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예감’토크(TaLK), 규모 2배로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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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예감’토크(TaLK), 규모 2배로 늘린다
  • 이종환 기자
  • 승인 2009.03.2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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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정상기 국립국제교육원 원장

이스라엘의 ‘사르 엘’ 프로그램과 비슷
참가동기는 부모들의 권유가 압도적


▲ 정상기 국립국제교육원 원장.
‘영어를 가르치면서 한국도 배우도록 한다(Teach and Learn in Korea)’는 취지로 시작된 정부초청 해외영어봉사장학생(토크,TaLK) 프로그램이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응이 너무 뜨거워서다.

농어촌이나 산간벽지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원어민 선생’을 만나 영어를 배우니 기뻐하는 것은 당연한 일.
외국에서 한국으로 영어교육 봉사를 자원한 ‘벌룬티어 선생님’들은 환경이 열악하지만 별 불만이 없다.
되려 벽지일수록 인심이 후하다 보니, ‘한국의 정’도 듬뿍 느끼고, 한국의 전통관습과 문화를 아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찾아요. 그리고는 고구마와 편지를 건네줘요. 처음엔 서먹하더니 내가 아이들을 사랑해주니까 아이들도 내게 사랑을 줬어요. 아이들과 헤어질 것이 두려워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내주신 부모님께 감사해요”

일리노이스 시카고대를 다니다 장학생으로 선발돼 한국으로 온 재미동포 2세 백단비씨의 말이다.
‘봉사장학생’들의 75%가 그 같은 재외동포 2,3세다.

이들 못지 않게 이들의 해외 부모들도 아주 만족하고 있다. 자녀들이 한국에 가서 전통 문화도 배우고, 우리 말도 익히는 게 반가운 것이다.

“아는 사람이 딸의 안부를 물어서 한국에 장학생프로그램으로 갔다니까 부러워해요. 자기도 두 딸이 있는데, 못 보낸 게 아쉽다면서 다음엔 꼭 보내고 싶다고 하더군요. 장학금을 받고 한국에 가서 한국문화와 역사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잖아요”

시카고에 사는 정옥현씨의 말이다. 그는 백단비씨의 어머니다.

토크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좋다 보니 오는 9월에 시작되는 3기 모집에는 선발인원 수를 처음의 2배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고 이 프로그램을 주관하고 있는 국립국제교육원 정상기 원장은 말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것으로 ‘대박’이 나는 프로그램은 아주 드물다. 시작은 거창하나 용두사미로 끝나면서 ‘쪽박’으로 끝나는 게 적지 않다.

▲ TaLK 프로그램 1기 참가자 현황
그런데 ‘토크(TaLK)’는 예외인 듯하다. 토크는 정부초청 영어봉사장학생 프로그램의 약칭. 우선 착상부터가 매력이 있다. 영어권 대학생들이 대상이다. 이들을 한국으로 영어 ‘교육봉사’를 오도록 해서, ‘미래의 지한파’로 만들어내겠다는 꿩먹고 알먹자는 아이디어다.

“일(job)이 아니라 봉사(volunteer)할 사람이 오니까 열의가 높아요”
국립국제교육원 정상기 원장의 말이다.

그는 이스라엘이 해외에 있는 유태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국 봉사 프로그램’을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사르 엘’이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이다. 레바논과의 전쟁으로 이스라엘 남성들이 전투원으로 차출되면서, 농촌의 일손이 모자랐을 때였다.

수확기를 맞은 국영농장 키부츠로 해외의 젊은 유태인들이 ‘농촌봉사’를 왔던 것이 계기가 됐다.
이들은 일을 하면서 히브리어를 공부하고, 유태인의 전통문화를 익혔다. 이들이 되돌아가면서 해외 각지에 흩어져서 이질적이던 유태인 커뮤니티들이 동질성을 되찾기 시작하고, 이스라엘과의 유대도 강화됐다.

토크 프로그램의 참가자들도 재외동포 2,3세가 많다. 1,2기 프로그램 참가자 가운데는 이들이 4분의 3을 차지한다. 모국에 가서 봉사한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의 사르 엘 프로그램과 많이 닮았다. “재외동포 사회의 민족 정체성을 살리고, 모국에 대한 애정도 키우기에 토크가 안성맞춤이지요”
정원장은 또 이렇게 소개한다.

“조국의 군대에 복무를 못하는 게 미안해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토크에 참가했다고 하는 지원자도 있어요”
나아가 한국의 대학생들한테도 도움이 된다고 그는 말한다.

‘토크 선생’들의 영어수업은 2인1조로 운영된다. 외국에서 온 선생 한사람에 이를 돕는 한국 대학생 선생님이 같이 수업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우리 대학생들에게는 봉사도 하고, ‘알바’도 하면서 덤으로 영어도 단련하는 기회가 되잖아요. 시골생활을 해보는 경험도 쌓구요”

여기에다 대학생을 위한 ‘알바 일자리 만들기’라는 장점까지 합친다면 토크는 한 개의 돌로 서너마리의 새를 잡는 셈이다.

이처럼 반응이 좋아지면서 정원장도 무척 바빠졌다. 우선 당초 380명으로 진행중인 이 프로그램을 오는 가을부터는 63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 때문에 ‘양질의 지원자’를 찾는 게 시급하다.

“토크 참가자들을 설문조사를 해보니, 지원동기가 부모들의 권유라고 답한 비중이 아주 높더군요”

정원장은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 그래서 그는 오는 4월초 미국 서부 등 몇 개 지역을 방문하기로 했다. 재외동포들을 만나 2,3세들의 적극적인 참가를 직접 호소하기 위해서다.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요즘 정원장의 머리가 희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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