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 수 없는 향숙의 세상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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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수 없는 향숙의 세상은 다릅니다”
  • 최선미 기자
  • 승인 2008.07.10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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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궤도> 연출 재중동포 김광호 감독

▲ 영화 <궤도>를 들고 서울을 찾은 재중동포 김광호 감독을 만났다. <사진=이석호 기자>
재중동포 김광호 감독의 영화 <궤도>가 오는 11일 개봉한다. 김광호 감독에게 첫 영화이자, ‘옌볜 최초의 장편 독립영화’인 <궤도>는 말없이 눈빛으로 교감하는 무팔장애인 철수와 청각장애인 향숙의 삶을 잔잔히 담고 있다. 김광호 감독이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최우수 아시아 신인작가상)을 수상하는 기회를 안겨 주기도한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인디스토리 사무실에서 영화 <궤도>를 들고 서울을 찾은 김광호 감독을 만났다.

- <궤도> 이전의 활동을 소개해 달라.
옌볜TV방송국에서 PD로 22년간 활동하고 있고, 북경영화학원에서 촬영을 전공하기도 했다. 지난 1996년에 <초연 속의 수리개>라는 첫 드라마를 촬영했다. 2005년에는 <반지>라는 미니시리즈를 연출하기도 했다.

- 혹시, 독자들이 <수리개> 등 김광호 감독의 이전 작품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있는가.
옌볜TV방송국의 홈페이지가 건설단계이긴하나, 현재까지 개별적인 통로는 없다.

- <궤도>가 탄생하기 전에 다큐멘터리 <금호의 삶의 이야기>를 찍었다고 들었다.
1년 사계절 동안의 최금호 씨의 삶을 담은 작품이다. 지난 2005년부터 실제 제작기간 중 5, 6개월은 최금호 씨와 같은 집에서 먹고 자며 (다큐를)찍었다. 이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어 중국다큐멘터리대회 소수민족 부문 1등을 수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때 쌓은 최금호 씨와의 친분은 영화 <궤도>를 찍는 계기 중 하나로 작용했다.

- 영화 <궤도>의 제작 과정은 어땠나.
여름날 동안 다시 한번 최금호 씨와 지내며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실제 영화 촬영은 지난해 5월 20일부터 6월 23일까지 한달여간 이뤄졌다. 한국 배우 장소연 씨가 (샤워, 화장실 사용 등) 불편한 환경에 고생을 많이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금이었다. 마침 한국영화진흥회와 재외동포재단에서 주최하는 ‘재외동포 시나리오 공모전’이 있었고 지원작으로 선정됐다. 또한 기쁘게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펀드’의 후반작업 지원작으로 선정돼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영화제에 최종작품이 도착한 것이 영화제 시작 2일 전인 10월 2일이니, 바쁘게 간 것이다.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 작품에 무엇을 담고자 했나.
장애인들의 살아가는 풍경을 담고 싶었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는 달리 또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세계가 있다. 장애인들의 눈빛이 내게 파고들어 왔고, 나는 그것을 발산하고자 했다. 작품 속에서 장애인인 철수와 향숙은 눈빛을 통해 교감하고 이것은 이 세상의 수많은 표현 방식 중 가장 원초적이고 순수하다고 생각하다. 철수는 인간이고 남자이다. 그는 본능적으로 여자를 응시한다. 그러나 향숙이 한발 다가서면 철수는 물러난다. 그리고 작품 끝까지 이들은 밀고 당기기를 하지만… 결국 철수는 돌고 돌아 <궤도>로 돌아온다.

- 극중 철수가 연주하는 ‘반달’은 옌볜에서도 잘 알려진 동요인가.
그렇다. 철수가 (발로) 연주하는 이 동요는 옌볜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동요를 선택한 것은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라는 부분에서처럼, 그 의미의 유사성과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팔도 없이) 가고 있는 철수가 가장 갈망하는 부분을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옌볜에는 영화인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은가.
아직 옌볜은 영화 제작 환경이 척박하다. 자금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그렇고. 그러나 꿈을 키우고 있는 사람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006년 여름 한국영화진흥회와 연변과학기술대학이 진행한 ‘디지털영화제작워크숍’과 같은 행사는 큰 도움이 됐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금까지 영화제작에 있어 전문적으로 교육 받은 사람은 아무래도 ‘한족’이 많다. 그러나 <궤도>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전원 우리 (옌볜) 사람이 만들었다는 점에 그 의의가 크다고 평가한다. 하나의 선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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