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사회 ‘선거열풍’ 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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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사회 ‘선거열풍’ 부나?
  • 오재범 기자
  • 승인 2009.02.09 11: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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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활화산 대 아시아 휴화산

불법선거운동, 투표율, 선거장소 등 여러 우려 불거져
한인회, 정치적 중립 위한 정관 개정 필요성 제기돼


▲ LA한인회 '참정권 통과 축하 기념식'.
재외국민 참정권 관련 법안이 통과돼 드디어 참정권 시대가 열렸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공직선거법,주민투표법 그리고 국민투표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3건이다. 이제 많게는 240만명의 재외동포가 오는 2012년부터 ‘민주주의의 꽃’인 각종 선거에 직접 참여해 우리국민의 권리를 행사하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동포사회에서는 지난 5일 열린 국회 본회의를 통해 관련 법안들이 통과되자 두손을 들어 환영했다. 이와 동시에 참정권이 동포사회 내부에 가져올 변화에도 촉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현지동포사회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불법 부정선거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재외국민 투표의 경우 선거운동이나 투표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벌어져도 조사와 단속활동에 한계가 있고, 위법 행위가 나타날 때 강제적이고 유효한 사법권 발동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국외에서 지출한 비용은 보고는 하되 선거비용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금품을 동원한 과열 선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미지역에서는 투표 장소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재외공관의 사정에 따라 교통수단을 이용해 여러 시간 이상 이동해야 투표소에 도착하는 지역이 적지 않아 부재자신고와 투표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예측이다.

▲ LA한인들이 ‘재외국민 참정권 통과 축하 기념식’을 곳곳에서 열어 자축하고 있다.
실제로 가장 많은 한인이 거주하는 LA에서는 LA총영사관 관할 지역인 애리조나주에 사는 유권자가 투표를 하려면 ‘큰 마음먹고’ LA공관으로 찾아와야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우려되는 것은 동포사회 분열이다. 정재건 뉴욕한인경제인협회장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받아 반갑지만 선거가 과열될 경우 동포사회의 정치적 분열과 갈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철저한 대비책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LA, 뉴욕 등 동포수가 많은 지역에 이미 향우회, 동문회 등 지역과 학연으로 뭉쳐진 한인모임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분열이 심한 동포사회에는 선거가 진행되면서 화합이 더 어려워진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게다가 재외국민 투표는 선거일 9일 전까지 마감되기에 재외국민들이 국내 선거운동을 모두 지켜보지 못한 채 지지정당이나 후보자를 결정하는 부분도 한계로 지목됐다.

반면 중국, 일본, 호주 등 아시아, 오세아니아 한인사회에서는 재외국민 참정권이 시행돼도 한인사회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곳은 재외국민 유권자의 절반이상인 130만명 가량이 거주하고 있다.

송교승 재중국한국인회 사무총장은 “한인회는 현지 한인사회의 봉사와 권익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민간대표 단체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사항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한인사회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온다 해도 한인사회 분열과 같은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중국 내 한인사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승원홍 시드니 한인회장은 “한인회는 중립을 지켜야 하고, 선거는 언론 홍보를 통해 공정히 치러져야 한다”며 “선거율이 저조할 경우 한인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한인회 차원의 운동을 펼치는 것도 방안중 하나”라고 말했다. 호주는 우리나라와 달리 각종선거가 의무적으로 시행되고 있어 현지에 알맞는 한인회의 역할을 먼저 제시한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실제 투표에 참여하는 동포는 극소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현재까지 재외국민 투표가 공관에서만 가능한 상황이고, 우편이나 인터넷 등을 이용한 간접선거가 아직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일경 필리핀한인총연합회장은 “필리핀을 포함해 한인들이 많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지역 한인사회에는 공관과 한인사회가 서로 밀집된 경우가 많고 관심이 높아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낮은 투표율은 일부지역에만 한정된 문제라는 것이다.

박 회장은 또 “한인회가 정치열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면 한인회 정관을 수정해 ‘한인회’의 선거운동 금지조항을 만드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박채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부 언론의 우려와는 달리 동포들이 국내정치인에 의해 좌지우지 될 만큼 어리석지 않아 참정권이 실행돼도 동포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북미 일부지역에서는 한국정치에 관심이 많은 동포가 상당수인 만큼 진통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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