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서툰 이민자, 시민권 심사서 탈락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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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서툰 이민자, 시민권 심사서 탈락 많아
  • 류수현 재외기자
  • 승인 2007.04.2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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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시민권 심사 황당 질문· · ·
▲ 최근 미국 시민권을 신청한 한인들에게 ‘미국과 한국이 싸우면 어느 나라를 응원할 것인가?’ 등의 상식을 벗어난 질문을 하는등 이민국 면접관들의 태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인을 비롯한 영어가 서툰 소수민족 이민자들이 불합리한 시민권 심사 절차로 탈락되는 피해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초 시민권 인터뷰를 위해 미 이민국(USCIS) 뉴왁지부를 찾은 뉴저지 로쉘 거주 한인여성 최모(53)씨는 영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괜한 꼬투리를 잡는 심사관 때문에 인터뷰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탈락당한 경험을 전하며, 부당한 인터뷰 방식을 호소했다.

최씨는 "불친절하게 인상을 찌푸린 심사관이 인사를 해도 대꾸도 없어 뒤따라 걸어가는데 내 신청서류를 넘기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중얼중얼 하길래 혼잣말하는 줄 알았다"며 "방에 들어가자 밖이 소란스러워 문을 닫으니 '왜 문을 닫냐?'고 말해서 '미안하다'며 문을 다시 열었더니, 자기가 하는 말을 이해 못한다며 탈락시켰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이러한 유사한 피해를 당한 것은 비단 최씨 뿐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한인동포는 인터뷰를 위해 심사관의 뒤를 따라 방에 들어가서 의자에 앉았더니, '앉으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앉았다'며 탈락시킨 경험을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한인동포는 "심사관이 책상에 백지 9장을 펼쳐놓고 싸인을 해보라고 시켜서 그렇게 했더니, 싸인이 일정하지 않다는 황당한 이유로 탈락시켰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영어 이해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이 심사관들로부터 무시를 당하는가 하면, 면접 과정에서 '모든 은행기록을 제출하라'는 식의 무리한 요구까지 하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다른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면접관들의 태도도 심각한 상황인것으로 확인됐다. 심사관이 한인 동포들에게 흔히 묻는 황당 질문 중 '왜 남편과 성이 다른가?' '미국 국가를 써봐라' '미국과 한국이 싸우면 어느 나라를 응원할 것인가?' 등의 불필요하거나 상식을 벗어난 질문들을 하고 있는 경우가 그러한 예이다.

이렇듯 터무니 없는 질문과 황당한 면접관의 태도에 대해 시민권 인터뷰에서 탈락한 한인동포들 이 잇따르고, 일부에서는 언어폭력과 인격모독을 당하는 사례까지 일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조문경 이민법 전문 변호사는 "악명 높은 일부 심사관들이 가뜩이나 긴장돼있는 대상자들에게 이런 터무니없는 질문들을 함으로써 정신적 스트레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시간적, 물질적인 낭비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에 따르면, "이민국 심사관은 시민권 신청자들과의 인터뷰시 이들의 도덕적 성향을 판가름하기 위한 질문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말한다. 이에 인터뷰 당시 본인이 이와 관련되지도 않은 터무니없는 질문을 받게 된다면 "신청자들은 철저하고 당당하게 행동하되 그 질문들이 신청자의 도덕적 성향을 결정하는 심사기준에 어떻게 적용되느냐고 반문할 필요가 있다"는 게 조 변호사의 말이다.

한편 이민국은 5천85건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오는 6월부터 시민권과 영주권 수수료 인상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시민권 신청서(N-400)의 경우 330 달러에서 595 달러로 약 265 달러가 인상되며, 영주권은 325 달러에서 905 달러, 취업이민 신청서(I-140)는 195 달러에서 475 달러, 가족이민 신청서(I-130)는 190 달러에서 355 달러로 인상된다. 또 비이민 비자 신청서(I-129) 역시 190 달러에서 290 달러로 인상되며, 지문 채취 및 사진 촬영 등 생체인식 비용은 약 10 달러 정도 인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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