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중국 동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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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국 동포교육
  • 조남철
  • 승인 2007.08.1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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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철(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본지 편집위원)
지난 달 한 지역방송의 광복절 특집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하얼빈 시 야부리진이라는 곳을 다녀왔다. 중국 땅에서 우리말과 글을 힘들게 지켜내고 있는 중국 조선족 동포들의 모습을 담고 그곳 조선족 소학교를 돕는 내용의 프로그램이었다.

야부리진은 하얼빈 시에서 승용차로 세 시간 가까이 걸리는 옹색한 촌이었다. 인구가 줄고 학생수가 줄어 예전에는 네곳이나 있었던 조선족 소학교가 이제는 한 곳 밖에 남지 않았으며, 같이 있던 조선족 중학교는 학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외진 곳이다.

사실 중국 땅의 조선어 교육, 조선족 교육은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중국의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농촌인구의 감소로 인한 학생수의 급감, 보다 많은 보수를 얻기 위한 교사들의 높은 이직율, 조선족의 한족학교 입학 등으로 조선족 교육은 절대 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이니 야부리진의 조선족 소학교를 찾는 프로그램은 개인적으로도 무척 의미있는 일이었다.

촬영은 바쁜 일정으로 아침 일곱 시부터 시작되었다. 서둘러 촬영준비를 마친 일행이 낡고 퇴락한, 그래서 조금은 쓸쓸한 느낌의 학교에 도착했을 때 우리 일행을 반겨 준 것은 촬영에 협조할 학교 관계자와 학생들뿐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이른 새벽부터 적지 않은 주민들이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중에는 차로 2시간이나 걸리는 곳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일행 중에 가수가 있었는데 평소 연예계 사정에 밝지 못한 필자는 잘 모르는 그 가수를 그곳 주민들은 이미 잘 알고 있었으며 그가 온다는 소문에 2시간이 넘어 걸리는 곳에서도 찾아왔던 것이다.

촬영의 쉬는 시간에 그 가수와 함께 목청 높여 그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그들을 보며, 그 가수와 앞 다퉈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문득 민족이라는, 핏줄이라는 끈끈한 단어를 생각해 보았다. 발각되면 적지 않은 벌금을 무는 데도 많은 조선족들은 불법 위성 안테나를 통해 한국의 TV방송을 시청하며 한국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래서 연변의 동포 지식인들은 우리보다도 더 한국의 정치상황을 두루 꿰고 있으며, 다음 대선에는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로 치열하게 다투기도 한다. 한국의 유명 연예인들의 동정에 대해서도 웬만한 한국사람들보다도 더 밝다. 한국의 유명 연예인이 연길에 와 공연을 한다면 그들의 반 달치 월급에 가까운 몇 백원의 입장료에도 서슴치 않고 입장권을 끊는 것이다.

무엇일까? 중국 땅에서 태어나 중국공민으로 자라나 그곳에서 일생을 보낼 이들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이라는 모국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가수와 함께 환하게 웃고 포즈를 취하는 동포 아주머니들과 여학생들을 보며 다시 한번 민족이라는 인연의 줄을 생각해 보았다.

중국말은 하나도 모른 채 평생을 살다 세상을 떴다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자랑스러운 듯이 말하는 어느 동포를 보며 새삼 민족이라는 단어가 갖는 끈끈한 힘을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 조선족 민족 교육은 큰 위기에 놓여 있다. 학생수는 줄어들고 있으며, 교사들의 이직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또 젊은 층으로 갈수록 아이들을 중국 학교에 입학시키는 경우도 많다. 이중 삼중의 어려움이 조선족 민족교육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러한 위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많은 조선족 동포 지식인들이 고민하고 있으나 그 해결방안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손을 잡고 그 방법을 찾아 조선족 민족 교육, 한국어 교육을 위기로부터 구해내야 한다. 조선족 교육과 한국어 교육을 지키는 일은 조선족 동포를 위한 일인 동시에 우리 민족의 내일을 위한 커다란 투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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