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재외동포재단 중복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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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재외동포재단 중복사업
  • 오재범 기자
  • 승인 2006.10.1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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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이기주의로 사업수만 늘어

전세계 700만 재외동포를 위한 재외동포재단이 97년 설립된 이래 동포 지원사업들이 재단과 시행부처간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서로 유사·중복된 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외교통상부, 교육부가 통외통위, 교육위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동포 관련 유사 및 중복을 나타내는 사업으로 교육부 5건을 비롯해 문화관광부 4건, 청소년위원회 3건, 국가보훈처, 통일부, 보건복지부가 각각 1건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사업들이 유사·중복된 채 실시되나= ‘재외동포자녀 모국방문사업’은 교육부가 2006년 정부예산 15억원을 배정받아 재외동포 고등학생, 대학생 1000명을 초청 한국문화체험 행사를 치룬 것으로 항공료, 체재비 전액을 참가자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반면에 ‘재외동포자녀 청소년·대학생 모국연수’을 개최한 동포재단은 중·고생 및 대학생을 초청해 문화체험과 산업시찰 등을 실시해 사실상 성격이 같은 사업을 두 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다.

또 교육부가 올해 5억원을 사단법인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에게 지원하여 실시한 재외동포 한글학교교사 및 관계자, 국내 한국학 관련 교육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학술세미나는 동포재단에서 한글학교 교사, 교장을 초청하여 실시하는 ‘재외동포교육지도자 초청연수’와 내용과 참가자 부분에서 규모만 다를 뿐 유사한 사업이다.

최근 범국가적 지원이 활성화되고 있는 CIS지역사업 중 하나로 동포재단에서 실시하는 ‘CIS지역 한국어교사초청연수사업’은 교육부뿐만 아니라 문광부도 사업을 시행하는 대표적인 중복 사업 분야 중 하나다.

교육부가 국제교육진흥원을 통해 실시하는 ‘재외동포한국어교사 초청연수’는 CIS지역 한국어 교육 관계자가 대상으로 고려인동포를 포함한 대상자 30명이 한국을 방문해 문화 및 역사교육, 산업현장방문, 한국어교육 등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가지고 12일 동안 연수를 실시했다.

문광부가 역시 국립국어연구원을 통해 진행하는 ‘재외동포 한국어교사 교육’은 중국 동북 3성 지역 및 CIS 지역 동포 중심 한국어 교사 40명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비롯해 문화, 역사교육을 2주간 진행하고 있다.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후손초청’은 재단 ‘유공동포 모국방문초청사업’과 비슷하고 국립중앙 청소년수련원에서 실시한 ‘세계한민족청소년문화축제’,’한민족청소년대회’,’국제한민족캠프’는 동포재단이 매년 진행하는 ‘재외동포 청소년.대학생 모국연수’와 내용이 별반 다를게 없어 보인다.

게다가 언급한 동포관련 사업들은 내용과 참가대상자가 유사한 사업이지만 주무부처는 참가자 선발을 재외공관 혹은 현지단체에 의지하거나 참가신청자의 양심에만 맡긴 채 선발하는 것이 전부다. 이를 보안할 방법이나 수단은 전혀 강구하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한 언론을 통해 부처간 동포사업이 중복시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교육부 국제교육진흥원측이 이경숙 의원에 해명서를 제출해 동포 관련 사업들이 성격이나 다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외동포재단 교육사업부 측은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동포관련 사업들이 이름만 바뀐 채 진행되는 명백한 중복사업이다”고 정면으로 이를 재반박 했다.


▷부처간 유사·중복사업이 왜? 난무하나= 첫 번째로 재외동포재단이 동포사업 추진 구심점이 되지 못하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지난 97년 재외동포재단이 설립 이래 총리실 산하 ‘재외동포정책위원회’과 ‘국무조정실’을 통해 동포 관련 업무 조정을 받았다. 하지만 각부처에서 실시하는 동포관련 사업 중 재단으로 이양된 사업은 많지 않으며 이전된 사업도 비슷한 이름으로 다시 실시한 경우가 있다.

결국 동포관련 사업은 재단을 제쳐놓은 채 부처 마다 자신들의 전문성만을 내세운 채 부처별로 제각각 진행되고 있다. 이에 많은 동포들은 재단만으로는 일원화된 동포정책을 펼치기 어렵다고 보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총리실 산하 동포청’ 혹은 ‘대통령직속 재외동포위원회’의 설립을 원하고 있는 것.

두번째로 동포관련 사업은 예산확보가 쉽다는 점이다. 정부예산 관련 전문가의 지적에 따르면 부처에서 재외동포관련 사업을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재외동포’라는 분야가 인기, 이슈가 되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이미 해당부처만이 진행 가능한 특성에 재외동포라는 독특한 분야가 더해져 부처 영역과 조직을 키우는 데 효과만점이라는 분석인 것.

동포관련 사업에 배정되는 예산을 살펴보면 재단에서 실시하는 것보다 교육부, 문광부 등 기존 업무에 새로운 사업을 실시하는 곳에 더 많은 사업비가 책정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동포사업 전체를 통합·조정할 곳이 없다는 점이다. 동포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여러 재외동포관련 사업들이 정부내에서 구조적 통합 조정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04년부터 매년에 한번씩 열리는 국무총리주재 ‘재외동포정책위원회’가 조정을 시도하고 있으나 위원회를 통한 조정 실적은 아직 미미한 정도다.

이는 중복사업을 하는 각 부처에서 ‘전문성’을 이유로 내세우는 것과 상관없이 조직의 영역 확대와 예산 확보를 위해 재외동포재단으로 사업이관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각 부처의 입장 때문에 재외동포사업의 유사·중복사업이 많아져 외형적으로 재외동포사업이 넓어지는 것처럼 보여진다.

하지만 이같은 현상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때에는 실제 사업 수혜자인 재외동포는 물론 정책집행기관에게도 여러 폐해를 가져올 게 뻔한 일이다. 동포전문가와 정치권의 우려 또한 바로 이런 점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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