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초대석 - 국제교류재단 권인혁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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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 초대석 - 국제교류재단 권인혁 이사장
  • 정리, 사진=오재범 기자
  • 승인 2006.10.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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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외교 총괄할 기구 필요”

이번 호에는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 친구를 만드는 일’을 하는 국제교류재단 권인혁 이사장을 <동포 초대석> 손님으로 모셨다. 내년 초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권 이사장을 통해 국제교류재단의 역할과 과제, 그동안의 성과 등에 대해 그의 허심탄회한 견해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박상석 국장(이하 박): 먼저 국제교류재단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권인혁 이사장(이하 권): 국제교류재단의 업무가 주로 외국인 또는 외국인단체들이다 보니, 국민들에게는 상당히 생소한 곳이라는 점를 인정합니다. 국제교류재단은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종의 민간외교기관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더욱 쉽게 말하자면, ‘한국을 이해하는 외국인 친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우리 재단의 주된 역할입니다.

-박: 국제교류재단이 근래 들어 특별히 관심을 지니고 있는 점이 있는지.
-권: 사실 재단이 요즘 교류기금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을 맞아 고민이 많습니다. <재외동포신문>은 아무래도 재외동포재단 관련 기사를 많이 쓰기 때문에 잘 아시겠지만, 재외동포재단 예산의 상당 부분을 국제교류기금을 통해 편법적으로 편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기획예산처에서는 주장하기를 ‘지금 정부 예산은 적자니까 교류기금만 늘려 갈 수 없고 있는 기금을 사용해 최대한 효율을 높였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정부정책을 잘못해 예산적자를 만든 것을 동포재단 운용에 교류기금을 가져다가 쉽게 메꾸고 보자는 안이한 발상입니다.

이것은 행정편의주의일 뿐이고, 예산당국의 책임 회피책일 뿐입니다. 본래 정부예산과 관련해 외교부는 기획예산처 앞에서 한없이 작아집니다. 처음에는 반대하는 척하다가 나중에는 약해지고…, 그리고 나면 그 양 기관 밑에 끼어있는 교류재단이나 동포재단은 모두 피해자가 됩니다.

그러나 국제교류기금은 교류재단의 기능과 필요성에 대해 국가적인 차원의 검토를 거쳐 이뤄진 것입니다. 그 만큼 재단의 역할과 기능이 국가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기획처는 지금 기금이 있으니까 써 보고 나중에 보자고 주장합니다. 만약 바닥나면 정부예산에서 배정해 줄 수 있지 않으냐? 왜 지금부터 기금 바닥날 것을 걱정하냐는 논리지만, 당장 어렵다고 해서 중장기적인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 ‘우선 쓰고 보자’는 식이어서는 곤란합니다.

국제교류기금중에는 여권(psaaport) 발행 시 부과된 국제협력기여금이 들어오는데 그것을 다른 곳에서 사용하지 않고 7000억 정도 될 때까지 기다려 준다면, 재정자립이 되니까 그때까지만 기다리면 좋겠습니다.

-박: 교류기금 문제는 예전에도 논란이 일었던 문제인지.
-권: 외환위기 이후 기금 통합과 폐지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던 것을 전임자인 이인호 이사장이 4년 임기동안 없어진 기금을 다시 부활시키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박: 국제교류기금 사용 문제가 계속 문제가 되는 것 역시 교류재단의 역할 등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면, 대국민 홍보 부족도 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권: 사실입니다. 교류재단은 그동안 외국인과 외국단체, 외국인 외교관 및 학자, 외국 문화예술인 등을 대상으로 주된 활동을 하기 때문에 내국인을 상대로 특별히 홍보에 나서겠다는 생각을 지닌 적이 없었습니다. 국민들께 국제교류재단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일반 국민들뿐 아니라 17대 국회가 열리면서 국회의원들이 386세대로 바뀌자 의원들도 재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고, 정부 부처에서도 상당수 공무원들이 교류재단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2003년 기금이 부활하면서 예산처가 기금관리기본법이 통과 하자마자 이를 눈여겨보았다가 기금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행동에 옮긴 것도 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국제교류재단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그래서 국내홍보가 필요한 것을 느끼고, 2005년에서야 기획부에 홍보담당관을 지정해 놓았더니 사정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박: 내년 1월이면 3년 임기가 끝나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권: 우리나라의 대외 민간기구로 우리 교류재단이 있고, 또 문화예술위원회와 학술진흥재단이 있으며, 문화관광부 산하 해외문화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교류재단이 분산된 이들 사업을 통합해서 민간외교 총괄기구를 하나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구상을 했습니다.

이런 총괄적인 운영은 이미 영국에서 운영되는 ‘브리티쉬 카운셀’이 있습니다. 아주 훌륭한 모델입니다. 그것처럼 우리도 했으면 좋겠지만 각 부처마다 자기 고유의 업무가 있어서 이관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다른 하나는 우리 재단의 일하는 방식인데, 재단이 지금까지는 수동적인 방식으로 일을 해 왔던 게 사실입니다. 대학이나 연구소, 기관에서 ‘한국연구, 한국학을 하겠으니 지원해 달라’고 요청이 들어오면 심사를 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보니 우리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우리가 지원해 주는 셈이 됐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기획하고, 계획을 세워 대학, 기관, 연구 주제를 제공한 뒤 지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젊은 층을 겨냥해 지원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젊은 친구들을 어려울 때 도와주고 나중에 우리가 도움이 필요가 있을 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또 지금까지는 해외에서 한국관계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장학금을 현지에서 줬는데 이젠 한국으로 불러 우리나라를 좀 알고 배우고 나가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박: 국제교류재단이 하는 일이 재외동포외 관계된 부분이 있는가.
-권: 교류재단의 업무 영역이 넓게 보면 재외동포를 포함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재외동포 문제는 재외동포재단이 따로 있으므로 관련 사업은 동포재단에서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미국 LA지역 대학들에서 재외동포에 관련해 연구하겠다는 신청이 들어와 이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원하는 한국학은 한국의 정치, 경제, 역사 등 한국에 관련한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미국 내 소수민족에 관련한 연구를 할 테니 지원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고, 재외동포재단에서 이러한 한국학 지원사업이 없어서 타당하다면 내년에 그 중 하나를 선정해 지원해 줄 생각입니다.

-박: 지난 3년 임기 중 가장 보람을 느끼는 점을 꼽는다면.
-권: 재임 중 교류재단 질적, 양적으로 확대 시키는데 주력했습니다. 질적으로는 미국에 편중돼 있던 한국학을 중국, 동남아, 중동, 중남미 등지에 확대한 것. 양적으로는 외국 5군데 우리사무소를 세운 것과 작년 서울에 서소문에 문화센터를 세운 것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에 있는 문화센터는 외국문화를 국내에 소개하는 것인데, 교류사업은 쌍방향으로 해야 하겠다는 취지로 운영을 시작했으며, 내·외국인들에게 반응이 좋아 다행입니다. 지금은 자체 문화원을 갖지 못한 각국 외교공관이 자국의 문화를 홍보하는 공간으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어서 더욱 보람이 큽니다.

-박: 앞으로 계획은?
-권: 이제 나이도 있으니까, 편히 쉬어야죠(웃음)

-박: 국정감사 준비 등으로 바쁘신 가운데 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권: 감사합니다.


대         담=박상석 국장
사진, 정리=오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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