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미지 실추" 홍콩 교민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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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미지 실추" 홍콩 교민들 한숨
  • 연합뉴스
  • 승인 2005.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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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한국 시위대의 폭력시위와 무더기 연행사태를 지켜본 홍콩 거주 한인 교포들은 19일 오랫동안 쌓아온 홍콩내 한국의 좋은 이미지가 단한번에 실추됐다며 안타까움과 분노를 토로했다.

   변호영 한인회장은 "홍콩에서 30여년 살았지만 한번도 그런 폭력시위는 본 적이 없었다"며 "월드컵, 한류로 승승장구하던 한국의 이미지가 단 한순간에 뒤바뀌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변 회장은 "시위대는 일주일 시위하고 가면 그만이지만 여기서 터잡고 살아가는 교민들에겐 정말 답답한 일"이라며 "과격시위로 엄청난 불편을 겪은 홍콩 시민들이 교민들을 만나면 항의를 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홍콩 중심가에서 한국식당을 운영하는 신홍우씨도 "현지 홍콩시민들이 벌써부터 한국인들을 백안시하는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며 "처음엔 평화시위로 호평을 받던 한국시위대가 단한순간의 오판으로 폭도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택시기사들이 한국인들에게 시위 당일 교통 마비와 통제로 택시운행을 못해 손해가 컸다며 항의를 하더라는 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한인회를 비롯한 현지 교민들은 일단 홍콩 경찰서에 연행된 한국인들이나 출국중인 한국 시위대의 통역을 돕는 등 총력 지원에 나서고 있다.

   골프상점을 운영하는 교민 김구범씨는 "솔직히 마지막날 시위광경을 보고선 너무 실망감이 들어 홍콩 경찰이 차라리 '법대로' 처리했으면 하는 마음까지 든다"며 "홍콩에서 삶의 터를 마련해 현지인들과 융화해 살아가는 교민들의 마음을 조금만이라도 헤아렸으면 그런 시위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행자 통역 지원에 나섰다는 김씨는 "한때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었는데 결국 한 민족이라는 마음에 통역을 나갔다"며 "정말 한국의 시위문화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휴대폰 수리센터를 운영하는 교민 이원석씨는 "폭력시위에 대한 분노도 적지않았지만 '나도 농민의 아들'이라는 마음에 일단 농민 시위대에 대한 안타까움이 앞선다"며 "앞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회복하려면 상당히 오랜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지 여행사 사장인 김범수씨는 "만나는 홍콩사람들마다 시위 얘기를 꺼내며 '너희도 그러느냐'고 묻는다"며 "남아있는 교민들이 당분간 수모를 겪어야 할 생각을 하니 답답함이 앞선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끝)

등록일 : 12/1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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