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재일동포] <상> 우리는 '더블'이다 | |
[한국일보 2005-10-23 18:57] | |
그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었다. “나는 뭐든지 한가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고민했는데 할머니들과의 생활에서 그런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재일동포 사회의 새로운 주류들은 더 이상 국적을 고민하지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우리는 재일동포, 다시 말해 한국에 뿌리를 두고 일본에 살며 양쪽의 문화를 모두 이해하는 국제인의 집단이라는 의식이 부상하고 있다. ‘더블’은 결코 자조적인 말이 아니라, 도리어 자랑에 가까운 강력한 자기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이들의 뿌리에 대한 애착, 핏줄 의식은 어느 세대보다 강하다. 미라이씨도 한국에 가서 말과 문화를 배우는 등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이들이 자신의 뜻을 당당하게 발신할 수 있는 것은 일본사회의 변화도 하나의 원인이다. 무엇보다 한류(韓流)의 유행과 월드컵공동개최 등으로 재일동포에 대한 이미지 변화와 3세대 동포들의 조국에 대한 호감도 강화 등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제의 강제징용으로 형성된 한인 부락인 교토 미나미(南)구 히가시구조(東九条)에는 ‘더블’들의 안식처로 사랑 받고 있는 ‘히가시구조 한마당’이라는 모임이 있다. 1986년 2세 귀화동포인 박실(朴實ㆍ61)씨가 중심이 돼 만든 이 모임에는 2~3세 동포 18명이 회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자신이 겪은 고통을 자식 대에겐 더 이상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한마당을 만들었다”는 그는 “일본사회에서 더블이 더블답게 살아갈 수 있는 문화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마당은 매년 11월 3일 일본의 대북과 함께 연주하는 마을축제 ‘히가시구조 마당’을 개최하고 있다. 벌써 13년째가 되는 마을축제를 통해 동포들은 나름대로의 연대감을 다지고 있다. 이처럼 더블들은 동화를 강요하는 일본 사회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들의 삶은 너무나 개인화, 파편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매년 1만 명의 동포가 일본 국적을 취득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의식에 걸 맞는 동포들의 구심점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13년간의 민족 이름 복구 소송 끝에 아라이 미노루(新井實)라는 일본이름에서 한국 이름으로 되돌아 온 박실씨는 “이제는 기성 동포사링?더블들의 삶의 방식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젊은이들 사이에는 오사카 등를 중심으로 이 같은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kim@h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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