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인 큰손들 잇단 대형사기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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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인 큰손들 잇단 대형사기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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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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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5일 (월) 11:56 미디어다음

미주 한인사회에 대형 투자사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 사건들은 피해규모가 최고 수천만 달러 이상에 달하는 등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유령회사 설립, 투자금 횡령 후 잠적 등 전형적인 사기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 사건은 미주 한인 사회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탈세 자금을 겨냥한 사기인 경우가 많아 미주 한인들의 전근대적, 탈법적 금융 관행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말 LA 한인타운의 유명투자상담회사인 ‘유너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사가 수십 명의 한인들로부터 최소 수백만 달러의 투자금을 끌어들인 후 사장들이 잠적해 캘리포니아 기업국이 수사에 나섰다.

유너스사는 2001년부터 LA 한인타운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한인 투자자들로부터 1인당 작게는 10~20만 달러(약 1~2억 원)에서 최고 120만 달러(약 12억 원)까지 투자자금을 모은 뒤 이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이 회사는 이미 지난해 투자상담면허가 취소된 상태였으나 계속 자금을 모아왔다.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액만 총 600~700만 달러(약 60~70억 원)에 달하고 있으나 피해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너스사 사건은 여러 가지 점에서 지난해 발생한 C+사 투자사기 사건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발생한 C+사 사건은 피해규모가 엄청나 한인사회뿐 아니라 미국 주류사회에도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C+ 투자사기 사건의 피해규모는 총 1억 달러(약 1000억 원)를 넘었으며, 피해자 숫자도 100여명에 달했다.

유너스 사건과 마찬가지로 C+ 사건에서도 연 30% 이상의 고수익을 미끼로 한인사회의 부유층들로부터 투자자금을 모았다. 그러나 투자금은 실제 투자되지 않은 채 회사 관계자들이 빼돌렸으며 투자자들에게는 3개월마다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처럼 가짜 투자명세서를 발송해 온 것으로 밝혀졌었다.

더 나아가 투자자가 자금회수를 원할 경우 다른 투자자의 돈을 끌어다가 원금에 수익금까지 합쳐 지급해 신뢰를 구축하는 등 악질적인 수법이 사용됐다. 이 사건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최고 1000만 달러(약 100억 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으며 남가주 한인 사회의 ‘큰 손’ 상당수가 피해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지난 1년 사이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ABC 투자 사건, 윈링크 투자 사건 등 투자사기 사건이 잇따랐다. 이들 사건 모두 피해규모가 1000만 달러 이상, 피해자 숫자가 100여 명에 달하는 대형 사건들이다.

미주 한인들 사이에 이 같은 대형 금융사기가 쉽게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수익에 대한 허황된 기대 때문이다.

지난 50년간 미국의 증권투자 수익률이 10년 이상 장기투자의 경우에도 연평균 10% 내외에 머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1년 미만의 단기투자에서 30~40% 이상 때로는 100% 이상의 엄청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거짓 선전에 너무 쉽사리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금융전문가들은 “본국인 한국에서도 허황된 고수익에 솔깃해 투자자금을 날리는 이른바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는데 미국 한인들도 다르지 않다”고 개탄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사기의 더 근본적인 문제는 뿌리 깊은 한인 사회의 현금거래 및 탈세 관행에서 비롯된다. 투명한 금융거래가 정착돼 있는 미국에서도 한인들의 ‘무자료 거러 및 그에 따른 탈세는 널리 알려진 공공연한 사실이다.

대부분 중소 규모 자영업을 토대로 성장한 미국 내 한인 사회 경제는 한인 특유의 근면함을 무기로 탄탄한 기반을 다진 지 오래다. 이로 인해 미주 한인 사회에는 재력이 수 천만 달러에 달하는 부유층이 남가주에만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성공적인 경제력을 구축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탈세를 목적으로 한 현금거래가 오랜 관행이 되면서 한인 사업가들에게는 이른바 ‘출처를 밝힐 수 없는 돈’이 상당히 축적돼 왔다. 심지어 ‘어떤 한인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현금 수십 만 달러를 털어갔다더라’하는 등의 소문이 심심치 않게 들릴 정도다.

이같이 축적된 현금은 금융기관을 거칠 수 없기 때문에 금고에 쌓아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C+ 등과 같은 투자사기 업체들은 이들 현금을 ‘근거 있는 돈’으로 처리해 줄 수 있다는 또 다른 미끼를 사용해 금고 속에서 잠자고 있던 거액의 현금을 투자자금으로 끌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숨겨놓은 현금을 투자금으로 쓸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한 투자자들은, 더군다나 고수익을 보장해준다는 선전에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한인 사회 내 금융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인들의 잘못된 금융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유사한 투자사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윤준호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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