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포럼] 감성교육으로 아이들 미래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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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포럼] 감성교육으로 아이들 미래 준비해야
  • 강성봉
  • 승인 2009.05.1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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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회 희망포럼 - 천광호 전 선린인터넷고등학교 교장

이글은 지난 8일 희망포럼 광화문홀에서 천광호 전 선린인터넷고등학교 교장이 ‘세계로 미래로 향하는 교육’이라는 주제로 행한 제110회 희망포럼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주>

▲ 천광호(전 선린인터넷고등학교 교장).

필자는 1999년 9월 1일 선린정보산업고등학교에 교장으로 부임했다. 당시의 선린은 한 반에서 꼴찌부터 꼴찌에서 5등까지의 학생들이 오는 학교였다. 부임 초기 필자가 한 일은 퇴학생 도장 찍는 일이었다. 한 학년에 자퇴생이 25%에 달했다.

아이들은 학교를 그만두고 다른 학교로 가는 게 아니라 술집 삐끼로 일하거나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학생들 수백명이 아침부터 오후까지 하루 종일 등교하고 하루 종일 도망갔다.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침을 너무 뱉어 계단이 미끄러워 다니기 어려울 정도였다.

수업은 50분 수업인데 실제로는 25분 정도 진행이 되었다. 5분 늦게 시작하고 5분 일찍 끝냈고, 10분에서 15분은 낮잠을 자게 했기 때문이다. 선생들에게 ‘왜 그러느냐’ 물었더니 ‘우리 학교 애들은 25분이 넘으면 집중을 못해 수업이 안 된다’고 했다. 완전히 망한 학교였다. 대부분의 선생들은 전과를 하거나 다른 데로 옮길 궁리를 하고 있었다.

실제로 와서 보기까지는 이런 학교가 있으리라고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부임한 지 1주일만에 그만둘까도 생각을 해보았지만 ‘내 인생을 모두 걸고 이 학교를 바꿔보겠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먼저 아이들이 지각을 하는 이유를 알아보았다. 아이들이 집에서는 학교에 간다 하고 학교앞 PC방에 들어 앉아 게임을 하다가 교문에서 복장검사 두발검사 하는 학생부 선생이 수업에 들어갔을 때쯤 등교했다. 어떤 아이는 심지어 점심 먹고 한 시간쯤 지난다음 들어와서 ‘왜 오냐’고 물어봤다. ‘응원 연습하러 온다’는 대답이었다. 수업은 오전 8시 40분에 시작이었다. 그래 학생들에게 ‘8시 30분 전에 교문에 들어오면 머리, 복장은 문제 삼지 않겠다’ 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다들 새벽같이 나왔다가 학교앞 PC방으로 내빼는 것이었다.

이걸 고치기 위해 학교가 가지고 있는 컴퓨터를 학생들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오후 10시까지 개방했다. 당시 학교는 꽤 많은 컴퓨터를 가지고 있었는데 학생들에게 개방한다 하니까 선생들의 반대가 심했다. 학생들이 부품을 내다팔고 망가뜨리고 하기 때문이었다. 학교가 선생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부품은 얼마든지 보충해주겠다고 설득했다.

필자는 ‘애들이 안 오는 학교는 학교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학생들을 자리에 앉혀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컴퓨터실을 개방해 학생들에게 학교 오는 연습을 시키고, 자리에 앉는 연습을 시켰다. 교과서에 의존하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기 수준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게하는 교육이 돼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선생들 사이에 밴드반을 없애야 한다는 움직임이 돌았다. 평소에 ‘감성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필자는 밴드반 학생들을 몰래 만나 비밀 협상을 했다. “지각하지 않고 싸움하지 않으면 밴드반을 없애지 않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하자 아이들이 약속을 지켜 밴드반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응원연습만 하러 오는 아이도 문제가 되었다. ‘학교에 공부하러 오는 게 아니라 응원연습 하러 온다는 게 말이 되느냐?’ 응원부를 없애자고 선생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필자는 ‘아니다. 퇴학시키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 내가 싫어하는 놈 안 보이는 곳으로 쫓는다고 교육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생들을 설득했다.

▲ 지난 8일 희망포럼 광화문홀에서 열린 ‘제110회 희망포럼’에서 천광호 전 선린인터넷고 교장이 강연했다.

필자의 이런 노력이 학생들에게 통했는지 아이들이 불쑥불쑥 교장실을 방문하기 시작했고, ‘누구 누구 선생이 수업에 늦게 들어와요. 누구 선생은 어떻게 했어요’ 하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필자는 ‘너희들 얘기를 듣고 교장선생이 그 선생들에게 얘기를 하면 선생들이 너희를 미워하지 않겠니? 너희가 가서 선생님을 모시고 수업에 들어가라’ 했다. 이런 식으로 수업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던 아이들이 선생을 모시러 가기 시작하면서 선생들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학교 홈페이지도 오픈했다. 처음에는 욕이 오가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들이 논리적으로 자기주장을 하게 됐다. 아이들에게 동아리 교육을 정규과정으로 도입하고 전국에서 최초로 연극을 정규과목으로 채택했다.

8년을 노력한 결과 선린의 교육과정을 이 세상 어느 선진국의 교육 프로그램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으로 만들어 놓았다. 국내에서는 잘 알아주지 않아도 미국에선 알아주었다. 지금까지 미국의 유명 주립대학에 65명을 합격시켰다. 올해는 12명을 보냈고 그 중 6명이 세계 10대 대학의 컴퓨터회계학 분야에 입학했다.

선린이 전국의 모델학교가 되니까 완전히 버려졌던 실업학교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상위그룹 인재들이 들어와서 인문계학교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학교가 서울에만 해도 20여개가 생겨났다.

필자의 평생의 주제는 생명존중, 감성, 종교, 열정, 마음 등과 관련된 교육내용을 어떻게 표준화 보편화시켜서 모든 교과와 교육에 도입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선린인터넷고등학교를 통해서 어느 정도 바람직한 모델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한 개인이 필생의 노력으로 만들어 놓은 모델을 이제 정부가 제도화시켜 보급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정리=강성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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