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망명 노인들의 소박한 바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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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망명 노인들의 소박한 바램
  • dongpo
  • 승인 2003.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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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그 이름을 잊을수 없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절절한 외침은 세상을 바꿨지만 오히려 조국은 반성문을 쓰라고 한다.>

수십년 세월이 흘러 십년 강산도 서너번 바뀌고 변했건만, 여전히 고국산천을 밟지못한 억울한 사람들. 이름하여 해외 민주 인사들이다. 인터넷 서비스로  통해 본 KBS의 프로그램 <한국사회를 말한다>에 얼굴을 비치신 그들은 이제 여생도 얼마 남지 않은 노인네들이였다.


프랑스에 이희세 화가, 독일의 김성수박사 내외와 일본의 한통련 의장  곽동의 선생들이 바로 그들이시다.

촬영에 기꺼이, 아니 당당히 임해주신 그분들에게 개인적으로 고개숙여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해외에서 오직 돈벌이만 위해 살아온 저같은 사람에게 조국사랑과 민족의식을 일깨워 주신 해외 민주인사 여러분께 숙연함과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박정희 군사독재의 잔재가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비인간적인지 적나란히 고발한 kbs에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자 한다. 그들은 7.8십년대 한국사회가 독재정권에 신음하고 있을때 해외에서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자신들의 청춘을 다바쳐 왔던 사람들이다.


한국사회가 이만큼 민주화를 이룬것도 해외에서 민주화 운동을 해온 이분들의 공로가 지대했다고 본다. 그런데도 오랜세월 이들은 <간첩>으로 혹은 <반체제 인사>란 오명과 누명을 벗지못하고 철처히 고국과 차단되어 간첩누명을 뒤집어쓴 채 제목처럼 <입국금지 최후의 망명객>이 된것이다.

박정희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모든세력은 모두 <빨갱이란 주홍글씨>로 내몰았다. 해외에서 민주화 운동은 바로 반국가 친북세력 간첩으로 조작돼 누명을 쓰는것은 다반사였고, 그것은 곧 사형이고 천형이고 빨갱이 집안의 몰락을 의미했다.

김영삼 정권때 이인모 노인외 비전향 장기수 수십명이 북으로  되돌아 갔던 국내외 언론이 야단법석 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진짜 남파된 간첩이고 공작원이며, 남조선 사회에 교란과 체제전복을 목적으로 왔다가 체포된 사람들이다. 여전히 북조선을 찬양 지지하는 말을 했으며 공산주의 사상을 바꾸지 않은 신념에 찬 <비전향>을 고수 했다. <세계 최장 비전향 장기수>로 기네스북에 오른 인물 김선명. 그가 증명 했잖는가. 그러나 그 댓가로 20여년 30년 길게는 43년의 옥고를 치르고 넉넉한 죄값을 치렀으며 그들은 반성문 한장 쓰지 않고 안기고픈 반쪽 조국 북으로 돌아갔다.

자. 그럼 해외 망명 노인들은 어떠한가? 그들이 과연 대한민국에 남파된 간첩이였나.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의 철권통치를 반대했을 뿐인데 <간첩빨갱이>로 억울한 누명을 쓴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수지김 간첩사건을 상기해 보시라.유학생 간첩단 사건등 헤아릴수없는 간첩단사건이 독재 정권의 완전조작의 의해 이루어 지지 않았는가.


바로 해외 망명노인들! 조국은 아직도 간첩 혹은 반국가 단체인사란 <족쇄>를 채우고 그들을 외면하고 있는것이다.

80년 재일 한민통 의장 김대중은 내란모의 혐의와 <반국가 단체의 수괴>로서 전두환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았던 그가 이미 대한민국의 전임대통령이 되어 있지않는가. 통일민주화 운동을 했던 국내인사들은 이처럼 장관이되고 국회의원되고 이미 대통령도 되었지만 떡고물은 고사하고 해외 민주인사들은 귀국조차 시켜주지 않는다.

일본 총련계 인사들에게도 남한방문 길을 허가 해주고 북한대학생 응원단도  방문해 대구에 있는 지금, 대명천지에 어찌 이런 개떡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인가! 정녕 대한민국은 이처럼 황당무계한 사회란 말인가.


법무부 입장은 <이들에게 입국을 허가할 경우 사회의 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라니 실소를 금할수없다. 김대중 국민의 정부에서 노무현 참여정부로 정권은 바뀌어도 해외 망명객에게 강요 하는게 두가지 조건이 있다.
입국을 미끼로 "반성문"과 "준법서약서"를 쓰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야비한 짓거리 인가.
  
그러나 해외 망명객은 떳떳하게 항변한다.


"나의 과거는 반성 할것이 없다. 반성할것은 당시 독재정권에 부역했던 사람들 아닌가. 당신들은 나에게 반성문을 요구할 자격이없다."라고.


그렇다. 도대체 무얼 반성해야 하는 것인가? 조국의 민주화를 앞당긴 죄를 반성하란 말인가. 이 초로의 해외 각지 망명객이 원하는 것은 융숭한 대접도 호사스런 자리도 아니다.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등 민주화운동 경력과 통일운동 경력을 팔아 자리를 꿰찬 국내 민주인사들은 왠지 말이없다. 꿀쳐먹은 벙어리들인가. 아니면 자기 볼일 다 봤으니 끝이란 말인가? 어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이렇게 틀릴 수 있다는 말인가.


3.4십년 오랫동안 조국방문 길이 막혀 해외에서 한을안고 운명을 달리하신 윤이상선생  이응로 화백은 죽어서도 유골로도 고국땅을 밟지 못한다. 아직 살아 있는 해외 망명노인들의 바램은 단하나 이토록 소박하다.



그들은 부모 임종은 물론 부모님 묘소조차 찾아 뵙지못했다. 공교롭게도 일본의 곽동의 의장과 프랑스의 이희세 화백은 동갑에 장자이시다. 충청도 수덕사가 고향이라는 이화백, 경남 남해가 고향인 곽동의 의장 이분들의 바램은 뭘까.


<부모님 묘지에 술한잔 올리고 엎드려 큰절 올리고 불효장자로서 사죄하고 인사드리고 오겠다는것>단지 이것 하나뿐이다.

4년전 부인까지 사별하고 최근 건강까지 악화된 곽동의 의장의 조국사랑은 언제나 결연하다.

"불행히도 살아생전 내가 못가면 내유골 (우리 선산이 있으니까) 내 부모님 곁에 묻어 달라고 유언 해놓고 있습니다.내 처 유골도 합장 해달라고요".


주름진 눈가에 눈물을 감추려 애쓰는 망명노인의 눈엔 어느덧 그리던 조국의 고향을 향하고 있었다. 마지막 인터뷰 말이 가슴 더욱더 쓰리다.


"나는 살아서 못가면 죽어서라도 꼭 고향에 갈겁니다."

다음 달이면 우리 고유의 추석명절이 다가오고있다. 참여정부 높은 자릴 꿰찬 노무현 대통령, 강금실장관, 국정원장 여러분! 그날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식으로 돌아가 돌아가신 부모님 무덤앞에 엎드려 성묘를 할것이다.

"정작 당신들만 효도 할겁니까. 이참에 해외망명 노인들도 성묘하도록 해주세요. 불효장자 노인들 입니다. 살아생전 효도 못한 한좀 풀어주세요" 라고 말하고 있는 그들.

반성문이고 준법서약서 그딴거 돈되는 수표나 채권인가. 종이값이 아깝지 않나! 해외 망명노인들에게 조건없이 여권 내주고 당당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고국방문과 귀향을 추진하라! 참여정부는 온국민과 성묘도 함께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내조국이 군부독재의 신음하던 7.80년대. 조국의 민주주의를 앞당기기 위해 청춘과 열정을 바친 그들. 늙고 병들어서 살 날도 그리 남지 않은 망명 노인들. 그 자랑스러운 일생에 훈장을 못 줄 망정 <반성문>을 쓰라니 한심하기 그지없고 부끄럽기 이를데 없다.

노무현 참여정부는 비록 늦은감이 있지만 하루라도 빨리 모든 망명객의 입국해제와 자유왕래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내일 모레로 다가온 추석 아침.

<해외 망명노인 추석성묘단 고국땅을 밟다>라는 머릿기사가 톱기사로 실리기를 기대해 본다.









47세 오마이뉴스 일본판 발행인

전남 영광출생, 조선대 및 일본의 릿교대학원에서 수학



사진 첨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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