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조선족의 모국어는 조선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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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조선족의 모국어는 조선말일까?
  • KBS 월드넷
  • 승인 2003.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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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KBS 월드넷) 박경호 통신원=연변은 조선족 자치주이다.
연변에 있는 조선족 초중, 고중학교들은 조선말 다시 말해 한국어로 수업을 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많은 시간 한어를 배우고 외국어로 일어를 배우는 학교들이 많다. 얼마전까지 대부분의 조선족 학교는 외국어로 일본어만을 배우도록 되어 있었지만, 최근에는 영어와 일어 중 하나를 선택하던지, 영어와 일어를 모두 배우고 그 중 대학입시 시험에서는 하나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조선족으로 태어나 조선말 하랴, 중국사람이니 중국어 하랴, 학교에서는 일어하랴, 영어하랴? 조선족 학생들은 정말 연변말투로 영~바쁘다 말입니다(매우 힘들다).
중국의 대다수 민족인 한족은 조선족 등 소수민족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사회적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여러가지 정책을 사용한다.
사회에 진출하려는 조선족들에 대한 차별도 매우 심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군관학교(장교 양성 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도 조선족들은 매우 어렵다고 한다.
한편 연변에도 한족 학교들은 이미 외국어로 영어를 배워왔다고 하는데 유독 조선족 학교들은 세계공통어인 영어를 배울 기회를 갖지 못하고 고중을 졸업하게 된다는 것이 안타깝다.
이들은 대학에 가서도 비교적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교양언어로 또 일어를 선택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학생은 대학을 졸업해도 알파벳A자도 모르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우리 재단의 고중장학생들도 대부분 아직도 학교에서 외국어로 일어를 배우는 경우가 많다.
한족고중학교는 이미 모두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고 있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인데, 조선족 학교에서는 왜 아직까지도 일어를 외국어로 가르치고 있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국제화 사회에서 영어를 배울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정책(?)이었을까? 아무튼 고중학생이 되어서도 영어를 배우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조선족 학생들은 한족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어실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이다.
고중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서 가장 많은 지장을 받게 되는 것이 한어로만 진행하기 때문에 수업내용을 빨리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야 한족학생들과 비슷하게 수업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족학생이 많은 학교에서 더 좋은 성적을 얻으려면 조선족 학생들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조선족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조선말, 한어, 일어를 할 수 있고, 더하여 영어까지 배우면 4개국어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회화가 가능하려면 대학에서 수업시간에 듣는 것 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연변과기대에는 외국어학부가 있다. 영어과와 독일어과가 있는데 연변과기대의 경우 native speaker 외국인 교수가 직접 강의를 해서 그런지 학생들의 외국어 실력이 남다르다.
영어과의 조선족 학생이야말로 3개국어를 능통하는 유능한 언어실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언어적으로 더 유리한 조건에 있는 조선족 학생들은 더욱 분발하여 한어실력을 제고하여야 한다. 기본적인 회화는 누구나 가능하지만 조선족 학생들이 쓰기와 번역하는 것에는 좀 약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조선말로 수업하는 고중에서는 문제없지만 대학에 가서는 상대적으로 뒤쳐지기 쉬운 것이다.
조선족 학생들은 소수민족에 대한 민족적인 차별을 논하기 전에 스스로 한어실력을 키우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연변에 와보니 같은 조선말 사용에 있어서도 의사소통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한민족끼리도 환경이 다르다 보니 쓰는 말이나 용어가 다른 것이다. 만일 통일이 되면 그런 격차가 얼마나 심할 것인가?
연변에서는 모든 간판에 조선말과 한어(중국어)를 함께 적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관공서에 가서나 은행업무 등을 보려면 모든 양식은 한어로만 되어 있다. 연변에는 조선말을 사용하니 한어를 잘 몰라도 생활에 불편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생각은 좋지않다. 연변도 중국이고 외국이다. 연변에 와서 무언가 일을 하고자 하거나 관광이상의 목적이 있다면 한어를 열심히 배워서 준비해 오는 것이 좋다. 그래야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경험할 수 있고, 불편을 줄일 수 있다.
연변은 엄연히 중국이기 때문이다.
연변에 사는 많은 조선족들도 모두 다 한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별로 배우지 못한 사람은 아주 간단한 말 이외에는 잘 할 줄 모른다. 이에 여러 방면에서 불편을 겪는 일이 많다. 조선족들도 중국에 살면서 더 많은 기회를 누리고, 기득권을 얻기 위해서는 한어를 열심히 배워야 할 것이다.
필자도 한어를 배우고 있지만 주변환경이 조선말을 쓰는 사람이 너무 많고, 사실 한어를 쓰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핑계로 그렇게 진보가 빠르지 않다. 하지만 있는 동안 한어를 열심히 배울 생각이다.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언어를 쓰는 환경에서 정말 많은 힘이 된다는 당연한 진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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