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 최저임금 적용 문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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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 최저임금 적용 문제 (2)
  • 강성식 변호사
  • 승인 2023.08.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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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유한) KNC)

(지난호에 이어서) 그런데 외국인 가사도우미들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이하로라도 한국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고자 하는 의사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2023. 6. 12. 필리핀 연방하원인 마리사 막시노 의원이 조정훈 의원실을 방문하여, ‘코리아 드림’을 언급하며 필리핀에서 한국에 가사노동자로 오고자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적극적인 추진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또한 중동 알자지라 방송은 2023. 7. 5. 한국이 동남아 여성들에게 ‘코리안 드림’이 될 수도 있다는 특집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월 100만원의 소득이라도, 필리핀에서의 평균소득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으로 필리핀의 1인당 GNI(국민총소득), 즉 평균 연봉은 3,640달러(한화 약 46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월 100만원(연 1,200만 원)이라면 본국에서 벌 수 있는 돈의 약 3배에 달한다. 

자발적으로 최저임금보다 낮은, 차별적인 임금이라도 받아들이고 입국하여 일하겠다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을 고용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현대판 노예제’, ‘노동착취’라고 비난하는 것은 타당한 것일까.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의 선택권을 억지로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그렇게 비난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사실은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하는 이유는, 오히려 이미 가사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 다른 국민들이나 동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최저임금 이하로 일하는 저임금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이 도입될 경우, 기존의 가사도우미들의 임금수준이나 대우가 급격하게 낮아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분야에는 최저임금이 그대로 적용되면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분야에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게 되면, 가사도우미로 들어온 외국인들도 최저임금을 받기 위해 다른 분야로 불법취업 및 불법체류를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불법체류자가 40만 명에 달하여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불법체류자를 양산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해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모든 분야에서 외국인에게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도록 법을 개정하는 초강수를 둔다면 불법체류 문제는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앞서 본 협약 및 근로기준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므로 실현가능성은 매우 낮다. 더군다나 2011. 7. 1. 발효된 한-EU FTA는 아래와 같은 규정도 두고 있다.

제13.7조(법 규정 또는 기준의 적용과 집행에서의 보호 수준 유지)
2. 당사자는 양 당사자 간 무역 또는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자신의 법 규정 또는 기준을 면제하거나 달리 이탈하거나 또는 면제하겠다거나 달리 이탈하겠다고 제의함으로써 무역 또는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자신의 법에 부여된 환경이나 노동 보호를 약화시키거나 감소시켜서는 아니 된다.

위 규정에 따르면, 이미 최저임금법이 적용되고 있는 분야에서 외국인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여, 무역의 대상이 되는 물품 등을 생산하는 비용을 낮추는 것은, 한-EU FTA를 위반하는 행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듯 최저임금 이하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갖고 있으므로, 결국 고용노동부와 서울시는 2023년 하반기에 100명 규모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서울시에 시범 도입하되, 최저임금법이 적용되는 형태(월 급여 200만 원 정도)로 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정훈 국회의원은 모두 ‘급여가 너무 높아 각 가정의 비용을 많이 낮추지 못해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고, 실제로 여론조사 등을 보더라도 ‘급여가 높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이지만, 2023. 5. 23. 국무회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제도 검토를 주문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찬반 양측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형태로 시범 도입이 될 예정이지만, 가장 사회적 충격이 적은 형태로 시범사업을 하게 되어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다. 부디 시범사업을 통해 장점과 단점을 잘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여, 좋은 외국인력 도입의 사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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