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원-한국어세계화재단 갈등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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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원-한국어세계화재단 갈등 심각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7.03.0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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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교육 보급 핵심기관 사업운영 의견차이 분분
한국어 교육과 보급을 위한 국내 양대 기관이라 할 수 있는 국립국어원과 한국어세계화재단 간의 내부 갈등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국립국어원 최용기 국어진흥 부장은 지난달 28일에 열린 한국문법학회 세미나에서 “지금 한국어세계화재단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국어원은 재단에 대한 예산을 감축하고, 내부적으로 정리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양 기관의 갈등을 대외적으로 표출했다.

국어원은 최용기 부장의 이날의 발언처럼 실제로 한국어세계화재단의 사업에 대한 국가보조금 지급을 일시 정지하고, 재단의 이사진을 감축하는 등 한국어세계화재단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국어원은 세계화재단의 사업 투명성을 이유로 재단의 사업계획 중 일부를 공모로 돌려 사업자를 선정하기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세계화재단 관계자는 “이것은 본격적인 실력행사로, 독립법인인 재단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국고보조금 지급정지와 이사진의 조정 등 국어원의 압력으로 올 한해 진행할 사업들을 운영하기 어렵고, 내일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면서 “재단 내부에서의 대응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며 두 기관단체간 정면 충돌이 불가피함을 설명했다.

국어원이 지적하는 세계화재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단사업의 투명성이다.

최용기 부장은 “국어원의 사업을 받아 보조적으로 진행하는 한글세계화재단이 사업을 다시 다른 단체, 사람들과 계약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되면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투명하게 파악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재단 관계자는 “20여 개의 재단 사업을 현재 몇 명 안 되는 인원으로 운영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국어원이 재단에 대한 사업의 결과에 대해서 논할 수는 있지만, 독립적인 민간단체인 재단의 투명성에 대해서 언급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한 “국어원 원장이 이사회에서 재단의 투명성에 대해 제기해, 재단은 이에 대해 문광부의 감사를 신청한 바 있다”며 “재단은 다른 모든 감사도 받고 이를 공개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문광부가 산하의 두 단체의 정확한 역할과 위치에 대한 울타리를 설정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어세계화재단 결성에 참여한 한 교육전문가는 “문광부의 국어정책이 국어원에 상당부분 이양되면서 문광부, 국어원, 세계화재단이 현재의 모호한 관계가 설정됐다”면서 “사태가 더욱 악화되기 전에 문광부의 적극적인 갈등 조정 역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어세계화재단이 이룬 업적들은 한국어 교육, 출판, 연구사업 분야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며“국가 기관으로서 국어원은 모든 사업을 총괄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어원이 사업 모두를 총괄한다고 투명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자세는 오산이다"는 충고도 덧붙였다.

한글 국외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학자 및 전문가들 역시“한국어세계화재단추진위원회부터 시작된 재단의 인적네트워크와 보이지 않는 자산은 국가적으로도 큰 기반이 된 셈이다”면서 “재단이 무너지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 두 기관에 중복된 것처럼 비쳐지는 사업도 사실은 고유의 영역과 발전 방향이 다르다”며 “이들의 고유의 사업을 유지하며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양 기관 단체간 충돌이 원만히 조정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국어원은 이번 주 국어문화학교, 표준국어대사전 정리, 세종학당계획 등의 사업에 관한 ‘국어발전기본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또한 2011년까지 아시아 각국에 세종학당 100개소를 설립할 계획에 따라 오는 19, 20일 몽골에서 개원식을 갖고, 22일 북경에서 세종학당 동영상 시연과 다음 달 중 세종학당 PT보고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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