접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 기여금 외에는 그전에 적립해놓은 기금에서 나오는 이자수입이 전부입니다." (인터뷰 김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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