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민둥산에 우선 나무부터 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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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민둥산에 우선 나무부터 심겠다"
  • 오재범 기자
  • 승인 2008.09.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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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 정치력 신장 만큼이나 미국인에 한반도 통일정책 홍보하는 것 중요

조병창 민주평통 북미주 부의장(사진, 70)은 인터뷰 내내 평소의 소탈한 성격답게 최근의 동포사회 쟁점 현안들에 대해 자연스러운 표정과 거침없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자칫 무겁고 조심스러울 수 있는 정책 현안들을 질설적인 화법으로 풀어내는 그의 모습에서 2천여명 해외자문위원 중 절반에 가까운 북미주 지역 조직을 이끌고 있는 수장다운 당당한 면모와 미국에 맨손으로 건너가 성공을 거둔 기업가로서의 녹녹치 않은 관록이 느껴졌다.<편집자주>

인터뷰=박상석 편집국장

-해외 민주평통과 인연은 언제 처음 맺게 된 건지. 북미주 협의기구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1985년 2기 평통위원이 됐는데, 제가 뉴욕에서 경제인협회장을 할 당시입니다. 하지만 다음해인 86년에 한인회장에 선출돼 그만두게 됐습니다.

당시 민주평통은 동포사회에서 정부의 하부조직이라는 지탄을 받았습니다. 동시에 한인회장은 민주평통위원을 겸임할 수 없다는 한인회 내규가 있어 결국 1년만에 평통 위원을 사임했습니다. 그 뒤 한인회장직을 마치고 다시 평통위원을 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제가 수락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지난 정부 때인 11기인 2003년부터 다시 평통위원 활동을 시작했으며, 해외 부의장이 신설된 12기부터는 부의장직도 맡아 활동하고 있지만 평통위원 활동기간은 모두 5년에 불과합니다. 해외 부의장은 미주, 일본 두 명이 맡고 있는데 제가 북미주를, 다른 부의장은 재일민단 단장이 맡아 일본 내 여러 협의회를 이끌고 있습니다.

해외 부의장 제도는 북미주의 경우만 16개 협의회와 3개 지회 1천200여명의 동포위원들이 있어 서 각 지역의 협의회를 운영하는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이와 동시에 부의장을 통해 민주평통에서 추진하는 각종 사업의 능률을 높이기 위해서 운영하는 것입니다.

-북미주 지역협의회의 특별한 사업과 계획에 대해 소개해 달라.

평통 기본활동인 조국통일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대북한 사업과 미국인에게 분단된 한반도 통일정책을 전파하는 한편, 미 정부에 대해서도 한반도 통일정책에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통일을 위한 인도적인 방법으로는 북미주 전체 평통위원이 방북을 해 민간교류의 창을 넓힐 예정입니다. 처음에는 평통 임원들이 주축이 되겠지요. 이같은 전체 평통위원의 방북은 이미 2006년부터 추진하고 있는데, 북한 핵문제 등의 문제가 중간에 발생해 실현단계에서 여러 차례 취소됐습니다.

단지 LA, 토론토, 워싱턴 등 몇몇 협의회가 개별적으로 이산가족 방문 등의 명목으로 방북한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각 협의회나 지회에서 개별접촉을 하려면 아무래도 낭비가 많습니다. 그래서 창구를 일원화 해 북미주 전체적으로 진행하면 비용도 줄이고,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북한도, 남한도 모두 우리나라 아닌가요? 같은 민족문화가 있는데, 제가 북한에 방북하려고 했던 이유는 동포들이 북한에 가면 각 협의회의 규모에 맞춰 어떤 사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그리고 북한에 나무를 심는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최근 북한에는 나무가 없어 민둥산이 되고 비가 오면 큰 수해가 나고 있습니다. 나무를 심어 기르면 자연스럽게 국토사랑과 자연사랑이 됩니다. 이는 마치 어린이들에게 우유를 주면 어린이가 튼튼하게 자라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그린코리아’라는 이름으로 북미주 평통 전체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남북나눔공동체와 함께 보조를 맞춰서 추진할 계획입니다.

그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으로 미국인들에게 한반도의 통일 정책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의 통일방안을 전달하기 위해 각 협의회에서 미국인을 초청한 가운데 토론회를 많이 열고 있습니다.

자라나는 차세대들에게 통일 기반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버지 나라가 분단돼 있습니다. 2세대들에게 소위 분단조국에 대한 실상을 전달해야 하는데 2세들은 1세들과 같이 조국분단에 대한 큰 가치를 두지 않고 있으며, 우리의 사상도 전수되야 하는데 이 또한 부족합니다.

그래서 차세대 컨퍼런스와 포럼을 2년마다 정기적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올해는 휴스턴에서 컨퍼런스를 진행했는데, 이를 위해 22명의 한국 차세대 위원들이 미국에 건너와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차세대위원들과 친교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현 이명박 정부가 보수정권이다. 때문에 남북문제, 통일문제 등 해외 평통위원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데 있어 운신의 폭이 좁아지지나 않을까 우려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정권이 바꿨어도 평통위원의 지위, 활동에 제약이 없습니다. 게다가 새정부가 들어와 위원들에 대한 어떤 지시나 주문을 한 적도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하나도 없지만, 방식만 조금 바꿨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인도적인 것은 무조건적으로 지원을 합니다. 하지만 경제협력을 하는데 있어서 하나하나 대화를 통해야 합니다. 특히 북한 인권문제에 있어서는 할 말은 해야 합니다. 지난 정부 때 정부가 대북지원을 하면서 유엔의 한 인권단체를 거론하며,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을 때 저 자신은 동의하지 않은 적도 있습니다. 다만 평통위원 자체가 비정치적, 비정파적인 위치인지라 이런 점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한때 미주지역에서 정권교체와 맞물려 평통 해외자문위원 임명문제로 잡음이 일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사건은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전 12기 민주평통 위원에서 13기로 넘어오면서 일괄위촉이 됐는데요. 이중 몇몇 위원들이 사임을 했고, 이에 다른 분들이 반발하는 일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이에 제가 중재에 나섰고, 결국 운영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해 다시 임명을 하는 선에서 마무리됐을 뿐 정권이 바뀌는 것과 상관이 없습니다.

- 말씀 잘 들었다. 마지막으로 <재외동포신문>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재외동포신문>을 정독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신문이 올해로 5년이 됐지요? 앞으로도 해외에 있는 동포들에게 꼭 필요한 언론이 되기를 바라며, 동포신문이 있는 것 자체를 본인도 참 기쁘게 생각합니다.

과거에 이 신문이 없을 때는 다른 지역 동포사회의 소식을 접하는 것이 단편적, 간헐적이었기에 저는 <재외동포신문>이 동포사회에 꼭 필요한 언론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내 젊은이와 정치권이 우리 재외동포들에 대해 미래 지향적, 열린마음으로 대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국내의 일부 젊은이들이 재외동포들에게 ‘왜 참정권을 주는가?’ 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재외동포 700만은 우리나라의 무한한 자산이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기억하는 미 의회의 위안부결의안 통과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바로 재미동포들입니다. 또 풀뿌리에 해당하는 평통위원 등 미국에서 정치력을 신장하는데 우리 동포들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동포들을 우리나라 국민이 더 아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정리.사진=오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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