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이 국가를 이끌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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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이 국가를 이끌어 간다?
  • 이언주(정리 정병학)
  • 승인 2005.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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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대자보 이창은 편집국장, 유로저널(영국) 필립박 편집장

12월 초 유자나무 본 기자가 서울 광화문에서 인터넷신문 대자보(www.jabo.co.kr) 이창은 편집국장과 영국의 유로저널 필립박 편집국장을 함께 만났었다. 기자는 그들에게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는, 발전하는 인터넷 강국, 한국에서의 인터넷의 역할과 현재 상황, 그리고 사회 정치 문화 등 인터넷을 통한 한국사회의 변화에 관하여 의견을 들어보았다.

인터넷 하루 접속 1000만 명
한국의 인터넷은 IT산업<박스기사 참조>기술발전과 함께 그 활용방법 등을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국 내 인터넷 보급률이 현재 세계1위(인구 비례당)이고 인구의 90%가 인터넷을 하는 곳은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한 국가라고 알려져 있다. 인터넷포탈<박스기사 참조>  하루 접속이 1000만 명 정도된다고 한다. (남한 인구가 4천7백만 명이다)

또한 인터넷에 올린 글에 댓글(꼬리말. 글에 대한 의견)을 다는 기능과 그것에 대한 사회적 효과에 관해 예를 들면, 오마이뉴스는 현재 영국을 위시하여 많은 국가들이 실험도구로서 관심집중대상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외국은 검색만 하지만 한국은 인터넷에 누구나 참여, 의견을 나누는 등 여론형성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인터넷 사이트 대자보 이창은 편집국장은 “한국의 인터넷이 급성장한 것은 사실이나 과연 그런 평가만큼 적정하게 운용되고 있는가 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검토해보아야 한다” 라고 설명했다.

네티즌의 폭풍우
유로저널편집장 필립박은 “인터넷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정보를 올릴 수도 있지만 문제는 훈련되지 않은 독자들이 무분별하게 올리는 내용이 질적으로 고급인지 아닌지 여과장치가 없는 것과 새로운 문화 콘텐츠(Contents, 디지털 정보 통칭<박스기사 참조>)가 생기면 거기에 따른 비평가가 있어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이창은 편집국장도 “인터넷의 역사가 짧은 만큼 이제는 신문과 방송 등 언론과 인터넷이 함께 비평가 그룹을 함께 만들어 서로가 견제 기능을 다 하면서 공동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립박 편집장은 역사적으로 사회에 기여한 것이 언론이지만 한국의 근대사를 들춰보면 한반도 군부독재 때에 진정한 언론인이 있었는가라고 일침을 던지면서 “90년 말과 2000년이 되어 인터넷이 급속도로 번지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총선시민연대를 조직, 낙천낙선운동이 시작되어 시민의식이 확인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그 기세를 받아 네티즌과 시민 구분 없이 정치, 언론 개혁에 동참하기 시작, 급기야는 3천만 네티즌의 참여를 이끌어내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바람은 2002년 대통령선거까지 폭풍우를 일으키게 되었다.

마지막 날까지 승리를 외쳤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기세는 네티즌의 폭발적인 협조로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극적 역전승을 이루어내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겠지만 투표당일 아침부터 전국에서 가장 바빴던 곳이 바로 인터넷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들이 노 후보 지지운동과 함께 투표하러 나가자고 외쳤던 것도 다 그들이었다. 2002년 12월 17일. 노무현 후보의 승리가 확정됐고, 그것은 바로 네티즌의 승리였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 Guardian Unlimited>은 이 같은 한국 대선의 특징을 “인터넷 대통령 로그인하다”라고 봤을 정도이다. 인터넷은 한 나라의 역사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고, 네티즌 여론의 힘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다른 목소리 들을 수 없어
문제는 거기에서 다시 시작됐다. 필립박 편집장은”선거에서 이기자 승리에 도취한 네티즌들이 여론을 이끌어내고 정치적 편향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에 노무현 대통령과 시민사회단체가 같이 가지는 못해도 맞물려 갔으면 됐는데 노 대통령은 현실에서 흔들렸습니다. 대북송금 특검, 미국과의 반대, 민주당의 분당, 신당창당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인터넷세력은 분리되기 시작했다. 친노(무현 지지세력)와 반노(무현 지지세력)로 나뉘면서 찬성파와 무조건 반대파로 나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지역갈등이 생겨났다.

이창은 국장은 이에 대해 “1차적 책임은 매체의 운영자입니다. 비대해진 인터넷의 힘만 믿고 당파성을 띠면서 자기 입장대변은 옳고 비판의 소리는 무시하고 상업성으로 치닫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견제와 비판도 없었습니다. 즉, 다른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어서 그는 “그렇게 해서 노무현을 지지했던 인터넷이 분열하면서 오히려 서로가 한나라당보다도 더 적대적으로 상대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강한 정도에 따라 분열됩니다. 참여에 비평가 그룹이 없었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참여자와 논객이 공정성과 개방성이 없었기 때문에 공론장의 기능이 상실했다. 여기서 대자보의 생존 이유가 나온다. 대자보는 당파성을 지양하고 합리적이며 시민사회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을 설정, 합리적 개혁을 지향했으며 특정 정치세력을 밀지 않았다는 얘기다.

근본적으로 대자보는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로 인한 한국 사회의 양극화 문제에 집중하며, 시민 사회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를 고민했다고 했다. 사회를 행복하고 건강하고 바람직하게 이끌고 가기 위해서 이창은 국장이 택한 것은 <열린 공론장>의 실시였다. 대다수 인터넷매체는 시민사회 입장보다는 정치편향을 보이며 보수언론인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지칭)의 대립과 공격 등 소모적인 논쟁에만 치중할 뿐이었다. 이로 인해 인터넷 초창기 건강한 인터넷 담론(discourse)이 하나씩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조중동의 총 신문 부수는 아직도 600만부 정도이다.)

한나라 당은 뺏겼다 생각하고
그러므로 문제는 일반 사안이 그대로 묻혀 버리고 말게 되는 것이다. 이창은 편집국장은 “한국사회에서 상식적 개혁은 채 50년도 안되었는데 아직도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일부 논객들이 정치적으로 몰아가서 문제입니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인데 한국에서는 독선과 상징으로 흘러버린 것입니다.” 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뺏겼다 생각하고 네티즌의 지지로 들어선 참여정부는 인재등용에 일방적이었고 서로 협조나 견제가 없었습니다. 그 결과로 관료, 공무원, 언론사, 지역, 지방이 각각 이익집단화 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라고 주장했다. 필립 박이 이에 덧붙였다. “이런 측면에서 개혁이 힘든 겁니다. 참여정부는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으로 다 되니까 인터넷에만 귀를 기울였고 논객들은 어깨에 힘주고 조선일보와 싸우기나 하고. 인터넷에 공론기능이 없어 공론의 장이 약해진 것이 바로 노 대통령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강국이라구요
이창은 편집장이 다시 말문을 연다. “가정에 광통신이 있고 건물마다 피시방이 있어 언제나 인터넷을 접할 수 있는 인터넷 강국이지만, 거기에 걸맞는 ‘내용’을 이제는 끌어올려야 할 것”을 역설했다. 이 편집장에 따르면 한국의 인터넷은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도 못하고 삐뚤어진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 언론사는 역사와 전통으로 비판도 있으나 한 쪽으로 전달체제만 이루어져있고 견제기능이 없는 것이 단점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위 개똥녀사건<박스기사 참조>이 그것이다. “인터넷이 선을 넘었습니다. 종이신문과 인터넷의 소통 기준 없이 결점만 생긴 겁니다. 즉 공동 점유층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창은 대자보 편집국장이 마지막으로 결론을 냈다. “이제는 인터넷 언론도 하나의 독립된 언론으로 취급해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걸맞는 책임의식과 내용을 매체운영자와 네티즌들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채워야 할 때 입니다.”

- 각 주-

IT산업:Information Technology, 컴퓨터, 인터넷, 셀룰라 폰, 인공위성을 이용한 길 찾기 등 정보기술을 광범위하게 의미한다.

포털(portal): 사전적인 의미로 `현관' 또는 `관문'을 뜻한다. 포털 사이트란 인터넷에 접속해 웹 브라우저를 실행시켰을 때 처음 나타나는 웹사이트로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모아 놓은 것을 말한다.

콘텐츠(contents) : 각종 유무선 통신망을 통해 매매 또는 교환되는 디지털화 된 정보의 통칭. 원래는 서적이나 논문 등의 내용이나 목차를 일컫는 말이었다.

똥녀 사건: 지하철에서 자신의 애완견의 대변을 치우라는 노인의 권고를 무시했다가 네티즌이 얼굴과 함께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려 그 행위를 비판해 전세계에 까지 알려졌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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