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고기 즐기는 애니깽 4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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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고기 즐기는 애니깽 4세”
  • 이종환 기자
  • 승인 2009.11.3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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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세계한민족공동체재단 차세대리더대회


멕시코에서 온 오스카 로드라게스(24)는 ‘애니깽 4세’다. 1905년 3월 제물포항에서 멕시코 애니깽 재배농장으로 첫 노동이민을 떠난 275가구 1천33명 가운데 한 사람이 로드리게스의 증조할아버지다

애니깽은 선박용로프를 만드는 선인장. 농장이 있던 유카탄반도의 메리다에 지금도 그의 집과 마을이 있다.

“마을에 한국계가 많아요”라고 말하는 그는 우리말을 전혀 모른다. ‘엄마’가 ‘마마(Mother)’라는 정도만 알고 있다.

증조부에 대해 아는 것도 부산이 고향이라는 것뿐이다. 증조부가 멕시코에 오기 전에 한국에서 무엇을 했는지도 전혀 모른다. 증조부의 스페인식 이름 말고, 한국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증조모는 멕시코계다. 할머니와 어머니도 모두 멕시코계다. 이렇게 따지면 피(血)로는 ‘6분의 1’ 한국인인 셈이다.

그는 이번에 세계한민족공동체재단(총재 김덕룡 대통령국민통합특보)에서 주최한 ‘세계한민족차세대리더대회’에 초청받아 한국을 찾았다. 이번이 첫 한국방문이다.

“불고기가 맛있어요. 김치와 김밥도 좋아해요” 경복궁에서 만난 그는 통역을 가운데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멕시코 바예대학 대학원 과정에 다니면서 장사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에서 온 신기섭씨(35)는 멜번에 있는 제약회사 연구원이다. 시드니 공과대학(UTS)에서 응용화학을 공부한 그는 맬번의 모나시 대학에서 약품화학으로 박사과정을 마쳤다.

지금은 양전자단층촬영기기(CTS)를 사용한 암 진단물질의 제조 및 임상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중학교때 호주로 건너갔다. 이 때문에 우리말이 유창하다.

일본 도쿄에서 온 김기언씨는 2007년부터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우리말이 서툴기는 하지만, 대화는 될 정도다. 도치기현의 우쓰노미아 고교를 졸업하고 쿄토대학 법학부를 나왔다.

초중고 시절에는 야구부에서, 대학에서는 아메리칸 풋볼팀에서 활약했다고 한다. 내년에 한국관련 법률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으로 옮기면서 고려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할 생각을 갖고 있다.

이들처럼 6개국에서 모두 19명이 이번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찾아왔다. 일본에서 3명, 브라질에서 3명, 중국에서 5명, 호주에서 5명, 멕시코에서 2명, 미국에서 한명이 왔다.

이들은 22일부터 29일까지 8일간 전국을 돌면서 한국 문화와 역사 체험에나섰다.

세계한민족공동체재단은 차세대 리더 양성을 목표로 2003년부터 각국에 거주하는 동포 젊은이들 20명씩을 한국으로 초청해 문화역사 체험행사를 진행해왔다.

올해는 일곱번째 행사. 특히 이번 행사에는 김승리 전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이 멕시코의 애니깽 후예 2명의 한국 왕복 항공 경비를 지원하는 등 해외의 한인 상공인들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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