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민족 품앗이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자
상태바
[칼럼]한민족 품앗이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자
  • 이효정 본지 편집위원
  • 승인 2010.08.26 16: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효정 본지 편집위원 사단법인 H2O 여성위원장
약 10 여 년전, 재독 뮌헨한인회장으로 봉사 할 당시, 재독 프랑크푸르트총영사관의 교민담당영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한국여성으로 20세 꽃다운 나이에 간호사로 와 독일에서 살다가 61세에 치매가 걸려서 독일어를 모두 잊어버린 할머니가 있다. 독일병원이 치료, 간병이 어렵다면서 프랑크푸르트총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해 왔다. 그 환자는 독일에서 40여년 살면서도 결혼을 하지 않아 가족이 없다. 독일시민권자가 된 지 이미 오래되어 한국에도 연고자를 찾을 수가 없다.’

당시 우리들은 그분을 한국으로 보내 드리는 게 최선이라 판단하고, 한국의 지인을 통해 도움을 요청했다. 치매노인들을 위한 양로시설에서 받아주기로 확약을 받고 총영사관을 통해 그 병원으로 연락을 했으나 그 때 이미 그 환자는 병원을 떠나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분이 완쾌되었는지, 실종되었는지, 생사에 대해 알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그분 생각을 하면 마음이 많이 아프다. 10년 지난 지금 그런 분들이 더 많이 생겨나지 않았을까 혼자 걱정을 해 보기도 한다.

좀 장황하게 한 재독 동포의 슬픈 사례를 이야기 했지만 조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재외동포들을 대한민국은 잊고 있지 않나 생각할 때가 있다.

약 반세기전 파독됐던 많은 간호사들과 광산근로자들은 월급을 모두 한국으로 송금하고, 배급 받는 마른 빵으로 연명하며 부족한 배를 물로 채우는 서러움을 겪었다. 그러면서도 귀한 일자리를 얻은 것을 감사하며 훌륭한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것을 필자는 재외동포들의 조국사랑 품앗이라고 생각한다.

품앗이는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전통이다. 품앗이는 마을의 어느 집에 큰 일이 생겼을 때, 마을사람 모두가 힘을 모아 그 일을 해결하는 풍습이다. 품앗이는 완전히 개인적인 몇몇 사람들 간의 교환노동이지만 서로의 품격 높은 신뢰를 전제로 참여자의 개별 상황을 인정하면서 이루어지는 신뢰와 인정을 바탕으로 한 우리민족 고유의 관습이다.

이런 품앗이 전통이 독일의 간호사 광부들에게서 발현되어 조국의 산업화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어디 독일에만 조국사랑 품앗이가 있었겠는가?

70년대 새마을운동이 전개될 때 재일동포들은 면단위까지 자매결연을 맺어가며 조국을 도왔다. 60년대 70년대 재미동포들은 조국의 산업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과학 기술력을 제공했다. 90년대 재중동포들은 인력이 부족한 조국에 노동력을 제공했다. 재외동포들은 조국에 IMF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금모으기운동을 전개했고, 해외송금을 늘려 조국이 IMF로부터 조기에 벗어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었다.

재외동포들은 국적상 한국인이 아닐지라도, ‘우리의 조국은 대한민국’이라고 태극기를 가슴에 품고 세계 각처에서 애국가만 들어도 눈물을 흘리고, 행사 때마다 아리랑을 불렀다.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현지인 한 명에게라도 더 아리랑을 가르쳐 주려 애썼다.

마지막까지 아껴 두었던 ‘고향의 봄’은 누가 볼까 부끄러워 눈물을 삼키며 볼메인 목소리에 끝까지 부르지도 못 하기가 일쑤였다. 재외동포들은 오늘의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해 일평생 땀과 눈물로 조국사랑을 실천한 '품앗이'의 전사들이었다.

그 동안 재외동포들이 조국을 위해 품앗이를 했다면 이제 대한민국이 재외동포들을 위해 품앗이를 해야 할 때다. ‘우리가 이만큼 했으니 그만큼 돌려달라는 것’이 아니다.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동포가 있으면 조국이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재외동포를 소외시키는 동포정책이 있다면 바로 잡아 달라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굶어 죽어가는 어린이를 돕는 것도 좋은 품앗이가 될 수 있다. 그 만큼 한민족의 품격을 높이는 것이고 한민족의 일원으로 어디에 살든 품격 있는 민족의 구성원으로 대우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재외동포사회는 개인이나 소속단체의 이기심을 버리고 거대한 지구촌 ‘한민족 품앗이 공동체’를 만들어 나아가야 한다. 재외동포의 비전과 희망이 재외동포정책에 반영되어 동포들의 권익이 신장되고, 향상되도록 우리가 ‘공동체’의 역량을 함께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한편 조국이 경제 문화 사회 등 모든 면에서 국격과 국가이미지가 자랑스럽고 눈부시게 발전하였듯이 재외동포사회도 혁신하고 발전해야 한다.

한민족 이민 140년사에서 재외동포들이 애국 애족의 마음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이 있도록 ‘품앗이’ 했듯이 이제 조국은 700만이 넘는 ‘한국밖의 한국인’ ‘재외동포’, 세계한인으로 분류되는 ‘한민족공동체’를 위해 ‘품앗이’ 해야 한다.

나아가서 고국과 재외동포가 손에 손을 잡고 세계속의 한국의 이미지와 국격에 부응하여 굶주리고 고통 받는 이웃 - 인류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한민족 품앗이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