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이샌’과 ‘괭헤이먼’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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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이샌’과 ‘괭헤이먼’을 아시나요?
  • 이종환 기자
  • 승인 2009.02.0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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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문 우리말영어식로마자표기학회 회장

정부 “로마자 표기는 경제성이 중요”
김복문 “‘Seoul’과 ‘Sur Wool’을 외국인한테 읽혀봐라”


▲ 김복문(우리말영어식로마자표기학회 회장)
“송나이샌을 아시나요?”
“뭐, 송나이샌?”
그럼 “괭헤이먼은 뭔가요?”
“괭헤이먼?”

이를 알아챌 수 있으면, 눈치 빠른 사람이다. 우리 안내표지판에 적힌 지명을 영어권 사람들이 읽는 대로 읽은 것이다.

괭헤이먼은 안내표지판에 적힌 ‘Kwanghwamun(광화문)’, 송나이샌은 ‘Songnisan’, 즉 속리산이다.

이처럼 ‘표기 따로, 발음 따로’이다 보니 말하는 외국인들은 물론이고, 듣는 한국인들도 헛갈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원로 국어학자까지 나서서 문제의 표기법을 바꾸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경기도의 경기가 가이옹자이(Gyeonggi), 태조 이성계가 아이숑가이(I Seong Gye)로 읽혀 문건으로 의사가 통하지 않고, 전화로는 더욱 안 된다”는 것이 국어학자 이응백 서울대 명예교수의 지적이다.

이교수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대해서’라는 글에서 나아가 이렇게 말한다.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앞으로 더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김복문 교수(충북대 명예교수)가 개발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면서 “김복문 교수의 ‘우리말의 올바른 영어식 표기’는 ‘국제표준화기구(ISO) 로마자 표기 관련지침’에도 이질감없이 100% 들어맞는다”고 덧붙였다.

김복문 교수가 누구이길래, 그가 어떤 것을 개발했길래 원로 국어학자가 나서서 그의 표기법을 채택하라고 했을까. 지난 1월 하순 본지 회의실에서 김복문 교수를 만났다.

“내가 개발한 것은 영어발음을 기준으로 한 표기법이라는 점에서 기존 로마자 표기법과 다르다. 외국인이 한국어 로마자 표기를 발음할 때 한국사람이 듣기에 어색해서는 안 된다는 게 내 표기법의 제1원칙이다”

김교수의 말이다. 김교수가 개발한 표기법 대로라면 속리산은 ‘Songneesahn’, 광화문은 ‘Gwahnghwahmoon’이 된다.

이같은 표기법을 정부가 채택하도록 김교수는 오랜 시간 연거푸 건의했다. 그러나 정부의 검토결과는 김교수의 기대를 무너뜨린 것이었다.

“오, 으, 이, 에가 받침이 있을 때는 o, u, i, e였다가 받침이 없으면 oh, uh, ee, eh가 돼 매우 복잡함. 표기법이 모음을 2글자 이상으로 하여 경제성이 떨어짐” 나아가 “국어발음을 정확하게 표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김교수의 표기방식에 따른 “서울(Sur Wool)은 ‘수룰’로, 서인천(Surinchurn)은 ‘수린추른’으로 읽힌다”고 했다.

최종 결론은 “로마자 표기는 경제성이 중요한 요소로, (김교수) 의견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 이에 대해 김교수는 “경제적으로 하자고 틀린 발음을 적어서야 쓰겠냐”면서 이렇게 말한다.

“제 표기는 외국사람들이 읽도록 해서 경험치로 얻은 것입니다. ‘Seoul’과 ‘Sur Wool’을 외국사람한테 발음해보라고 해서 몇 명한테라도 실제로 읽혀보면 누가 옳은지 알 수 있잖아요”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로컬 스탠다드’가 아니라, 세계 누구에게도 통용돼는 ‘월드 스탠다드’ 발음 표기라는 것이다.

김교수는 1953년 서울대 정치학과 2년을 수료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미주리대를 거쳐,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경제학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후 한국무역진흥공사(현재의 코트라)에 들어가 몬트리올 및 토론토 무역관장 등을 거치고 81년부터 충북대학 무역학과 교수로 강단에 섰다. 지금은 충북대 명예교수. 그는 해외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명함에 적힌 ‘Gim Bock Mun’이란 이름을 현지사람들이 이상하게 읽는 것에 충격을 받아 우리말의 로마자 표기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스스로 개발한 표기법을 ‘우리말의 영어식 표기법’이라고 이름 붙인 그는 그후 ‘우리말영어식(로마자)표기학회’를 만들어 지금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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