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노인들 왜 치료하냐는 질문을 받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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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노인들 왜 치료하냐는 질문을 받기도 해요.”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0.05.2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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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한 사할린동포 치유하는 성혜숙 소장

“사할린동포 미술치료와 관련한 연구는 처음이라고 해요. 귀국사업에 사회적 관심이 엄청났던 것을 생각하면‘아이러니’지요.”

성혜숙 서산미술치료연구소소장은 7년째 우리나라에 귀국한 사할린동포들을 대상으로 치료를 하고 있다. 안산시 고향마을에 사할린동포들이 대거 거주하면서부터였다.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어요. 지나칠 정도로 방어적이었어요. 마음속 얘기를 끌어내기까지 만도 노력의 절반을 쏟아야 했죠. 평균 30회 이내에 치료가 끝나는데 60회까지 필요했지요.”

성 소장은 충남 괴산과 서산에서 폐교를 활용해 만든‘도비스쿨’의 설립자. 미술문화체험학교이면서 심리치료를 하는 곳이다. 의뢰가 들어온 것은 그에게도 뜻밖이었다. 인천, 안산 등에서그들을 돌보는 간병인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크레파스, 색연필이 뭔지도 모르는 어른들이었습니다. 1930년대 후반부터 이주한 분들에게한국은 그들이 자랐던 농촌마을과는 완전히 딴 판이었던 것입니다.” 그는 ‘회상법’을 미술치료의수단으로 활용했다. 그림을 그리기 어려운 분들이 많아 잡지나신문 등의 사진을 오려 붙이는‘꼴라주’기법을 사용했다. 음악, 명상 등을 통한 예술치료도 병행했다.

“옛날 사진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적었어요. 과거의 아픔으로 무의식적으로 기억이 단절된 부분도 많았어요. 오래된 시장풍경, 경찰소 등을 보여주며 전쟁, 이산 때의 기억을 떠올려 드리죠. 그러나 어떤 분들에게는 참으로 힘든 과정이어서 진행이 쉽지 않았지요.”

그는 이들의 치유과정의 내용을 엮어 만든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학계에서는 잘 알려진 이근매 미술치료학회 원장이 논문을 지도하고 있다. 발표할 논문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할린 동포들은 우울증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치료를 통해 우울증이 호전되기도 했다.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70~80세 노인들을 치료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분들이 있어요. 어차피 돌아가실 사람들이라는 말이겠죠. 하지만 아름답게 생을 정리하도록 우리나라가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는 “사할린동포 귀국정책은보는 시각에 따라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귀국사업 자체에 큰 의미를 둘 수도 있지만, 사할린동포들 입장에서는 강제로 떠난 머나먼 타국에서 이제야 원점인 고국을 찾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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