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진심으로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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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진심으로 사과하라!”
  • 오재범 기자
  • 승인 2007.03.1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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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
▲ 아베 일본총리의 망언에 분개하며 지난 14일 752번째 수요집회에 참석한 위안부 할머니들과 참석자들이 일본정부는 사죄하라”고 외치고 있다. 국내외 언론들이 관심을 보인 이날 집회에서는 아직 봄바람이 차가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50여명의 시민이 모여 일본정부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 일본 총리의 종군위안부 관련 망언을 계기로 미국, 호주 동포사회가 이를 규탄하는 캠페인에 나서는 등 지구촌 곳곳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14일 정오 서울 종로 일본대사관 앞에서는‘752번째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지난달 15일 미국 하원의 ‘일본 종군위안부 사과 등에 대한 결의안 채택을 위한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직접 증언한 김군자 할머니를 비롯해 6명의 위안부 할머니와 여성단체, 시민 등 약 50여명이 참석했다.

박찬종 전 국회의원은 이날 개인자격으로 참석해 “얼마전 일본 총리의 망언에도 불구하고 많지 않은 수의 집회 참석자만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안타깝다”고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집회 주최 측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지난 12일 경남산청에 사시던 김우명달 할머니가 사망해 이제 한국정부에 등록된 종군위안부는 122명만이 남았다”고 발표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현재 대부분의 위안부 할머니들은 이미 80세가 넘은 고령으로 모두들 여생이 길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나눔의 집’ 관계자는 “할머니들이 편하게 건강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수요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AP, 로이터 등 각국 외신기자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펼쳤고, 집회에 참여하거나 구경하는 외국인들도 상당수 있었으나 일반시민들에게는 미 의회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부결을 위해 강경 대응하고 나서는 일본정부의 태도나 미국 내의 ‘요코 이야기’ 교재 채택을 둘러싼 논란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일본 보수언론 산케이신문의 대표적 반한인사인 구로다 가쓰히로(黑田勝弘) 서울지국장은 이날자 칼럼 기사를 통해 “미국 의회의 위안부 결의 움직임을 둘러싸고 한국이 흥분상태에 빠진채‘민족적 쾌감’을 즐기고 있다”고 비꼬는 글을 게재했다. 구로다 특파원은 또“한국에서 위안부는 일본을 비난하는 귀중한 카드”라고 비아냥거렸다.

한편, 이날도 어김없이 수요집회에 참가한 박옥선(84, 사진) 할머니는 아직도 종군위안부로 잡혀갔던 당시의 악몽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박 할머니는 “내 고향은 밀양인데, 17살 때 집에서 먹을 물을 길러 가는 길에 붙잡혀 갔지. 당시에 일본 군인들이 개울가에 있던 우리 앞에 나타나 집에 못가게 막더니, 이중 2명이 나를 양 옆에 끼고 차에 강제로 태웠지. 처음에는 어디로 가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중국이었어”라고 회상했다.

그렇게 시작된 종군위안부 생활을 하던 박옥선 할머니는 지난 1945년 해방 후 다른 군인과 함께 고향 인근으로 돌아왔지만 집으로 가지 못하고 숱한 세월을 고생했다고 설명한다.

최근 일본 아베 총리가 “위안부는 강제로 모은 것이 아니고, 미국 의회에서 일본의 종군위안부 강제동원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채택해도 사과할 수 없다”라고 발언한 것을 거론하자 박 할머니는 “일본의 책임 있는 사과와 배상이 이뤄져야 해!”라고 분명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박 할머니는 지금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나눔의 집’에서 다른 종군위안부 출신 할머니들과 함께 서로의 상처를 감싸며 살고 있다. 그리고 오늘처럼 수요일이 오면 정기집회에 빠지지 않고 참여해 무관심한 세상을 향해 “일본은 진심으로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